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기복이 심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고 느껴질 때, 우리는 그 원인을 찾고자 합니다. 인터넷에서 조울증, 경계성 인격장애 같은 진단명을 찾아보며 자신을 정의하려고 하죠. 하지만 진단명보다 중요한 것은 내 마음 속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오늘은 왜 나의 감정 기복이 심한 이유를 ‘분노’ 라는 감정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해볼게요. 우리 마음 속의 버럭이는 왜 예고도 없이 화를 내야만 했을까요?
먼저, 감정은 어디서 오는지 이야기해볼게요. 현대의 인지 모델에 따르면, 우리의 감정은 외부 자극 자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 자극에 우리가 부여하는 의미에서 비롯됩니다. 즉, 사건 자체가 아닌, 그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감정 반응이 달라진다는 것이죠.
버럭이가 화를 내는 이유는 단순히 상황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 상황에 대해 버럭이가 부여한 의미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건이 버럭이에게 “이건 나에게 해로운 일이다”라는 의미로 다가오면, 그는 바로 분노로 반응하게 됩니다.
이 때, 감정을 만드는 '의미'는 우리의 생각 속에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감정에 앞선 최초의 해석인 ‘생각’은 너무나 빠르고 자동적이라, 마치 감정이 처음으로 나타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버럭이도 그가 분노하기 전에 자신이 무언가 생각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할 만큼 빠르게 반응하죠.
예를 들어, 친구가 약속을 취소하는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민수는 이 이야기를 듣고 별다른 감정 반응을 보이지 않지만, 영수는 크게 화를 냈어요. 영수의 버럭이만 반응한 것이죠. 영수의 버럭이가 분노를 하기 전에, 버럭이에게는 어떤 생각이 떠올랐을까요? 버럭이의 머릿속에는 ‘나를 존중하지 않아’ 라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친구가 약속을 취소한 사건은 영수에게 ‘친구는 나를 존중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다가왔고, 그에 대한 반응으로서 분노를 느끼게 된 것입니다.
외부 사건을 해석하는 생각은 믿음에서 비롯됩니다. 믿음이란,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모든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자신과 세상에 대한 깊은 신념이에요.
영수의 이야기를 살펴볼게요. 영수는 어릴 적 부모님의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느꼈습니다. 부모님은 바쁜 일상 속에서 약속을 자주 어겼고, 영수는 자주 혼자 지내야 했죠. 이런 경험은 영수의 마음속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나는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믿음을 심어주었습니다.
이 믿음은 시간이 지나면서 민수의 머릿속에 규칙을 만들었어요. "타인이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나를 무시하는 것이다" 라고요.
따라서 누군가 약속을 어기는 상황이 발생하면, 영수의 버럭이는 바로 반응합니다. 친구가 사정이 생겨 약속을 취소한 사건을 ‘나를 존중하지 않는 행동’으로 해석한 것입니다.
감정 기복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먼저 알아차려야 해요.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는 없지만, 감정을 촉발하는 생각을 인식함으로써 감정에 휩싸이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생각을 인식하는 연습을 반복하다 보면, 내 마음에 감정이 일어났음을 더 잘 이해하고 영향을 덜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이 내가 아님을 깨닫는다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생각과 나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어요. 디스턴싱에서는 이를 “생각과의 거리가 가깝다”고 부릅니다. 그러나 생각은 단지 마음에서 떠오르는 자동적인 반응일 뿐이며, 그 자체가 우리의 본질을 정의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생각을 알아차리고, 생각은 생각일 뿐, 나에 대한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디스턴싱은 생각을 알아차리고, 거리를 두는 연습을 도와주는 디지털 인지치료 프로그램입니다. 디스턴싱을 통해 내 마음 속의 버럭이가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나도 모르게 반응하는 버럭이를 다스려보세요. 어느 순간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