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원리, 가치
No.
25

행동은 생각이 아니라 '나'가 하는 것이다

지금, 나의 마음속에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릅니다. 과거의 우리는 이 생각에 매달렸습니다. 없애려고 하고, 통제하려고 하고, 다른 것으로 바꾸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그것 또한 하나의 심리적 사건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기꺼이 경험하면 괴롭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생각과 함께 존재하면서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제 선택에 맞게 행동할 시간입니다.

가치에 기반하여 행동을 해나가는 데에는 중요한 세 가지 지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부정적인 생각을 마주할 때입니다. 그동안은 이러한 생각을 마주할 때면 생각과 거리를 두는 방향으로 연습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받는 영향을 줄였을 겁니다.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괴롭진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조금씩 확인하고 있을 테죠. 하지만 이후에 덩그러니 놓여졌다는 기분을 느끼기도 했을 겁니다.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지?” 이 순간을 가치와 연결시키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가치에 따라 할 수 있는 행동들을 선택하여 실천하시길 바랍니다. 가령 저에게 운전은 아주 중요한 가치 실현의 장면입니다. 저는 남을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운전을 하다 보면 그렇지 못할 때가 많죠. 위험하게 운전하는 사람들을 만나거나 미숙한 보행자, 자전거 운전자를 만나면 반사적으로 경적을 울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 순간 내가 그토록 화가 났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면 잠시 멈출 수 있습니다. 경적을 누르며 머리끝까지 분노를 표출하기보다는 나의 가치를 떠올리며 “아휴, 정말” 정도로 가볍게 혼잣말하며 무던하게 지나갈 수도 있습니다.

가치가 필요한 두 번째 지점은 생각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입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생각은 믿을 만한 것이 못 됩니다. 부정확하고, 편향적이며, 지나치게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생각들을 찾아내는 연습을 하다 보면 일상 속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에 대한 의심이 들 때가 있을 겁니다.

“근데 이게 맞아? 그 친구는 그냥 다른 의미로 이야기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요즘 기분이 너무 좋지 않아서 모든 일을 비관적으로 보는 건 아닐까?”  
“나 너무 자책하고 있는 걸까? 온전히 나 때문인 건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 순간이 가치를 떠올릴 때입니다. 생각을 의심하게 되었다면 그 생각을 하나의 가설로 바라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나의 가치에 맞는 방향을 설정하고, 행동을 하나의 실험처럼 생각하고 실천해보시길 바랍니다. 마음속에 떠 오른 ‘생각’이라는 가설에 대한 실험말입니다.

“아니야. 그래도 나는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어. 그런 생각에 휘둘리지 말고 다시 한번 반갑게 말을 걸자.”  
“그래, 너무 생각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그냥 한번 해보자. 나는 그래도 진취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  
“그래도 난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고 싶어. 이렇게 불안해하기보다는 동료들에게 피드백을 구해보자. 나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잖아.”

마지막 세 번째 지점은 일상 속입니다. 일상 속에서 실천해 볼 수 있는 가치는 수없이 많습니다. 창의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가치가 있나요? 그렇다면 기분이 안 좋다고 침대에 누워있기보다 혼자 영화관에 가 영화를 보고 올 수도 있습니다. 미술관에 다녀올 수도 있죠. 상냥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가치를 가지고 있나요? 커피 전문점으로 가서 종업원의 눈을 바라보고 친절하게 주문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나의 친절이 상대에게 어떤 미소를 만들어내는지 확인할 수도 있죠. 가족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 싶나요? 퇴근길에 부모님께 전화를 걸 수도 있습니다. 별로 친하지 않았던 형제에게 전화를 걸어 “그냥 전화해봤다”라고 말하며 대화를 시도할 수도 있죠. 이는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에서 방향을 전환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보다 본질적인 삶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지요. 지금 당장, 오늘 이 순간부터 나의 가치에 맞는 것들을 내 삶에 채워나갈 수 있습니다. 이는 온전히 나의 선택이고, 내가 나아가기로 한 방향입니다.

행동과 관련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행동은 생각이 아니라 ‘나’가 하는 것입니다. 이 말을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생각과 감정은 하나의 심리적 사건입니다. 우리는 그것들을 거리두고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행동, 또는 행동하고자 하는 충동이 반드시 개별적인 심리적인 사건에 의해 후행되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가령 디스턴싱을 이해하고 연습하며 가치를 되새기다 보면 종종 생각과 감정이 가치와 불일치되는 순간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엄마는 왜 그렇게 말하지... 짜증나네... 그런데 나는 또 엄마에게 상냥한 아들이고 싶어.”  
“친구가 모임에 나가자고 하네. 가봤자 별로 재미도 없을 것 같고 나가고 싶은 기분도 안 들어. 그냥 침대에 누워있고 싶어... 그런데 나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활동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  
“발표를 하다가 실수하면 큰일이 날 것 같아. 어떻게든 발표를 피할 방법은 없을까... 그런데 나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

많은 사람들은 이런 순간 “그러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행동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기분’이라는 건 하나의 심리적 사건에 불과합니다. 거리를 두고 바라보기 바랍니다.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까지 기다리지 마시길 바랍니다.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팝콘 중 우연히 내가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하게 될 가능성에 인생을 바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는 행동하지 않게 만들고, 그 결과 변화는 일어나지 않으며, 결국 부정적인 생각은 더 자주 마음속에 출몰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행동하기가 힘들어집니다. 악순환에 갇히지 마시길 바랍니다. 기분이 아니라 나의 가치에 따라 행동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라는 마법의 단어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지금 내 마음속에는 엄마에 대한 짜증이 느껴지네. 엄마가 나를 괴롭히고 있다는 생각도 떠올라. ‘그리고’ 나는 엄마에게 상냥하게 답하며 설명할래. 그게 나의 가치니까.”  
“모임은 다 쓸모없다는 생각이 떠오르고 있구나. 어차피 잘 못 어울리고 소외받을 거란 생각도 들어. ‘그리고’ 나는 모임에 참여해야겠어. 나는 그런 삶을 원하니까.”  
“발표를 하다가 실수해서 승진이 누락되고 회사에서 쫓겨날 것 같다는 생각이 떠올라. ‘그리고’ 나는 부정편향 생각함정에 빠지지 않고 기꺼이 최선을 다해 발표를 하겠어. 그게 내가 원하는 미래니까.”

‘그러나’가 아니라 ‘그리고’입니다. ‘그러나’는 무언가를 기꺼이 경험하기 싫지만 일단은 어떻게든 버텨본다는 성격이 강합니다. 여전히 생각과 감정은 하나의 심리적 사건이 아닌 것이지요. 하지만 ‘그리고’는 그것들을 심리적 사건으로 바라본 채, 오히려 기꺼이 경험하고, 나의 가치에 따른 선택들을 해나간다는 것을 더 잘 표현해줍니다. 다음과 같은 규칙을 만든 뒤 따르기로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알아차림(나는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그리고’- 가치 되새기기(나에게는 ...가 중요하다)’- 마음속으로 5초 새기- 가치에 따른 행동 실천.” 마지막에 5초를 새고 무조건 행동을 하기로 하는 부분이 생각보다 제법 효과적일 겁니다.

행동은 생각이 아니라 ‘나’가 하는 것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행동은 생각이 아니라 ‘나의 가치’에 따라 하는 것입니다. 우선 그렇게 행동의 바퀴가 돌기 시작하면 점차 즐거움과 성취감이 쌓여갑니다. 오히려 행동을 돕는 팝콘들이 마음속에 더 자주 나타납니다. “나는 할 수 있어”, “지금은 힘들겠지만 하고 나면 분명 뿌듯할 거야”, “내 삶은 내가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어.” 이때부터는 선순환이 시작됩니다. 행동주의에 기반한 한 심리치료 기법에서는 이를 ‘밖에서부터 안으로(outside-in)’ 진행되는 활동이라고도 부릅니다. 기분이 내켜야 하게 되는 ‘안에서부터 밖으로(inside-out)’ 유발된 행동과 반대되는 말이지요. 생각이 아니라 ‘나의 가치’에 따른 행동, 밖에서부터 안으로 유발된 행동, 강력한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순환 구조의 행동. 모두 같은 의미입니다.

언젠가 몸이 무거워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다는 기분이 들 때, 마음속에 제 말이 팝콘처럼 떠오른다면 오른 손을 아주 높이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내키지 않아도 그냥 그렇게 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분명 행동은 생각과 별개로 선택될 수 있는 심리적 사건임을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생각과 거리를 둔 나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가치에서 시작해서 밖에서부터 안으로. 이것이 행동 변화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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