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원리, 가치
No.
28

버티기는 가치가 아니다

가치는 아주 강력합니다. 잘 찾아내 방향을 잡기만 하면 아주 강력한 동력을 만들어내죠. 가치를 떠올려보면 “희망이 생긴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의지가 생깁니다.

“맞아. 나에게 정말로 중요한 건 이거였어.”  
“해보자. 할 수 있어. 이 악물고 해내자.”

하지만 이 지점에서 또 하나의 큰 오해가 발생합니다.  
가치를 따라 행동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관계 개선을 위해 불편한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어야 할 수도 있죠. 매일 체육관에 나가 운동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탈락할 거란 걸 알면서도 대회에 출전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 장벽이 있는 걸 알면서도 사업을 시작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피곤해서 매일밤 침대에 눕자마자 곯아떨어질지도 모릅니다. 바쁜 와중에 가족을 위한 시간을 따로 마련해야 할 수도 있죠. 다녀오면 더 많이 바빠질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여행을 떠나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지만 침대에서 일어나 몸을 움직여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가치를 추구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삶은 고단한 것이죠. 우리는 고통은 피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가치에 대한 열망은 종종 이 고통을 이겨보려는 의지로 발전되기도 합니다. “버티자. 할 수 있다.” 하지만 버티기는 가치가 아닙니다. ‘억지로 마주하기’는 ‘기꺼이 경험하기’가 아닙니다. 가치를 위해서 버틴다는 말은 마음속에 떠오르는 부정적인 생각이 여전히 ‘나’라는 걸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없애버리고 싶고, 통제하고 싶고, 바꿔버리고 싶은 생각이지만, 그래도 가치를 위해 버텨낸다는 뜻이지요. 이는 기꺼이 경험하기가 아닙니다.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거리두고 바라보고, 그것들을 수용하며, 그리고 내가 원하는 선택을 해나가는 게 아닙니다. 그저 이 악물고 버티는 것이죠. 이는 자기기만 같기도 합니다. 속으로는 전혀 다른 생각이지만 겉으로는 “기꺼이!”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죠. 부정적인 생각과 ‘함께 하는 것’은 이 악물고 버티는 게 아닙니다. 가치에 대한 열망이 다시 마음의 문제 해결적인 본능을 자극하는 것을 경계하시길 바랍니다. 힘든 일을 하면서 힘든 생각조차 하지 말라는 말이 전혀 아닙니다. 텅 빈 마음은 허상입니다. 어떻게 삶에서 단계적인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데 힘들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 유토피아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경계해야 할 대상입니다. 기적을 기대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다만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에 디스턴싱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가치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한계를 느끼는 순간이 있을 겁니다. 뜻대로 되지 않아 자기의심이 피어오를 때도 있을 겁니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 조급해질 때도 있을 겁니다. 주변의 성공한 모습들을 보며 자신과 비교할 때도 있을 겁니다. 죄책감, 수치심, 회의감, 모멸감. 버티기 힘든 감정을 느낄 때도 있을 겁니다. 괜찮습니다. 그런 순간도 기꺼이 인정하고 디스턴싱을 적용하시길 바랍니다. 생각을 하나의 심리적 사건으로 바라보는 연습, 꾸러미를 개별 요소로 분리하는 연습, 생각 함정을 찾아내는 연습, 기꺼이 경험하는 연습을 적용하시길 바랍니다. 고통을 인정하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그에 매달려 괴로워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또 다시 내가 원하는 선택을 이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수용전념치료의 창시자 Steven C. Hayes 박사는 이를 ‘전념’이라는 말로 표현했습니다. 그 모든 것과 함께 하며 자신이 선택한 가치로운 삶을 향해 전념하겠다는 것이죠. 전념은 연속적인 개념이 아닙니다. 조금 해보고 힘든 생각이 떠오르면 망설이는 것이 아닙니다. ‘생각은 어느 정도 ‘나’가 아니다’라는 말이 성립하지 않는 것처럼 ‘어느 정도 기꺼이 경험하기’란 없습니다. 기꺼이 경험한다, 혹은 그러지 않는다. 두 가지만 있을 뿐입니다. 기꺼이 경험하며 가치를 추구하는 것 또한 마음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정도의 문제가 아닙니다. 누가 부정적인 생각을 덜 떠올리고, 누가 긍정적인 생각을 더 많이 하고, 누가 더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관점이 바뀌어야 합니다. 마음과의 관계를 새로 맺을 수 있어야 합니다. 디스턴싱을 적용하며 이 악물고 버티지 않으면서 가치에 따라 행동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마음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삶을 자유롭게 이끌어 나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사실은 버틸 것도 없었습니다. 그건 떠올랐다가 또 흘러가는 심리적 사건들이었을 뿐이니까요. 기꺼이 수용하고 가치에 따른 선택에 전념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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