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할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다 다를 거예요. 뛰어난 성취, 맛있는 음식, 감각적인 음악, 갑자기 떠난 여행, 새로운 문화, 새로운 사람 등.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는 요소는 저마다 다 다르겠죠.
그렇다면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일까요? 앞선 질문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무엇이 행복을 가져다주느냐는 질문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더욱 쉽게 행복을 느끼는가 묻는 것이에요. 이와 관련해 재밌는 연구가 하나 있어서 소개해 보려고 해요.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연구로, Psychiatry Investigation이라는 정신의학 학술지에 실린 ‘사회적 자본과 타인의 행복이 한국인의 행복에 미치는 영향(The Relationship Between Social Capital, the Happiness of Others, and the Happiness of Korean Adults)’이라는 제목의 논문이에요. 연구진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시행한 <2019년 한국인의 행복과 삶의 질 실태조사>의 결과를 바탕으로, 19~79세 사이의 성인 응답자 4,890명의 데이터에 기반해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적, 사회적 요인을 분석했어요.
우선 개인적 요인을 먼저 살펴볼게요.
행복지수는 연령에 따라서 U자 모양의 그래프를 그렸어요. 즉 젊은 층과 노년층이 중년층보다 더 높은 수준의 행복을 보고했어요. 이는 중년기에 마주할 수 있는 직장 스트레스나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감 등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답니다.
결혼한 사람이 미혼 또는 이혼한 사람에 비해 더욱 행복하다고 느끼는 경향이 관찰되었어요. 이는 결혼이 정서적 지지와 소속감을 제공하여 전반적인 행복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선행 연구와 일맥상통해요.
학력 또한 행복지수와 비례 관계를 보였어요. 이는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잠재적으로 더 높은 소득을 벌 수 있고 더 나은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인식과 연관되어 나타난 결과로 해석할 수 있어요.
주관적으로 느끼는 경제 수준이 행복과 강하게 연관되어 있었어요. 돈에 대한 압박이 많은 한국 사회에서 재정적 안정감이 행복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죠.
정리하면, 좋은 대학교를 졸업한 후 돈을 많이 벌며 결혼한 젊은 이들이 행복하다는 것이겠네요(...). 연구진은 위와 같은 인구학적 요인에서 멈추지 않고 사회의 맥락에서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도 파악하고자 했어요. 그 결과도 살펴볼까요?
사람들은 타인과의 신뢰가 더 높을수록 더 높은 수준의 행복을 보고했어요.
사회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질수록 더 높은 수준의 행복을 보고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재밌는 결과인데, 타인의 행복이 개인의 행복 수준을 크게 결정하는 것으로 나왔어요. 흥미로운 점은 가까운 사람뿐만 아니라 가깝지 않은 타인의 행복 역시 개인의 행복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에요. 가족이나 친구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가볍게 접하는 사람들의 행복, 그리고 주변 환경의 행복한 분위기 역시 개개인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는 의미겠네요..
사회적 소속감은 타인의 행복과 개인의 행복 간의 연관성을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소속감은 개인주의 사회보다 한국과 같은 집단주의 사회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가지는데요. 가족이나 학교, 직장 등 자신이 속해 있는 공동체 내에서 더 강한 소속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타인의 행복을 자신의 행복으로 인식할 확률이 높다고 해요.
개인의 요소만큼이나 사회적인 요소가 행복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건 재밌는 이야기이지 않나요?. 특히 타인의 행복이 나의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어요. 자비중심치료(CFT)에서는 인간이 진화적으로 발달한 다양한 사회적 동기와 감정을 기반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한다고 보며, 자신과 타인에 대한 자비를 강조한 바 있답니다. 나의 행복이 주변의 또 다른 누군가가 행복하도록 도울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두면 좋을 거예요.
Lee JE, Bae SM. The Relationship Between Social Capital, the Happiness of Others, and the Happiness of Korean Adults: A National Sample Study. Psychiatry Investig. 2022;19(11):958-964. doi:10.30773/pi.2022.0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