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보이는 단어 3개를 골라보세요. 당신이 올해 얻게 될 것들입니다."
새해가 되면 다들 한 번쯤은 이런 제목과 함께 가로, 세로로 글자가 마구 배열되어 있는 글들을 본 적이 있으실 텐데요.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각기 다른 단어를 봤다는 대답을 듣게 되죠.
이는 바로 한꺼번에 다양한 자극이 주어졌을 때 우리 뇌가 모든 자극에 동등하게 반응하지 않고 일부에 집중해서 우선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인데요. 이러한 현상을 주의 편향(attentional bias)이라고 부릅니다. 시끄러운 공간에 있을 때 주변 사람들이 서로 나누는 대화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아도, 갑자기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경우 즉각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것 역시 비슷한 원리이죠.
주의 편향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요, 그 중 우리가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건 부정 편향(negativity bias)입니다. 부정 편향은 다양한 정보와 자극 중에서 부정적인 자극에 과도하게 집중하는 경향을 뜻해요.
부정 편향이 심한 경우에는 백 마디의 칭찬을 들어도 한 마디의 비난이 더욱 신경 쓰이고, 행복한 일이 생겨도 그 안에서 자꾸 부정적인 면을 찾으려고 애쓰게 되죠. 이러한 부정 편향은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 실제로 정신건강 문제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답니다.
특히 불안 및 우울과 깊은 관련이 있는데요. 예를 들어 신경증적 성향의 사람은 남들보다 부정적인 정보를 더 잘 인식하고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 불안과 우울감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어요.
또 부정 편향은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방식과 부정적인 정보에 대해 반추하는 정도를 예측하는 척도이기도 해요. 부정 편향이 강한 사람은 더 많은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기 쉽기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을 쉽사리 떨쳐버리지 못하고 더 오랫동안 유지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이 불안이나 우울감으로 발전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진단 기준을 충족시키는 불안장애, 우울증까지 악화될 수 있죠.
더 나아가, 불안장애와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은 일반인에 비해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떨쳐내는 것을 어려워하기 때문에 질환 자체의 증상으로 인해 부정 편향이 더더욱 심해지기도 해요. 이처럼 부정 편향을 매개로 하는 악순환은 치료를 받아도 불안과 우울이 나아지지 못하도록 하죠. 따라서 우울감, 무기력감, 불면 등의 표면적인 증상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지속시키는 근본적인 인지 오류를 파악하고 수정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답니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이러한 부정 편향을 바로잡기 위해 인지행동치료나 마음챙김을 적용하고 있어요. 디스턴싱에서 다루는 ‘생각 함정’ 중 하나에도 부정 편향이 포함되는데요. 부정 편향을 다룰 때에는 생각을 알아차리고, 그 생각을 거리두고 바라보며, 자신의 주의가 얼마나 부정적인 방향으로 편향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보통 우울증은 감정의 문제로 알려져 있는데 생각과 인지과정의 오류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흥미롭지 않나요? 부정 편향을 식별하고 거리를 둠으로써 반추와 같은 부정적인 사고의 영향을 줄여나가는 것이 건강한 마음의 핵심입니다.
De Houwer J, Koster EHW. Attentional biases in anxiety and depression: current status and clinical considerations. World Psychiatry. 2023;22(3):473-474. doi:10.1002/wps.2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