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쓰레기통이 되어가는 과정과 탈출 방법
2024-09-10
9/10/2024 5:55 PM

혹시 내가 감정 쓰레기통?

감정 쓰레기통이란, 다른 사람의 부정적인 감정을 일방적이고 지속적으로 받아주는 상태를 말해요. 단순히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는 감정 쓰레기통이라고 부를 수 없어요.
인지심리학에서는 다음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 ‘누군가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었다’고 이야기해요.

  1. 상대가 일방적으로 나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할 때 (일방성)
  2. 감정 표출이 나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때 (감정 노동 상태)
  3.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끊기 힘든 상태가 되었을 때 (지속성)

그럼 나는 어떻게 누군가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버렸을까요? 그 과정을 몇가지 사례를 통해 이해하고, 이에 벗어나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인지심리학적 관점으로 알아볼게요.

1. 나는 어떻게 감정 쓰레기통이 되었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서서히 누군가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버리곤 해요. 그리고 끊을 수 없는 나의 생각들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요.
실제 사례를 통해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가는 과정을 알아볼게요.

20년지기 친구의 감정 쓰레기통이 된 나

친구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버린 것은 처음엔 작은 일이었어요. 친구가 연애 문제로 고민할 때, 저는 항상 귀를 기울여주고 조언을 해줬어요. "너무 힘들어, 이젠 사람들을 못 믿겠어"라고 말하면, 저는 "괜찮아, 네가 잘못한 게 아니야. 그냥 시간이 필요할 뿐이야"라고 위로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친구를 도와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친구의 고민은 점점 더 자주, 그리고 더 날것 그대로의 감정 배출로 바뀌어 갔어요. “오늘 꼰대 같은 상사한테 혼났어. 진짜 죽여버리고 싶어”라거나 “나 요즘 너무 외로워 우울해. 사는게 의미가 없어”라며 이런 일방적인 감정 배설이 이어졌어요. 저는 여전히 친구를 위로하려고 노력했지만, 점점 지쳐갔고 저도 전염이 된 것처럼 우울해지고 예민해졌어요.

그러나 저는 “너는 내 얘기 들어주는 유일한 사람이야”라는 말에 거절할 수 없었어요. 우리가 20년 동안 쌓아온 우정이 한순간에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웠고 거절하면 나를 배신자 취급할게 분명했어요.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된 나

어린 시절 부터 엄마는 제게 단짝 친구같은 존재였어요. 엄마는 사소한 고민거리를 늘 공유하시곤 했어요. 그런데 요즘들어 아빠에 대한 험담을 제게 너무 많이 하고,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아요.

처음엔 작은 불평이었어요. “너네 아빠는 왜 이렇게 집안일을 안 도와주는지 모르겠어” 같은 말들이었어요. 저는 그때까지만 해도 엄마의 말을 들어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엄마가 힘들어하니까, 딸로서 위로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엄마의 불평은 점점 더 자주, 그리고 더 심각해졌어요. “너희 아빠 이젠 정말 지긋지긋해”, “너가 대학 들어가면 너희 아빠랑 이혼할거야” 같은 말들이 매일같이 이어졌어요. 저는 여전히 엄마를 위로하려고 노력했지만 점점 지쳐갔고, 시험을 앞두고도 마치 엄마의 배설 창구가 되어버린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져 공부에 집중이 되질 않았어요.

그러나 “너 아니면 나는 누구에게 이런 말을 하겠니“라는 말에 저는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어요. 엄마의 그런 감정 배설을 참을 수 밖에 없어요. 거절하는 것은 딸로서 도리를 하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위 두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너니까 내가 솔직히 이야기 하지”라는 솔직함을 가장한 감정 배설이 나를 점차 지배하기 시작하고, 이를 거절할 수 없도록 만드는 나의 생각들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버려요.

2. 감정 쓰레기통에서 탈출하는 법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인지심리학에서는 다음과 같은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어요.

1) 알아차리기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은 내가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가고 있음을 빠르게 알아차리는 것이에요.
빠르게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당시 느꼈던 감정과 생각 그리고 영향 정도를 기록해보는 것이 중요해요. 기록을 할 때도 단순 일기 형식으로 적기보다 상황, 생각, 감정, 영향 정도를 각각 분리해서 적어보는 게 좋아요.
즉, 상대에게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으며, 이런 생각과 감정이 나의 일상에 얼마나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적어보는 것이에요.

기록 예시

  • 상황: 친구의 이별 이야기를 한 시간 동안 들어줌
  • 생각: 자기 할 말만 하네. 내 이야기는 궁금하지 않나 봐.
  • 감정: 불쾌함, 실망감
  • 영향 정도: 90 (0: 일상에 영향을 안줌, 100: 일상이 흔들릴 정도)

이런식으로 기록을 하다보면 내가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알아차릴 수 있어요. 영향 정도가 높아지고 빈도가 자주 발생한다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요.

생각 알아차리기 훈련
‘디스턴싱’ 생각기록지: 알아차리기 훈련

2) 나의 인지 왜곡 다루기

이런 관계를 알아차렸음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끊어내지 못할까요? 그리고 왜 더욱 악화될까요?
인지심리학에서는 이런 관계를 지속시키고 악화시키는데는 나의 인지 왜곡(이하: 생각 함정)이 크게 관련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상대의 잘못인데 내 생각에 왜곡이 있다고? 하며 의아해하실 수 있는데요. 하나씩 살펴보며 관계를 끊어내지 못하는 원인을 살펴봅시다.

생각 함정 1. 부정 편향

미래에 일어나지 않을 일을 부정적으로 확대 해석하는 생각 함정이에요. 부정 편향 생각 함정에 빠지면, 거절했을 때 일어날 상황을 최악으로 예상해서 쉽게 거절할 수 없도록 만들어버려요. 다음은 감정 쓰레기통을 지속시키는 부정 편향 생각 함정의 예시예요.

  • 고민을 들어주지 않으면, 친구가 우울증에 빠질지도 몰라
  • 고민을 들어주지 않으면, 나를 떠날거야
  • 고민을 들어주지 않으면, 나를 변했다며 험담하고 다닐거야

생각 함정 2. 책임 과다

자신이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상황에 대해 과도하게 책임을 느끼는 생각 함정이에요. 책임 과다 생각 함정에 빠지면, 나만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강한 책임감에 빠져 거절할 수 없도록 만들어버려요. 다음은 감정 쓰레기통을 지속시키는 책임 과다 생각 함정의 예시예요.

  • 20년지기 친구니 내가 잘 해결해줄 수 있을거야
  • 엄마에게 의지할 사람은 나밖에 없어
  • 친구가 이렇게 힘든건 내가 충분히 도와주지 못해서야

이런 생각 함정에서 벗어나는 훈련은 디스턴싱에서 체계적으로 진행합니다.

생각함정 찾기 훈련
‘디스턴싱’ 부정 편향 다루기 활동지: 최악의 가능성 이외에 다른 가능성 떠올리기 훈련

마무리

누군가의 감정 쓰레기통이 된다는 것은 정말 괴로운 일이에요. 부정적인 감정은 쉽게 전염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나의 감정을 지치게 만들고 나의 일상에까지 큰 영향을 줘요.

그래서 누군가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었을 때, 이를 가장 빠르게 해결하는 법은 그 사람과 최대한 멀어지는 것이에요. 그러나 현실적으로 상대가 나의 가족이거나 오랜 친구인 경우 관계를 끊는 것이 쉽지 않아요.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관계가 더욱 악화되기 전에 알아차리는 법과 악순환의 관계를 벗어나는데 내가 조심해야할 생각들에 대해 알아보았어요.

이런 생각들을 다루고 감정 쓰레기통으로부터 탈출하는 훈련은 ‘디스턴싱‘에서 진행할 수 있으니 7일 무료 체험을 해보시는 것도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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