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트라우마와 우울감의 연관성에 대한 한 편의 논문을 같이 살펴보려고 해요. “중국 대학생에서의 유년기 트라우마와 우울감(Childhood Trauma and Depressive Level Among Chinese College Students in Guangzhou)”의 제목으로 2024년 4월 Psychiatry Investigation이라는 정신의학 학술지에 소개된 논문이에요.
연구진은 중국의 주요 도시 중 하나인 광저우에 거주하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학창 시절 트라우마와 우울감 간의 관계를 파악하려는 목표를 세웠는데요. 약 1,000명의 대학생에게 자기 보고식 설문지를 작성하도록 하여 데이터를 수집했다고 해요. 트라우마 경험 및 우울감의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각각 ‘아동기 트라우마 설문지’와 ‘벡 우울 척도’를 사용하였고, 이외에도 ‘지각된 스트레스 척도’와 ‘반추적 반응 척도’를 추가하여 스스로 인지하는 스트레스 수준과 반추적 사고에 대한 정보를 추가적으로 얻었어요.
그 결과, 유년기 트라우마, 우울감, 스트레스 수준, 반추적 사고 간에 유의미한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이 4가지 요소 간의 관계를 더욱 자세히 파헤치고자 매개 분석이라는 방법을 사용했는데요. A와 B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고 했을 때, 이 관계를 설명(‘매개’)할 수 있는 매개변수 X를 식별한다는 의의를 가지고 있어요.
분석 결과에 따르면, 스트레스 수준이 유년기 트라우마와 우울감의 매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다시 말하면, 학창 시절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이 더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다고 보고했고, 그로 인해 우울 증상이 증가했다는 의미이죠.
'반추' 역시도 중요한 매개변수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반추는 부정적인 사건이나 생각을 반복적으로 곱씹는 인지적 과정을 가리켜요.
앞서 말한 스트레스 수준과 동일하게 유년기 트라우마와 우울감 간의 관계를 매개했으며, 더 나아가서 유년기 트라우마와 스트레스 수준 간의 관계 역시 매개한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반추를 많이 하는 사람들은 트라우마 경험으로 인해 더 심한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예요. 우리가 트라우마를 처리하고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경험하는 과정 곳곳에 반추가 도사리고 것이죠.
여기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연구 대상자는 정식적으로 정신질환을 진단 받지 않은 비임상 집단이라는 것이에요.
이처럼 반추적 사고는 단지 질환의 맥락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보편적인 과정이에요. 다만 개인마다 그 정도의 차이가 날 뿐이죠. 그렇지만 연구 결과가 시사하듯, 그 차이가 정신건강 측면에서 굉장히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요. 똑같이 어린 시절 아픈 기억이 있어도 이를 크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보다 끊임없이 되새기고 곱씹는 사람이 우울하고 스트레스를 느낄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정신건강 전문가들도 트라우마, 우울감, 불안 등을 평가할 때 반추가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매우 중요하게 다루게 됩니다. 증상을 키우는 나쁜 생각의 고리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고리를 끊어내도록 돕는 것이 우울증 인지치료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이기도 하죠.
디스턴싱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고, 설령 마음속에 그런 생각이 떠오르더라도, 다시 내가 원하는 선택을 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에요. 내 마음이 힘들다면 어떤 생각과 사고방식이 내 마음을 힘들게 만드는지 자세히 들여다보는 과정이 필요하답니다. 그때 반추는 중요한 주제이자, 함께 공략할 목표일 거예요.
Wang J, Liang Q, Yang A, Ma Y, Zhang Y. Childhood Trauma and Depressive Level Among Chinese College Students in Guangzhou: The Roles of Rumination and Perceived Stress. Psychiatry Investig. 2024;21(4):352-360. doi:10.30773/pi.2023.0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