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 명상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을 거예요. 이제 명상은 더 이상 마음 공부를 하며 도 닦는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죠. 유명한 정신과학 학술지에도 마음챙김 명상에 대한 연구가 끊임없이 게재되고 있어요.
스티브 잡스도 명상을 했고, 르브론 제임스도 명상을 해요. 명상이 스님뿐만 아니라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사람, 심지어는 일반인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명상은 왜 효과가 있는 걸까요? 이번 글에서는 명상이 왜 효과적인지 그 원리를 알아볼게요.
마음챙김 명상을 해 본 사람이라면 ‘어떠한 판단도 하지 말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을 지켜보라’는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거예요.
이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전제를 이해해야 해요.
한 가지씩 이해해 보도록 할게요.
뇌는 정말 신비한 기관이에요. 뇌에겐 그 어떠한 절대적인 진실은 없는 것 같아요. 팔이 절단된 사람들 중에서는 이미 잘려나가고 없는 손으로부터 통증을 느끼기도 해요. 한편 의수를 사용하면 뇌는 금새 실제 손이 존재하는 것처럼 의수를 하나의 신체 기관으로 받아들이고 적응합니다.
뇌는 실재하지 않는 통증을 느끼기도 해요. 뇌에게는 ‘인식되는 것이 곧 사실’이죠. 문제는 때때로 우리의 뇌가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을 ‘사실’처럼 받아들인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보면, 레몬을 상상해보세요. 노란 레몬을 말이죠. 껍질에는 촉촉하게 물기가 남아있어요. 자, 이제 레몬을 반으로 자르고, 반쪽을 들고 그대로 입안에 가져가서 레몬즙을 짜보세요. 어떤가요? 제대로 따라왔다면 분명히 입안에 침이 강하게 고였을 거예요. 웃기지 않나요? 우리가 상상한 건 그저 몇 가지 이미지일 뿐인데 말이죠. 하지만 우리 뇌는 그것에 강하게 반응했고 실제로 신체 반응도 만들어냈어요.
뇌는 생각에도 정확히 똑같이 반응해요. 이 특성 덕분에 이미 사라져버린 과거도 지금 이 순간의 생생한 현실이 될 수 있고,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걱정도 지금 이 순간의 생생한 현실이 될 수 있어요.
결국 과거는 우울이 되고, 걱정은 불안이 되죠. 이는 우리 마음속에 부정적인 레몬이 존재하는 것과 같아요.
이미 끝나버린, 혹은 아직 다가오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현실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죠. 이는 인간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얻게 된 불가피한 부산물이에요.
우리에게도 문제가 있어요. 바로 우리가 스스로 ‘능동적으로 생각한다’고 단단히 착각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하지만 생각은 그저 마음속에 떠오를 뿐이에요. 과거의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현재 상황에 반응해, 생각은 그저 마음속에 만들어질 뿐이죠.
내가 어떠한 생각을 하지 않을지 선택할 수 있을까요? 답은 그럴수 없다에요. 생각은 만들어질 뿐이니까요. 궁금하면 직접 실험해보아도 좋아요.
잠시 눈을 감고 1분 동안 아무 생각도 하지 말아보세요. 하나도 어렵지 않아요. 그저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면 되는 거예요.
자, 시작해보세요. 그리고 1분이 지나면 눈을 떠 보세요.
성공했나요? 아마도 아닐거예요. 적어도 “웃기는 소리하고 앉아있네”, “지루해 죽겠네”,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아니? 난 아무 생각도 안 드는데?”라는 생각을 했을 거예요. 우리는 결코 마음대로 생각할 수 없어요. 이미 많은 뇌과학 연구들은 이를 증명하고 있답니다.
생각은 그저 마음속에 떠오를 뿐이에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생각과 끊임없는 싸움을 시작해요. 특정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도록 애쓰기도 하고, “긍정적인 생각만 해야 해”라고 이야기하며 특정한 형태의 생각만 마음속에 담아두려고 애쓰기도 해요.
하지만 이는 애초에 불가능해요. 가능하다 하더라도 일시적일 뿐이에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더 강하게 와르르 무너져 내릴 뿐이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오히려 생각의 부정적인 의미는 더 강하게 커지게 되죠.
“핑크색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면 온종일 마음속에 핑크색 코끼리만 생각나는 것처럼, 특정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할수록 삶의 주제는 점차 그 생각에만 초점이 맞춰질 뿐이에요.
이 세 가지 전제를 이해했다면 우리에게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거에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생각은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마음속에 튀어오를 뿐이라는 것을 이해한 상태에서, 그 생각들을 그저 하나의 심리적 사건으로 바라봄으로써 생각의 상징적 의미를 최소화하고, 나의 마음속에 그러한 생각이 있다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심지어는 온전히 느끼고 경험해보는 것이죠.
자, 이제 다시 아래 문장을 살펴보세요.
‘어떠한 판단도 하지 말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을 지켜보라’
이제는 이것이 어떠한 의미인지 이해 되시겠죠?
이처럼 생각을 그저 하나의 생각으로만 바라보며 생각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일은 단순히 마음챙김 명상으로만 배울 수 있는 것만은 아니에요. 사실 대부분의 정신건강 관리 기법과 치료들도 거리두기(distancing) 원리를 활용하고 있어요.
거리두기는 조금 더 전문적으로는 탈중심화(decentering)라고 불리는데, 용어와 무관하게 그 원리는 같아요. 한 발짝 떨어져서 나의 생각을 하나의 대상처럼 여기며 바라봄으로써 그로 인한 영향을 줄이는 것이랍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부터 아론 백의 인지치료, 제프리 영의 심리도식치료, 헤이즈의 수용전념치료, 그리고 마음챙김 명상까지, 모두 그 방식과 집중하는 대상이 다를 뿐 원리는 동일해요. 관련 연구들도 이를 지지하고 있답니다.
마음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 생각과 거리두기를 실천해보세요. 생각을 그저 하나의 사물처럼 여기는 거예요. “아, 나의 마음속에는 이런 생각이 떠올랐구나”라고 조용히 속삭여도 좋아요. 혼자서 해내기 어렵다면(특히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가 있는 경우) 거리두기를 다루는 인지치료 프로그램을 이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거예요.
나는 자유롭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나의 생각은 정확하지 않을 수도, 도움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이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 역설적으로 당신은 진정으로 자유로운 존재가 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