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과 인지기능 저하는 서로 연관되어 있어요. 우울은 기분이고, 인지기능은 기억이나 집중력 같은 건데 무슨 상관인가 싶나요? 사실 깊은 관련이 있답니다.
2024년 6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의학 저널인 JAMA Network Open에 한 연구가 발표됐어요. “우울 증상과 인지기능 간의 양방향 연관성(Bidirectional Associations of Depressive Symptoms and Cognitive Function Over Time)”이라는 제목의 연구예요.
연구진은 제목 그대로 우울 증상과 인지기능 사이에 상호적인 연관성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어요. 연구는 총 8,268명의 50세 이상 영국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했는데요. 참가자는 2002년부터 2019년까지 2년마다 우울 증상과 인지기능에 대해 평가를 받았어요. 서로 관련 없는 10개의 단어를 회상하는 과제를 통해 기억력을 평가했고, 단어 유창성을 보기 위해 동물 이름대기 검사를 시행했답니다. 우울 증상은 역학연구센터 우울척도(CES-D)를 바탕으로 점수를 매겼다고 해요.
연구진은 분석 방법으로 단순 상관관계 분석이 아닌 회귀분석을 채택했는데요. 그 차이를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볼게요. 상관관계 분석은 변수 X와 변수 Y 간의 연관성을 살펴보는 방법으로, 방향성에 대한 결론은 내릴 수 없어요. 예를 들어 X와 Y가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난다고 했을 때 X에 의해 Y가 달라지는지, 반대로 Y에 의해 X가 달라지는지 알 수 없답니다. 반대로 회귀분석은 X라는 독립변수(원인)와 Y라는 종속변수(결과)를 다루기 때문에 X가 Y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는 것이 가능해요. 간단히 말하자면, 본 연구는 회귀분석을 크게 두 번 시행해서 우울 증상 → 인지기능 저하, 인지기능 저하 → 우울 증상이라는 양방향으로 모두 분석하고자 한 것이죠.
연구 결과, 연구 초기 시점에서 높은 우울 증상을 보고한 사람들이 기억력 및 언어 유창성이 모두 더 낮은 것으로, 즉,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반대로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사람은 더욱 심각한 우울 증상을 보고했어요. 다시 말하면, 우울 증상과 인지기능은 서로가 서로를 예측할 수 있는 양방향의 연관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어요.
이러한 패턴은 추적기간에 걸쳐서 비슷하게 유지되었는데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우울 증상이 급격히 악화된 사람에서 기억력 저하가 더욱 빠르게 진행되었고, 반대로 기억력 변화는 우울 증상이 악화되는 속도에 영향을 미쳤어요. 우울 증상과 기억력 저하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의 저하를 촉진시키는 관계인 것이죠.
우울과 인지기능 저하의 상호 연관성의 원리는 사실 아직까지 확실히 밝혀진 바가 없어요. 그러나 이를 설명하기 위한 다양한 가설이 제시되어 왔는데요. 그중 코르티솔 분비를 조절하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HPA) 축에 대한 내용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어요. 우울증은 뇌의 호르몬 분비, 구조 등의 다양한 변화를 일으키는데 HPA 축의 조절 이상을 유발해 코르티솔 수치를 증가시켜요. 이러한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 신경퇴행 가속화를 유발하는 등 인체의 다양한 시스템에 악영향을 끼치게 되죠. 그 과정에서 인지기능의 저하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답니다.
이처럼 우울 증상과 인지기능 저하는 서로를 악화시키는 악순환과 같은 관계를 가지고 있어요. 그렇다면 이 악순환을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현재 상황에서 한 발짝 거리를 두고, 즉, 디스턴싱하여, 악순환의 고리를 이해하고, 다시 선순환을 만들기 위한 행동들을 해 나가야 한답니다. 디스턴싱은 악순환에서 벗어나 선순환을 만드는 데에 집중하고 있어요.
Yin J, John A, Cadar D. Bidirectional Associations of Depressive Symptoms and Cognitive Function Over Time. JAMA Netw Open. 2024;7(6):e2416305. Published 2024 Jun 3. doi:10.1001/jamanetworkopen.2024.16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