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극복을 위한 운동: 일주일에 30분, 이렇게 움직이면 된다
2023-12-13
12/13/2023 9:34 PM

운동으로 우울증 극복이 가능할까?

“운동 열심히 하세요.”

우울증 진료를 받다 보면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많죠.  의학을 공부한 저는 종종 주변에서 “저런 말은 나도 하겠다”라는 불만을 들을 때가 많아요.

하지만 정말 그게 정말 빈말이 아니라면 어떤가요? 운동이 우울증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왔거든요. 최근에도 2023년 5월에 발표된 연구에서 운동과 항우울제의 효과를 비교한 내용이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에 실렸습니다.

항우울제 VS 운동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가지고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간단한 실험이 진행 되었답니다.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첫 번째 그룹에게는 통상적으로 시행하던 약물치료를, 두 번째 그룹에게는 16주 동안 주 2회 이상의 달리기를 시행했어요. 결과가 매우 흥미로워요.

  • 16주 후 두 그룹 간의 증상 완화 정도에는 차이가 없었어요. 다시 말해, 두 치료 방법의 효과는 비슷했습니다.
  • 항우울제를 복용한 그룹에서 16주 후에는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진단받지 않은 사람의 비율이 45%였습니다.
  • 달리기 치료를 받은 그룹에서 16주 후에는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진단받지 않은 사람의 비율이 43%였습니다.
  • 두 그룹 간의 증상 완화 정도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습니다.
  • 달리기 치료를 받은 그룹에서는 몸무게, 허리둘레, 혈압 및 심장 기능 등의 신체 건강 지표가 더 개선되었습니다.
  • 항우울제를 복용한 그룹 중 82.2%가 실험이 끝날 때까지 약물을 완료한 반면, 달리기 치료를 받은 그룹은 52.1%만 치료를 완료했습니다.

항우울제만큼 효과있는 운동

정리하면, 항우울제와 달리기가 우울증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동일하다고 볼 수 있어요. 신체 건강 측면에서는 달리기가 더 큰 개선을 보이죠. 하지만 달리기를 16주 동안 주 2회 이상 하는 건 약물을 복용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랍니다. 그래서 끝까지 마치기가 쉽지 않죠. 때문에 실험의 결과로 달리기가 항우울제와 동일한 효과를 갖는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어요.

이 연구에는 검증되지 않은 것들이 많아요.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고, 연구에서 사용된 항우울제의 용량이 통상적인 경우보다 작았다는 지적도 있어요. 또한 DSM-5와 같은 국제적 진단 기준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요.

무엇보다 우울증의 핵심 증상 중 하나인 무기력이 동반된 상황에서 신체 활동을 증가해야 한다는 해결책은 모순이에요. 실제로 우울증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지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그럼 얼마나 운동해야 할까?

자, 이제 순전히 ‘정신’을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렇다면 대체 얼마나 운동을 해야 하는 걸까요?

이전에 살펴본 것과 같이 우울증이 있는 경우에는 16주 동안 주 2회 이상 달리기를 하는 것이 효과가 있었습니다.

우울증 극복과 운동 강도의 연관성

2022년 JAMA psychiatry에서 우울증 위험과 신체 활동 사이의 관련성을 비교했습니다. 즉, 운동의 강도에 따라 우울증 위험이 낮아지는 정도를 평가했습니다.

운동의 강도에 따라 우울증 위험이 낮아지는 정도를 평가한 그래프

위 그래프에서 x축은 운동의 강도, y축은 우울증 발생 위험 정도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운동을 하나도 하지 않았을 때 우울증 발생 위험을 1로 두고 계산했습니다.

구간별로 살펴보면, 약 4mMET-h/wk에 달하는 운동을 한 경우에는 우울증 위험이 18%, 9mMET-h/wk에 달하는 운동을 한 경우에는 우울증 위험이 25% 감소되었습니다. 그래프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운동 강도가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가면, 운동에 의해 우울증 위험이 감소되는 효과가 거의 일정해집니다. 그 기준은 약 15mMET-h/wk 정도입니다.

즉,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정도’만큼만 운동하고 싶다면, 15mMET-h/wk 정도로 운동하면 됩니다(물론 이보다 더 운동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렇다면 그 정도는 어느 정도일까요? 아래를 살펴보세요. 모든 활동은 일주일 기준이에요.

  • 1mMET-h/wk: 가벼운 걷기(24분 간), 가사 일(30분 간)
  • 5mMET-h/wk: 빠르게 걷기(100분 간), 가벼운 요가(120분 간)
  • 10mMET-h/wk: 조깅(85분 간), 수영(100-120분 간)
  • 15mMET-h/wk: 조깅 (130분 간), 자전거 타기(110분 간), 에어로빅 댄스(120분 간)

우울증 극복을 위한 일주일 운동 계획

결론을 내보면, 일주일에 30분씩 자전거 타기를 3번 정도, 30분 조깅을 네 번 정도, 혹은 60분 에어로빅 댄스를 두 번 정도 한다면 다른 사람들보다 우울증 위험을 약 30% 낮출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빠르게 걷기를 100분 간만 진행하여도 우울증 위험을 20% 정도는 낮출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몸을 움직이는 것부터 시작이다

그러니 움직이세요. 마음이 뒤숭숭하고 뭔가 다운되고 무기력하다면, 침대 위에서 고민하지 말고 그냥 밖으로 나가세요. 마치 그게 의사 처방인 것처럼 생각해보세요.

나가서 30분 간 빠른 속도로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도 살펴보고, 뺨을 스치는 바람도 느껴보고, 자동차의 시끄러운 경적 소리도 들어보세요. 그렇게 돌아오면 어느샌가 우울의 늪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르니까요.

무기력 극복의 열쇠, 운동
마음이 뒤숭숭하고 뭔가 다운되고 무기력하다면, 움직이자

치료에 있어서 수단은 중요하지 않다

결국 질환 치료에는 어떤 방법을 사용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과학적으로 검토해보았을 때 결과적으로 병이 낫거나 줄어드는지가 가장 중요하죠.

항우울제가 분명 효과가 있는 건 분명합니다. 약물치료의 효과를 부정하는 건 올바르지 않아요. 하지만 우울증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삶을 살아가면서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인지행동치료 같은 마음치료와 운동은 항우울제와 함께 사용될 때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어요.

그러니 의사가 "운동 열심히 하세요"라고 말할 때는, 이 말이 더 중요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려해야 해요.

“운동 열심히 하세요 (연구에 따르면 운동을 꾸준히 하는 건 항우울제만큼이나 큰 효과가 있는 일이거든요. 심지어 신체 건강도 챙길 수 있어요. 항우울제가 신체 건강을 좋게 해주진 않죠. 부가적인 이점이 있으니 안 할 이유가 없어요. 물론 운동을 매주 2회 이상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건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분명히 중요합니다. 항우울제만큼이나 중요한 ‘치료’예요. 이 또한 하나의 처방으로 받아들이고 운동에 임해보세요).

자, 다음 환자분?”

참고문헌

Pearce M, Garcia L, Abbas A, Strain T, Schuch FB, Golubic R, Kelly P, Khan S, Utukuri M, Laird Y, Mok A, Smith A, Tainio M, Brage S, Woodcock J. Association Between Physical Activity and Risk of Depression: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JAMA Psychiatry. 2022 Jun 1;79(6):550-559. doi: 10.1001/jamapsychiatry.2022.0609. PMID: 35416941; PMCID: PMC9008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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