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아티클에서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의 특징에 대해 살펴보았다. 생각보다 가벼운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확인했다. 그렇다면 대체 자존감은 왜 낮아지는 걸까? 이유는 다양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크게 네 가지 핵심적인 사건이 낮은 자존감에 기여한다고 한다.
특히 유년기에 발생했던 강한 체벌, 학대, 방임은 매우 강력하게 작용한다. 어릴 적에 이러한 경험을 한 사람들은 아주 쉽게 자기 자신에 대해 ‘가치 없는 사람이다’고 성급하게 결론 내리게 된다. 실제 지금 이 순간에 자신을 아끼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지라도 말이다.
부정적인 경험만 낮은 자존감에 기여하는 건 아니다. 때로는 긍정적인 경험이 부족하여 낮은 자존감이 형성되기도 한다. 이 또한 마찬가지로 주로 유년기 시절의 경험이 중요한데, 어릴 적 가족으로부터 충분히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했다거나, 자신이 했던 일이나 행동에 대해 별다른 지지를 받지 못했던 사람들은 종종 ‘나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곤 한다.
때론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데에 실패하여 낮은 자존감이 형성될 때도 있다. 특히 부모님의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하는데, 흔히 관찰되는 것은 직업 선택 혹은 파트너 선택에 있어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데에 실패하는 것이다. 사실 살펴보면 그러한 기대는 종종 지나치게 주관적이거나 과할 때가 많지만, 당사자에게 그 사실이 중요한 건 아니다. 기대에 부응하는 데에 실패하면 ‘나는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자리잡게 된다.
때론 따돌림 등의 문제로 인해 소속감을 느끼는 그룹을 형성하지 못할 때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한다. 사람들은 그 과정에서 ‘나는 어울릴 수 없다’, ‘나는 부족하다’, ‘나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스스로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기 시작한다.
물론 위와 같은 일을 겪는다고 모두 자존감이 낮아지는 건 아니다. 반대로 자존감이 낮다고 해서 모두 위와 같은 일을 겪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의 이면에 자존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면 위와 같은 패턴이 흔히 관찰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모두 그러한 경험 끝에 자신에 대한 특정한 생각이나 이미지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이를 ‘핵심 믿음(core belief)’이라고 한다.
핵심 믿음은 낮은 자존감을 영속화시키는 연료와도 같다. 핵심 믿음이 어떤 식으로 끊임없이 자존감을 낮추도록 작용하는지,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아티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여기서는 위와 같은 경험이 특정한 핵심 믿음을 만들어낼 수 있고, 그러한 핵심 믿음이 자존감이 낮아지는 데에 중요하게 기여한다는 것만 이해하자.
모든 정신건강 문제가 그렇듯, 자기 이해가 동반되면 문제의 실마리가 보이기 마련이다. 물론 혼자서 자신을 이해하는 게 쉽지 않을 순 있다. 그렇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구해보자. 인지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도움이 될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낮은 자존감 또한 충분히 체계적인 방법에 의해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힘들지만 조금씩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을 갉아먹는 세계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는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충분히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