번아웃. 끊임없는 화두죠.
서점에는 퇴사와 관련된 책이 즐비합니다.
대부분은 직장에서 번아웃을 느낀 후 당차게 퇴사하고 삶을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는 이야기에요. 최근에는 육아 스트레스나 조기 이혼에 대한 이야기도 많아요. 마찬가지로 대부분이 결혼 생활에서 번아웃을 느낀 후 변화를 결심하게 되는 이야기들이죠.
그런데 대체 번아웃이 뭘까요? 나는 번아웃인 걸까요? 번아웃은 어떻게 ‘진단’되는 걸까요? 또 번아웃은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 번아웃에 대한 모든 것을 살펴보도록 할게요.
2019년, WHO는 번아웃 증후군을 ‘업무 환경에서 나타나는 만성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피로’로 정의했어요. 공식적인 질환은 아니지만 현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어 중요한 문제로 인정받았습니다.
번아웃은 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특징을 가져요.
최근 몇몇 연구들은 추가적인 특징으로 업무에 대한 열정(이 요소가 포함되었다는 것이 흥미롭네요), 무감각, 게으름, 죄책감 등을 제시하기도 해요.
또한 번아웃을 하나의 연속적인 현상으로 바라보기도 한답니다. 번아웃의 반대편에는 ‘인게이지먼트(engagement)’가 있는데요. 이는 높은 에너지와 참여, 그리고 효능감을 의미해요.
이처럼 번아웃은 공식적인 정신질환은 아니기 때문에 정의가 명확하진 않아요. 그러니 내가 번아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다양한 표현들을 참고해야 한답니다.
번아웃 증후군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인 모델은
‘어떤 요인(특히 상황이나 개인적 요인)이 사람들에게 번아웃을 경험하게 만들고, 번아웃이 발생하면 어떠한 결과(상황이나 개인적 결과)가 일어나는가’를 고려하는데 있어요.
아직까지 이를 입증할 핵심적인 연구는 부족하지만, 연구자들이 발견한 여섯 가지 주요 요인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너무 많은 일은 사람들을 고갈시키고 지치게 만들어요.
일시적인 바쁨은 괜찮아요. 정신 없이 바쁘다가도 곧 지나가는 시기가 있어도 괜찮죠.
문제는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번아웃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답니다.
업무나 상황을 제어할 수 없는 느낌은 번아웃의 주요 원인 중 하나에요.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통제감과 자율성이 높을수록 열정이 생기지만, 반대로 통제감을 가지지 못하면 번아웃이 발생할 위험이 커질 수 있어요.
보상은 금전적 보상뿐만 아니라 조직적이거나 사회적인 보상도 포함돼요.
만약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자기효능감이 저하되고, 이는 번아웃을 유발할 수 있죠.
이는 번아웃의 세 번째 요소인 ‘비효율’을 높이기 때문이랍니다.
사람들 간의 연결이 부족하면 지지와 신뢰는 줄어들고 갈등은 증가할 수 있어요.
반면 사회적 지지가 있는 커뮤니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열정이 높아진답니다.
공정함을 느끼면 열정이 높아지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분노와 적대감이 늘어나고 번아웃 위험이 커질 수 있어요.
가치는 동기부여에 중요한 역할을 해요.
가치가 부족하면 일과 개인 간의 갈등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번아웃을 증가시킬 수 있답니다.
번아웃은 아래와 같이 여러가지 증상을 유발해요.
흥미로운 점은 이런 번아웃 증상은 ‘전염성’이 있다는 것이에요.
번아웃이 오면 동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커뮤니티 내에서 이러한 증상들이 전파될 수 있어요. 그 결과 일하는 그룹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지요.
때문에 몇몇 학자들은 번아웃을 집단 단위(work group)에서 고려되어야 하는 현상이라고 말하기도 해요.
앞서 신체적 건강(소진)이 번아웃을 유발한다고 설명 했는데요. 반대로 번아웃이 신체 건강을 악화시킬 수도 있어요.
번아웃은 주로 스트레스와 비슷한 양상으로 두통, 만성피로, 위장관 문제, 근육 긴장, 고혈압, 감기, 수면 문제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해요.
뿐만 아니라 10년 동안 추적관찰을 진행한 한 연구에 따르면, 번아웃은 심혈관계 질환 발병과도 관련이 있으며, 물질 남용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번아웃은 공식적인 정신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진단 기준은 없어요. 대신 번아웃을 평가하기 위한 다양한 평가 도구가 존재한답니다.
이러한 도구들은 평가하려는 측면에 따라 매우 다양해요.
원래 번아웃은 주로 사람을 대하는 직업(특히 의료계 종사자)에 대한 연구를 통해 개발된 개념이랍니다. 따라서 이러한 직군을 위한 평가 도구들도 있어요.
경우에 따라서는 번아웃의 세 가지 요소인, 소진, 냉소주의, 비효율 중 일부에만 집중하여 평가를 하는 도구들도 있답니다.
널리 알려진 도구들은 아래와 같아요.
이러한 도구들은 대부분 유료로 제공되는데요 관심이 있다면 검색하여 이용해보아도 좋아요.
만약 도구를 찾아서 이용하는 게 불편하다면, 이어서 설명하는 ‘번아웃이 발생하는 양상’과 ‘번아웃과 우울증의 유사성’을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거예요.
번아웃의 경과를 설명하는 많은 모델들이 있어요. 보통 이러한 모델들은 일련의 단계로 번아웃이 발생한다고 설명하죠.
먼저 과중한 업무 부하로 인해 ‘소진’이 가장 먼저 나타나요. 이때 소진은 신체적 소진과 정서적 소진을 모두 포함한답니다. 이로 인해 ‘냉소주의’가 더 심해지기 시작하고, 그 결과 업무에 대한 흥미를 잃고 사람들에게 부정적으로 반응하게 되죠. 이 상태가 지속되면 스스로가 무가치하고 쓸모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비효율’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 결과, 성취가 줄고 실수가 늘어나기 시작해요.
최근 모델들은 번아웃의 경과를 유발요인의 관점에서 설명하기도 해요. 해당 모델에 따르면 번아웃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발생하죠.
우선 ‘직무 스트레스 유발원(job stressor)’이 나타나는데, 이는 주로 업무 요구와 개인이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의 불균형에서 비롯돼요. 이로 인해 개인에게 ‘압박(strain)’을 느끼며, 정서적 소진과 함께 불안감이 발생하게 되죠.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개인은 그에 대한 ‘방어적인 대처전략(defensive coping)’을 발휘하게 되는데, 그 대처전략이 바로 냉소주의랍니다.
번아웃은 종종 우울증과 비슷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해요.
번아웃을 평가하는 지표(SMBM)와 WHO가 우울증을 스크리닝하기 위해 만든 지표(PHQ-9) 사이에는 중복되는 문항도 많아요. 많은 연구들은 번아웃과 우울증 사이에 어느 정도 관련성이 있다고 말하고 있어요. 번아웃과 우울증은 분명 서로 연결되어 있답니다.
핀란드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직장에서 발생한 문제로 우울증이 생길 때, 번아웃이 그 과정의 첫 단계가 되기도 한다고 해요.
그러므로 내가 번아웃인지 궁금하다면, 우선 우울증에 대해 평가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거예요. 우울증에 대한 설명은 별도로 업로드한 글을 참고해보세요.
번아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개인의 노력이 따라와야 해요. 사회나 조직의 노력보다도 말이죠.
물론 연구 결과는 상황적 요소가 번아웃을 만들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지만, 야속하게도 번아웃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이 필수적이랍니다.
여기서 추천되는 몇 가지 방법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Maslach C, Leiter MP. Understanding the burnout experience: recent research and its implications for psychiatry. World Psychiatry. 2016 Jun;15(2):103-11. doi: 10.1002/wps.20311. PMID: 27265691; PMCID: PMC4911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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