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하나의 심리적 사건일 뿐입니다. 이 명제는 특히 중요하니 잘 기억하고 계시길 바랍니다. 생각과 거리를 두기 위해서, 생각과 다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생각을 하나의 심리적 사건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며 다양한 감정과 감각을 느낍니다. 기쁜 일이 있으면 즐겁고 신나는 기분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쁨과 즐거움이 나 자신은 아닙니다. 그저 마음속에 떠올랐다가 우리에게 행복감을 주고 또 소멸되는 하나의 현상일 뿐입니다. 마찬가지로 힘든 일이 있으면 우울하고 불안한 감정을 느낍니다. 하지만 역시나 그렇다고 우울과 불안이 나 자신은 아닙니다. 감정은 마음속에 느껴지는 하나의 현상일 뿐입니다.
비슷하게 우리는 삶을 살아가며 다양한 감각을 느낍니다. 컨디션이 좋은 날,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아주 가벼운 것을 느끼죠. 아주 산뜻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가벼운 느낌 자체가 나 자신은 아닙니다. 그러한 느낌은 그저 오늘 나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하나의 감각일 뿐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몸이 가볍다고 하여 몸이 가벼움 자체로 스스로를 정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한편 우리는 병에 걸려 통증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감기에 걸려 몸이 펄펄 끓고 열이 나는 모습을 떠올려보시길 바랍니다. 이는 괴롭고 떨쳐내고 싶은 감각입니다. 하지만 역시나 그렇다고 그러한 감각 자체가 나 자신은 아닙니다. 감각 역시 삶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다양한 현상 중 하나일 뿐, 그것이 나 자신은 아닙니다.
생각도 정확하게 동일합니다. 생각은 그저 마음속에 떠오르는 하나의 심리적 사건일 뿐입니다. 자동적이고 무작위적으로 마음속에 떠오르는 하나의 현상일 뿐이지요. 오늘은 이런 생각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이 나 자신은 아닙니다. 내일은 저런 생각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그 생각이 나 자신은 아닙니다. 생각은 단지 생각일 뿐입니다. 그 생각들은 ‘나 자신’이 아닙니다.
심지어 생각은 '현실'도 아닙니다. 최근 당신이 회사에서 특정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그 프로젝트는 아주 중요해서, 당신의 노력은 회사에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신은 회사에 늦게 출근했습니다. 옆 동료가 “오늘 늦었네? 많이 피곤해?”라고 말합니다. 당신의 마음속에는 다음과 같은 생각이 떠오릅니다. “최근 내가 고생한 걸 그래도 인정해주나? 걱정해줘서 고맙네.” 이번엔 정반대의 상황을 떠올려보시길 바랍니다. 당신은 아주 중요한 프로젝트를 망쳤습니다. 회사는 다시 다른 해결책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동일하게 당신은 회사에 늦게 출근했고, 옆 동료는 “오늘 늦었네? 많이 피곤해?”라고 말합니다. 당신의 마음속에는 다음과 같은 생각이 떠오릅니다. “제대로 하는 것도 없는데 그거 하고 피곤하냐는 뜻인가? 조심해야겠다.” 더 극단적인 예시도 있습니다. 오늘 날씨가 안 좋습니다. 당신의 마음속에는 짜증스러운 생각이 떠오릅니다. 오늘은 날씨가 화창합니다. 오늘은 왠지 모든 일이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생각이 이토록 임의적이라면 우리가 생각을 절대적인 사실, 현실, 또는 실제로 받아들일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에 강하게 영향을 받을 이유는 더더욱이 무엇이겠습니까? 생각은 감정, 감각과 마찬가지로 주어진 환경에 반응해 마음속에 떠오르는 하나의 심리적 사건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생각을 심리적 사건처럼 바라보는 건 쉽지가 않습니다. 생각에 있어서는 우리가 아주 자유로운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배우고, 믿고, 또 그렇게 느껴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연구들이 생각에 대한 우리의 오래된 관념을 포기하고 생각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면 더 유연하고 평온한 심리적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나가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그 방법을 하나씩 소개할까 합니다. 우선 우리가 먼저 연습해야 할 건 생각을 문자 그대로 하나의 심리적 사건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그저 하나의 심리적인 사건으로 바라보는 것이지요. 생각이 나 자신이라고 믿고 생각을 끊임없이 곱씹거나 파고들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마음속에서 그러한 생각이 떠오른다는 것을 알아차린 후 다시 또 어떤 생각들이 떠오르는지 바라보면 됩니다. 이런 연습은 항상 추상적이고 지나치게 경험적이라 모든 사람들이 쉽게 적용하긴 어렵습니다. 저는 세 가지 비유를 들어 생각을 하나의 심리적 사건으로 바라보는 연습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어떤 비유든 자신의 머릿속에서 이미지화가 더 잘 되는 것을 선택하면 됩니다.
첫 번째 비유는 ‘생각의 강’입니다. 마음속에 강이 흐르고 있다고 상상해보시길 바랍니다. 시냇물은 위에서 아래로 고요히 흐릅니다. 시냇물 위에는 나뭇잎이 놓여있습니다. 나뭇잎은 물을 따라 시냇물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떠내려갑니다. 시냇물은 나의 마음입니다. 나뭇잎은 나의 생각입니다. 나는 시냇물 옆에 있습니다. 나의 위치는 시냇물 속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나는 그저 한 발짝 떨어져서 마음을 관찰하고 있을 뿐입니다. 생각은 그저 마음속에 떠오릅니다. 나는 그 생각을 알아차리기만 하면 됩니다. 어떠한 생각이 마음속에 떠오르면 그저 ‘생각이구나’ 하고 바라보면 됩니다. 나뭇잎 위에 놓여있는 생각을 따라 강 아래쪽으로 뛰어갈 필요도 없고, 시냇물 안에 들어가서 나뭇잎을 만지작거리며 소란을 피울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시냇물 옆에 서서 생각을 바라보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연습을 해보면 이 일이 좀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분명 나도 모르는 사이에 특정한 나뭇잎을 끊임없이 따라가고 있거나, 어떤 나뭇잎을 찾거나, 혹은 특정한 나뭇잎을 없애려고 시냇물 속에서 첨벙대고 있을 겁니다. 만약 어느 순간 자신이 시냇물 옆에 있지 않다는 걸 알아차린다면 다시 나의 자리로 돌아오면 됩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나의 자리에서 생각을 하나의 심리적 사건으로 바라보고 따라가지 않는 것, 그뿐입니다.
두 번째 비유는 ‘생각의 하늘’입니다. 넓고 광활한 하늘을 상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시야를 가득 채울 만큼 넓은 하늘입니다. 나는 들판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늘에는 구름이 떠다닙니다. 하늘은 당신의 마음입니다. 구름은 나의 생각입니다. 나는 들판에 누워 하늘을 바라봅니다. 나의 위치는 구름 위도, 하늘의 어느 한 곳도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나는 그저 들판에 누워 나의 마음을 관찰하고 있을 뿐입니다. 구름은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맑고 깨끗한 뭉게구름이 나타나기도 하고, 때론 어둡고 우중충한 먹구름도 나타납니다. 어떤 구름이든 마음속에 떠오르면 그저 ‘생각이구나’ 하고 바라보면 됩니다. 특정한 구름을 쫓아가느라 들판을 뛰어다닐 필요도 없고, 구름 위에 올라가 그 ‘실제’를 찾고자 헤맬 필요도 없습니다. 들판에서 본 구름은 실제가 있는 물체처럼 보이지만, 하늘 위에 올라 구름을 만져보려고 하면 결코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생각은 실제가 아닙니다. 하나의 심리적 사건일 뿐입니다. 분명 나도 모르는 사이에 들판을 뛰어다니는 순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내가 들판에 가만히 누워 구름을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걸 알아차린다면 다시 들판에 누워 떠다니는 구름을 바라봅니다.
세 번째 비유는 ‘생각의 공장’입니다. 넓은 들판 위에 아주 넓은 공장이 있다고 상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넓은 공장 안에는 컨베이어 벨트가 한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벨트 위에는 박스들이 놓여 있습니다. 박스 안에는 나의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나는 컨베이어 벨트 옆에 앉아 흘러가는 박스들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나의 위치는 벨트 위도, 박스 속도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벨트 위나 박스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순간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만약 그렇다면,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다시 나의 자리로 돌아오면 됩니다. 역시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개별 생각들이 나 자신이 아니라는 점, 그 생각들은 우리 마음속에 떠오르는 하나의 심리적 사건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우리 내면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우선은 세 가지 비유 중 하나를 선택해, 딱 60초만 생각을 그저 생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해 보시길 바랍니다. 나의 위치에 머무르며 생각을 그저 생각으로 바라보다가, 생각(나뭇잎, 구름, 박스)을 따라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 그 생각을 놓아주고 다시 나의 위치로 돌아오면 됩니다. 자, 한 번 해볼까요?
좋습니다. 어땠나요? 아마 생각을 바라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분명히 생각을 자신과 동일시하지 않고 생각을 바라보는 행위 자체가 가능은 하다는 것을 인지했을지도 모릅니다. 단숨에 생각과 나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을 순 없습니다. 이 또한 꾸준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일련의 연구에 따르면 이 연습은 뇌에서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을 높여줍니다. 아주 경직된 모습으로 엉켜 있던 우리 뇌의 전선을 유연하게 풀어준다는 것입니다. 일단 신경이 유연하게 풀어질 수 있다면, 우리는 우울, 불안, 공황, 끊임없는 반추 등과 같은 패턴화된 문제를 다시 재처리할 수 있고,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스트레스, 압박감, 정신적 피로감 등에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 연습의 핵심은 마음속에서 새로운 공간감을 만드는 것입니다. 위 세 가지 비유에서 ‘나’는 개별 생각이 아니고, 심지어 마음도 아닙니다. 나는 멀찍이 떨어져 나의 마음을 바라보고 있을 뿐입니다. 마음속에서는 다양한 생각들이 흘러갑니다. 앞으로 마음이 복잡한 순간, 또는 일상 속 여유가 있을 때 마음속 그 공간으로 들어가 생각을 그저 생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이어 나가시길 바랍니다. 물론 처음부터 공간감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정신없이 생각을 따라가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다시 어느 공간으로 돌아와야 하는지 헷갈릴 수도 있습니다. 이미지를 했더라도 아직 그것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을 겁니다. 만약 그렇다면 호흡에 집중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생각을 따라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주의를 호흡으로 돌려 자신이 어떻게 호흡하고 있는지를 관찰하고 알아차리면 됩니다. 들숨, 날숨을 섬세하게 관찰하며 주의력을 호흡에 기울이면 됩니다. 그러다가 다시 주의력을 잃고 생각을 따라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다시 주의를 호흡으로 돌리면 됩니다.
한 가지 명심할 건 이 호흡을 이완할 수 있는 ‘도피처’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완도 중요한 효과지만 궁극적으로 중요한 건 관계, 즉, 생각을 하나의 심리적 사건으로 바라보고 그것에 정신없이 따라가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니 호흡을 초점으로 두는 연습이 충분히 된다면 조금씩 호흡이 아니라 의식 속에서 생각을 그저 생각으로 바라보는 느낌, 그 공간감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했을 때 이것은 단순한 주의력 연습이 아니라 생각과의 관계를 다시 맺어 생각을 하나의 심리적 사건으로 바라보는 연습이 될 것입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생각은 팝콘처럼 튀어 오릅니다. 우리는 모두 마음속에 팝콘 기계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팝콘 기계의 전원은 우리가 마음대로 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팝콘 기계가 나 자신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할 순 있습니다. 우리는 그보다 훨씬 더 큰 존재입니다. 팝콘 기계와 나 사이의 거리감을 인지하시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한 연습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