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티를 많이 마실수록 정신건강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가 있다. 2023년 8월에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에 발표된 연구다.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치부하기에는 나름 공신력 있는 저널에 소개된 연구라 자세히 읽어보았다. 생각보다 제법 의미있는 통찰이 있었다. 삶에 제법 유익한 내용이 될 테니 하나씩 살펴보자.
우선 선행 연구들은 건강하지 않는 식습관과 나쁜 정신 건강 사이에 관련성이 있다는 것을 밝혔다. 밀크티가 부정적인 심리적 사건을 경험할 확률을 높인다는 연구도 있었다. 최근에는 밀크티 소비가 우울과 불안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도 있었다. 다만 그러한 연구들은 단순히 밀크티 소비 정도와 정신건강 사이의 관련성 정도를 파악한 것일 뿐, 밀크티 소비가 정신의학적인 관점에서 ‘중독’ 문제로 이어지는지 파악하진 못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국정신의학협회(APA)의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메뉴얼(DSM-5)에서 소개하는 ‘중독’ 기준에 따라 밀크티 중독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밀크티 중독이란:
사실 이렇게 보면 ‘무슨 밀크티 중독까지 정의하고 그래’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사실 밀크티는 카페인이 포함된 가당 음료(caffeinated sugar-sweetened beverage, caffeinated SSB)이다. 연구에 따르면 caffeinated SSB의 소비는 알코올 또는 도박 중독과 비슷한 매커니즘으로 중독 증상과 금단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밀크티 중독을 알코올 또는 약물 중독과 비슷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도 무리가 아닌 것이다.
사실 이 연구는 중국에서 진행됐는데, 중국에서 밀크티 소비가 얼마나 높은지 이해하면 왜 이러한 연구가 진행되었는지 알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밀크티 소비자 중 83%는 한 달에 5-14컵 정도의 밀크티를 소비하며, 그 중 58%는 젊은 사람들이고, 또 그 중 70%는 여성이다. 그러니 어떻게 하겠는가. 다른 음식 또는 약물과 같이 그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수밖에.
그러면 정신건강을 논하는데 왜 밀크티 중독이 거론된 걸까? 사람들은 흔히 스트레스나 고독감 등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대처하곤 하는데, 이러한 과정을 설명한 이론이 스트레스 대처 모델(stress-coping model)이다. 이 모델에 따르면 부정적인 감정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특정한 대처 전략을 발휘하도록 한다. 문제는 그러한 ‘대처 전략’이 다시 문제를 낳아 결국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효과적이지 않은 대처 전략 중 하나가 caffeinated SSB와 같은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일정 수준 이상의 밀크티 섭취 또한 중독으로 정의할 수 있고 그것이 부정적인 대처 전략으로 작용하여 우울과 불안을 높인다면, 우리는 밀크티 중독과 정신건강 사이에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자, 그러면 이제 결과를 살펴보자.
평균 연령 20.6세 대학생 4,078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위와 같은 결과는 하나의 ‘대처 전략’으로 설명될 수 있다. 사람들은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경험할 때 특정한 행동을 함으로써 현실의 문제를 피하거나 그로 인해 겪게 되는 부정적인 감정을 줄이려고 노력하는데, 이를 ‘대처 전략’이라고 한다. 흔히 이러한 대처 전략은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문제를 더 심화시킨다. 스트레스를 유발했던 문제 상황을 직접적으로 더 악화시키기도 하고, 아니면 약물 중독, 음식 중독 등과 같은 부정적인 결과를 만들어 간접적으로 상황을 더 악화시키기도 한다.
밀크티 중독에서 나타나는 패턴은 스마트폰 중독 또는 페이스북 중독 등과 같은 현상에서 나타난 패턴과 거의 유사하다. 고독감을 느끼면, 그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기 위해 특정한 형태의 대처 전략을 발휘하게 되고(여기서는 밀크티 섭취), 이는 직접적으로 문제 상황을 악화시키거나, 또는 올바른 대처 전략을 만들지 못하게 하고 상황을 그저 회피하도록 만듦으로써 간접적으로 문제 상황을 악화시킨다. 밀크티 중독 외에도 다른 모든 행동들이 이와 같은 패턴을 보일 수 있음에 주의하자. 최근에는 ‘도파민 중독’이라는 말이 유행인데, 이러한 중독 행동들은 흔히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부적절한 대처 전략으로서 나타날 때가 많다.
그러니 자신이 별다른 목적 없이, 습관적으로, 그것이 방해된다는 걸 알면서도, 어떠한 행동을 지속하고 있다면, 이를 단순히 게으름 또는 의지 박약 등과 같은 문제로 바라보지 말고, 혹시나 정신 건강 측면에서 다른 노력이 필요한 건 아닌지 되새겨 보도록 하자.
Qu D, Zhang X, Wang J, Liu B, Wen X, Feng Y, Chen R. New form of addiction: An emerging hazardous addiction problem of milk tea among youths. J Affect Disord. 2023 Nov 15;341:26-34. doi: 10.1016/j.jad.2023.08.102. Epub 2023 Aug 23. PMID: 37625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