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생일에는 무엇을 먹었는지 잘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초등학교 시절 보냈던 생일은 생생히 그려지지 않나요? 혹은 어렸을 때 부모님께 들었던 꾸지람이나 상처 받았던 기억이 여전히 내 마음을 힘들게 하지는 않나요?
이처럼 어린 시절의 경험은 어른이 된 후 겪는 경험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어린 시절의 경험이 정신건강에 끼치는 영향력에 대해 알아볼게요.
전 세계의 다양한 집단을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출생부터 18세까지 겪는 아동기 부정적 경험(adverse childhood experience)이 성인이 되었을 때의 정신 및 신체건강 문제의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해요. 아동기 부정 경험에는 신체적 또는 정신적 방임이나 학대, 부모의 이혼, 가족의 알코올 중독이나 물질사용장애, 가족의 정신질환 등이 속하죠.
아동기 부정적 경험은 정신건강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 걸까요?
아동기 부정적 경험에 노출되면 우리 뇌가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방식에 변형이 일어나게 돼요. 스트레스에 취약해지는 것이죠. 그렇게 스트레스에 취약해지면서 감정 조절 및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느끼게 되고 충동성, 주의력 결핍 등의 문제를 경험하게 될 위험이 증가하게 됩니다. 특히 성장기에 걸쳐 노출된 아동기 부정 경험의 가짓수가 4개 이상인 경우에는 불안, 공황증상, 우울감의 위험이 2~3배 증가해요. 아동기 부정적 경험의 유무뿐만 아니라, 경험이 많이 쌓일수록 정신건강 문제의 가능성이 더욱 커지는 것이죠.
반면 정신건강에 이로운 영향을 끼치는 경험도 물론 있어요.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이를 보호 및 보상 경험(protective and compensatory experience)이라고 부르는데요. 보상적 경험은 지지적 관계와 풍부한 자원, 이렇게 두 가지로 또다시 나뉜답니다.
여기에는 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 친한 친구와의 우정, 또래 그룹의 일원이 되어 느끼는 소속감이 포함됩니다. 또 다른 예시로는 지역 사회에서 자원봉사를 하거나 좋은 선생님과 같은 멘토에게 가르침을 받는 것 등이 있어요.
아동의 필요가 충족되는 안전한 가정, 양질의 교육, 취미 또는 여가활동 등이 포함됩니다.
보호 및 보상 경험은 말 그대로 정신건강을 보호하고 부정적 경험이 미치는 영향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어린 시절 보호 및 보상 경험이 풍부한 사람은 대체적으로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회복탄력성이 좋고 정서적, 사회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한다고 해요.
연구에 따르면, 보호 및 보상 경험 점수가 높은 성인은 부정적 경험이 있음에도 정신건강 문제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더 나아가 보호 및 보상 경험은 양육 태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성인이 된 자신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이어진다고 볼 수 있죠.
시간을 어린 시절로 되돌릴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보호 및 보상 경험은 성인이 되어서도 쌓인다고 해요.
실제로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보호 및 보상 경험의 원리를 이용해서 성인을 대상으로 그룹 치료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그룹이 함께 지지적 관계를 가꿔나감으로써 각자의 삶과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도록 도모하는 것이죠.
디스턴싱에서도 후반부로 갈수록 지금 나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부정적인 생각과 검증을 만들어낸 ‘핵심 경험’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요. 내가 어떤 경험을 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생각이 나의 마음속에 자리잡았으며, 그것은 왜 지금 여기에서 문제를 만들고 있고, 또 그 맥락을 고려해 보았을 때 왜 나의 반응은 이토록 타당할 수밖에 없는지 이해하는 것. 이것이 변화의 중요한 시작이랍니다.
Morris AS, Hays-Grudo J. Protective and compensatory childhood experiences and their impact on adult mental health. World Psychiatry. 2023;22(1):150-151. doi:10.1002/wps.210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