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패스트푸드는 현대인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어요. 직장에서 점심시간이 얼마 주어지지 않아 간단히 햄버거나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기도 하고, 퇴근 후에는 요리할 기운도 남아있지 않아 어김없이 배달 앱을 켜기도 하죠. 과도한 패스트푸드의 섭취가 신체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도 오래 전이에요. 간편하긴 하지만 영양소가 골고루 분포하고 있지 않고 지방과 나트륨의 함유량이 높기 때문에 성인병과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키우죠.
그런데 혹시 패스트푸드가 정신건강과도 관련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번 글에서는 2024년 6월 Psychiatry Investigation이라는 학술지에 실린 연구 한 편을 다뤄볼게요.
소개할 논문은 코로나19의 유행으로 학교가 폐쇄되었을 당시 청소년들의 패스트푸드 섭취 및 일상생활 변화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고자 했는데요. 연구진은 광주 지역의 중고등학생 1,700여명을 대상으로 식단, 수면, 신체활동, 여가활동, 그리고 우울감 등의 정신건강에 대해 설문조사를 시행했어요.
연구 결과, 설문조사에 참가한 약 34.6%의 학생들이 대면 수업이 중단된 기간 동안 패스트푸드 섭취가 증가했다고 보고했어요.
더 나아가, 연구진은 패스트푸드 섭취가 증가했다고 보고한 군과 그렇지 않은 군을 비교하기 위해 추가 분석을 시행했는데요. 패스트푸드 섭취가 늘어난 군에서 우울감을 평가하는 척도인 PHQ-9, 그리고 소외감을 평가하는 UCLA 외로움 척도에서 유의미하게 높은 점수를 보였어요. 다시 말하자면, 더 높은 수준의 우울감과 소외감을 나타냈다는 것이죠.
이뿐 아니라, 패스트푸드 섭취 증가군에서 코로나19 유행 기간에 걸쳐 부정적인 생활습관 변화가 더욱 두드러졌어요. 식사와 수면패턴이 불규칙해졌고 신체활동이나 사회활동이 줄어들었다고 보고하는 비율이 높았답니다. 컴퓨터를 사용하거나 게임하는 시간 역시 패스트푸드 섭취가 늘어나지 않은 학생에 비해 증가율이 높게 나타났어요.
위와 같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패스트푸드 섭취가 정신건강 및 올바른 생활습관과 역의 관계를 보인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겠네요.
연구진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패스트푸드 섭취 증가를 예측할 수 있는 요인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알아내기 위한 추가 분석도 진행했어요. 연구 결과, (1)식사와 수면이 불규칙하거나, (2)인터넷 사용시간이 길거나, (3)낮 시간에 돌봐줄 수 있는 보호자가 부재한 경우 패스트푸드 섭취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답니다.
이러한 결과는 부정적인 생활습관이 단순히 패스트푸드 섭취 증가의 결과가 아니라 패스트푸드 섭취 증가에 기여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요. 패스트푸드를 많이 섭취할수록 생활패턴이 무너지고, 무너진 생활패턴이 또다시 패스트푸드 섭취로 이어지는 일종의 악순환인 것이죠.
본 연구는 코로나19 유행이라는 특수한 시기에 진행된 것이지만, 그 결과가 시사하는 교훈은 우리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어요. 건강한 마음과 올바른 생활습관을 위해서는 패스트푸드를 경계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죠.
정신건강 문제는 '호르몬'의 문제이기 때문에 약물 치료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하지만 사실 정신건강은 삶의 많은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는 '종합 질환'과도 같습니다. 약물치료뿐만 아니라 중요하다고 알려진 심리치료, 명상, 운동, 식사, 수면 등 다양한 영역에서도 정신건강 관리를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하답니다.
Lee JY, Moon S, Cho SH, et al. The Relationship Between Fast Food Consumption and Daily Lifestyle Changes During School Closures Following the COVID-19 Pandemic: A Cross-Sectional Study Among Adolescents in Korea. Psychiatry Investig. 2024;21(6):610-617. doi:10.30773/pi.2023.0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