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추: 우울의 결과가 아니라 원인이다
2025-01-03
1/3/2025 12:36 PM

진료 현장에서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가장 자주 듣는 말들 중 하나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요,’ ‘생각이 너무 많아서 힘들어요’라는 것이다. 대부분 부정적인 경험이나 자신의 단점에 꽂혀 지속적으로 곱씹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반추(rumination)라고 한다.

예전에는 반추를 정신질환의 결과로 보는 관점이 강했다. 우울하거나 불안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생각이 늘어난다고 여겼던 것이다. 그러나 반추에 대한 연구가 축적될수록, 반추는 단순히 질환의 부산물이 아니라 다양한 정신병리의 발생과 지속에 기여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으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 반추와 우울증의 연관성

반추와의 연관성이 가장 잘 밝혀진 질환은 우울증이다. 반추 성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우울증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똑같이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겪었거나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반추를 많이 하는 사람에서 더욱 쉽게 우울증으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이미 우울증이 발병한 경우, 반추가 우울한 기분과 맞물리면 정신적 고갈로 이어지고 우울증을 지속시키기도 한다.

반추가 키우는 건 우울증뿐만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반추의 악영향은 우울증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PTSD, 불안 장애, 불면증, 섭식 장애, 중독 장애 등 무수한 정신건강 문제의 발병과 악화와 깊게 연관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개별적인 진단과 질환의 문제를 떠나서 ‘정신병리’라는 큰 틀의 관점에서 반추가 중요한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벗어나기 어려운 반복성 부정적 사고

사실 반추는 반복성 부정적 사고(repetitive negative thinking)라고 불리는 인지과정의 하나다. 반복성 부정적 사고란, 반추뿐만 아니라 원치 않지만 침투적으로 떠오르는 생각, 반복적인 생각, 과도한 걱정 등의 벗어나기 어렵고 비생산적인 사고 방식을 모두 통틀어서 일컫는 용어라고 할수 있다.

인지 조절 기능이 미숙한 사람은 반복성 부정적 사고에 쉽게 빠지기도 하고, 이러한 틀에 오랫동안 갇히게 되면 스트레스를 받거나 시련이 닥쳤을 때 오히려 이에 대해 반복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더욱 편안하게 느껴지는 역기능적인 습관으로 자리 잡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부정적인 인지 패턴은 정신질환 문제에 불을 지피고 키우는 기름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반추를 잡아야 마음이 건강해진다

따라서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이러한 반복성 부정적 사고의 중요한 역할을 인지하고 치료 과정에서 이를 중점적으로 다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음챙김, 메타인지 학습, 반추 중심의 인지행동치료 등 부정적 사고를 수정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개발되어 있는데, 디스턴싱도 그러한 기법 중 하나다. 뿐만 아니라 정신질환 고위험군에서 부정적 사고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이 우울증을 예방하는 상당한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번 글에서 반추를 비롯한 반복성 부정적 사고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내가 생각하는 방식이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처리하는 능력과 기분, 수면 등 정신건강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우울한 기분, 불안한 마음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우리 머릿속에 원치 않는 부정적인 생각이 맴돌고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참고 문헌

Ehring T. Thinking too much: rumination and psychopathology. World Psychiatry. 2021;20(3):441-442. doi:10.1002/wps.2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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