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겨울이 찾아오고 있다. 거리엔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린다. 그런데 이상하게 내 기분은 우울하다. 자꾸 다운되고 무기력하다. 왜 그런 걸까?
사실 이건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현상을 겪고 있으니까 말이다.
우울증 중에는 계절 변화와 동반되어 나타나는 형태가 있는데 이를 계절성 정동 장애(Seasonal Affective Disorder), 쉬운 표현으로는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한다.
계절성 우울증은 일년 중 특정 시기에 발현되고, 그 시기가 지나면 사라지는 경향을 보인다. 흔히 가을과 겨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드물게는 봄 또는 여름에 발병하기도 한다.
쉽게 말하면 가을 또는 겨울에 발생하는 우울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증상은 일반 우울증과 동일하다. 다만 그 발병 양상이 계절 변화와 관련이 있는 것이다.
계절성 우울증은 왜 발생하는 걸까? 아직 명확한 원인은 알 수 없으나 생물학적인 원인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빛을 쬐는 것과 관련된 생체시계에 문제가 생긴 경우가 흔히 주요 원인으로 제시되며, 그로 인해 멜라토닌 및 세로토닌 분비 체계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한편 근거 수준이 약하긴 하지만 계절성 우울증의 위험인자로는 흔히 다음과 같은 것들이 거론된다.
우선 우울이 나타나는 시기와 연중 계절 변화 사이에 시간적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즉, 계절성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은 흔히 특정 시기에 우울을 느껴야 하며, 해당 시기를 벗어나면 우울이 사라진다. 이러한 경향이 2년 연속으로 나타나면 계절성 우울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계절과 무관하게 우울을 경험할 수는 있으나, 그보다는 계절과 관련하여 우울을 경험하는 비율이 훨씬 더 많아여 계절성 우울증으로 진단된다.
계절성 우울증은 매 겨울 시즌마다 재발하기 때문에 예방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예방의 경우에는 항우울제 중 Bupropion(Wellbutrin, 웰부트린)만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타 다른 계열의 항우울제나 마음챙김기반인지치료와 같은 심리치료 기법은 계절성 우울증의 예방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햇빛과 관련이 있다 보니 비타민D가 도움이 된다고 홍보하는 영양제 회사들이 제법 많은데, 아쉽게도 비타민D의 사용이 계절성 우울증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는 거의 없으며, 그나마 진행된 작은 규모의 연구에서조차 긍정적인 효과는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계절성 우울증은 단순히 계절 타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겨울마다 반복되는 심한 우울감이 있다면 전문적인 도움을 청해보자. 단순히 계절 타는구나 생각하고 넘어갔던 것들이 조금씩 나의 마음을 갉아먹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