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 나를 기꺼이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2024-01-16
1/16/2024 10:28 PM

수용, 나를 기꺼이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나 자신을 수용하세요.”

정신 건강과 관련된 정보를 구하다 보면 이와 같은 주장을 흔히 만날 수 있다. 힘든 마음에 혼란을 겪고 있던 나는 생각한다.

‘제기랄. 누가 그걸 모르나? 내가 궁금한 건 대체 어떻게 그걸 하냐는 말이야.’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누군가에게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하세요’라고 조언한다고 그게 갑자기 가능해지는 건 아니니까.

나를 수용하려면 우선 수용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글에서는 수용이라는 게 무엇인지 이해해 보자.

우울증 인지치료와 통증 완화

우선 재밌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우울증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던 인지치료가 통증 완화에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요통, 관절염 등과 같은 만성적인 통증에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 왜 그런 것일까?

인지치료는 뇌에서 통증이라는 감각이 경험되는 방식을 재처리한다. 통증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통증은 어디에 존재할까? 휴대폰은 내 손 안에 존재한다. 그러면 통증은? 실존하지 않는다.

통증은 나의 뇌가 느끼는 하나의 감각이지 절대적인 대상으로 실존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뇌에 문제가 생기면 통증을 전혀 느끼지 않게 되기도 한다.

즉, 통증은 그저 마음속에서 느껴지는 하나의 심리적 사건이다.

통증은 그저 마음속에 떠오른 하나의 심리적 사건이다

재밌는 실험을 해보자. 이 글을 읽고 난 후, 언젠가 통증을 느낄 때가 있을 것이다. 문지방에 발을 찧던가, 휴대폰이 얼굴에 떨어지던가, 길에서 넘어지던가.

그때 우리의 반응은 한결 같다. 아프고 괴로워한다. 그 순간 이 이야기를 떠올려보라. 통증은 그저 마음속에 떠오른 하나의 심리적 사건이다.

우선 그렇게 생각하고 통증과 나 자신을 분리해서 바라보자. 거리를 두고 통증을 바라보자. 그리고 유심히 느껴보라. 이 통증이라는 게 어떻게 느껴지는 것인지. 발이 욱신거린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뼈가 아리는 느낌은 어떻게 느껴지는지. 거부하지 말고, 기꺼이 경험해 보라. 정신 나간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기꺼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느끼고 경험해 보라.

아직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이렇게 하는 순간 통증이 주는 괴로움은 제법 줄어든다. 우리가 마음속에 떠오르는 통증이 절대적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기꺼이 경험하기로 했을 때, 통증 자체는 없앨 수 없지만 그로 인한 괴로움은 줄일 수 있다.

우울, 불안, 무기력, 자괴감 또한 심리적 사건일 뿐이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우울, 불안, 무기력, 자괴감. 이러한 감정들 또한 실체를 가진 절대적 존재가 아니다. 마음속에 떠오른 하나의 심리적 사건일 뿐이다.

‘우울해? 에이, 그거 다 가짜야. 허상이래도?’ 이따위의 무책임한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우리 마음속에 떠오르는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하나의 심리적 사건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어쩌면 우리는 우울과 불안이 마음속에 떠오르는 건 막을 수 없지만 그것으로 인해 괴로워하며 삶을 보내진 않을 수 있다.

수용전념치료: 늪에서 빠져나오기

인지치료의 제3물결 중 하나인 수용전념치료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늪에서 빠져나오기’에 비유하곤 한다.

상상해보자. 당신은 늪에 빠졌다. 제법 깊은 늪이다. 당황한 당신은 허둥지둥 발버둥친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빨리 늪에 빨려 들어갈 뿐이다. 늪에서 빠져나오려고 한 쪽 다리를 드는 순간 다른 다리에 무게가 더 강하게 가해지며 순식간에 늪으로 빨려 들어간다. 자, 이제 어떻게 하겠는가?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늪에 온몸이 접촉되도록 눕는 것이다. 물론 불쾌하고 무섭다. 뒷통수에는 끈적한 늪지대가 곧바로 느껴질 것이다. 조금만 빨려 들어가면 그대로 끝일 것만 같다. 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오히려 늪을 기꺼이 경험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게 탈출의 시작이다.

수용의 시작, 나를 기꺼이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건, 만족스럽지 않고 경험하기도 싫고 꼴보기 싫지만, 그래도 언젠가 나아질 그 날을 위해 버티고 인내한다는 뜻이 아니다.

내가 이렇다는 것, 나의 마음에 이런 생각과 감정이 떠오른다는 것을 기꺼이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경험하고 관찰하는 것. 그 과정이 심리적 사건에 대한 수용의 시작이며, 그것이 곧 변화의 시작이다.

만약 당신이 기꺼이 늪에 몸을 누일 정도로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삶을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가치에 맞는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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