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역설 : 공감적 자기 직면
2024-10-25
10/25/2024 3:29 PM

디스턴싱을 포함한 다양한 심리적 이론들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누군가는 어릴 적 경험한 깊은 상처에서 벗어나고 싶어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직장 생활을 하며 마주한 지독한 번아웃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누군가는 조금 더 행복한 삶을 보내기 위해 나를 찾아올 때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주변 사람을 돕기 위해 디스턴싱을 직접 연습하기도 한다.

나는 디스턴싱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며 사람들로부터 많은 질문과 연락을 받았다. 대부분 변화를 위한 어떤 조언이나 비밀을 찾는 것들이었다. 질문에 답한 후 나는 “설명 드린 지식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라고 말하며 두 가지 조언을 덧붙인다.

첫 번째 이야기는 변화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당신은 이를 인정해야 한다. 변화의 과정은 매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은 스스로에게 관대할 필요가 있다. 당신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설령 무기력하게 침대에 누워있는 것조차 행동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내면의 괴로움에 대한 처절한 투쟁이다. 무기력하고 싶어 무기력한 사람은 없다. 우울하고 싶어 우울한 사람도 없다.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그러니 자책하지 말라. 자신의 반응이 여러 맥락들을 고려해 보았을 때 충분히 ‘타당하다’고 생각하라. 적어도 내가 본 수많은 사람들 중 타당하지 않은 우울이나 무기력은 없었다. 스스로에게도 그러한 공감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잘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나 같은 사람이 옆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듣고 보니 지금 그렇게 느끼고 행동하는 건 정말 당연해 보이네요. 이상할 게 없어서 병이라고 하기도 힘들 것만 같아요. 뭐가 잘못되어야 병인 거잖아요. 그렇지만 지금은 너무 자연스러운 반응인 걸요.” 물론 정신건강 문제가 병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때로는 “왜 나만 이러고 있는가?”라는 생각에 빠져 자책할 때도 있다. 삶의 비밀을 하나 알려주겠다. 모두가 괴롭다. 나도 괴롭고 너도 괴롭다. 우리는 웃는 얼굴로 살아가고 서로를 대하지만, 모두 저마다 나름의 아픔이 있다. 잊고 싶은 기억도 있고, 참을 수 없는 모멸감을 느끼기도 하고, 스스로에 대한 깊은 의심을 가지기도 한다. 많은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세상 사람들 중 1/3은 모두 한 번 이상 임상적인 수준의 정신건강 문제를 앓는다. 진단되지 않지만 삶을 흔들 만한 심각한 심리적인 괴로움을 겪는 사람들은 50%가 넘는다. 그 정도까지 아니지만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내면의 괴로움을 느끼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거의 대부분이 그런 경험을 한다.

나 또한 그런 경험을 한다. 디스턴싱을 만든 나조차 삶이 흔들릴 만큼 힘든 순간도 있고, 답답한 마음에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낼 때도 많다. 무기력한 시기를 보낼 때도 있다. 당신이 찾아다니는 수많은 치료자들도, 의사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SNS를 살펴보면 모든 사람들이 정말 행복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90%에 가까운 사람들이 SNS를 사용하지만, 그중에서 한 번이라도 글을 써 본 사람은 최대 5%, 적게는 1%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SNS는 실제 삶과는 전혀 다르다. 듣기 반가운 소리는 아니겠으나, 삶은 고단한 것이다. 안타깝지만 삶은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그런 행복한 순간들로 가득 차 있지 않다.

그러니 “나만 이러고 있다”라고 자책하지 말라. 고통이란 건 보편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고통에 대항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애쓰고 있는 자신을 돌보고, 자신의 상황에 공감적인 태도를 유지하라. 역설적이지만 삶과 자신에게 진정으로 공감적인 태도를 유지할 때, 비로소 삶에는 어떤 행복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변화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것이 두 번째 이야기다. 변화는 당신의 책임이다. 어린 시절에 큰 상처를 받았다고 해도 변화의 책임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다. 물론 어린 시절의 일들은 당신이 왜 지금 이렇게 느끼고 행동하는지를 잘 설명해 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왜 지금 당신이 이 악순환을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는지는 설명해 주지 않는다.

책임이란 ‘당신에게 탓이 있다’는 뜻이 아니라 ‘당신의 삶을 이끌고 결정하는 건 당신 자신밖에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왜 그렇게 힘든지 잘 알고 있다. 지금 왜 그러고 있을 수밖에 없는지 잘 알고 있다. 위에서 언급하지 않았나. 충분히 이유가 있다. 하지만 그 이유에 붙들려 마비된 상태로만 있다가는 아무런 변화도 만들 수 없다. 야속한 일이지만, 문제의 원인은 환경일 수 있으나, 변화의 원인은 환경일 수 없다. 변화의 원인은 늘 궁극적으로는 당신 자신이어야 한다. 삶의 책임은 당신에게 있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전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환자의 치료적 변화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요소는 다른 것도 아닌 환자 바로 그 자신이다. 환자 자신의 특성이 치료적 변화에 40% 정도 기여한다. 다음으로는 치료자와의 관계적 요소가 30%, 희망을 가질 수 있는지가 15%, 그리고 어떤 방법론을 택하는지는 15% 정도 기여한다.

디스턴싱은 나와 많은 전문가들이 함께 최선을 다해 만든 인지치료 프로그램이다. 나는 디스턴싱의 방식과 결과, 그리고 접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디스턴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40%를 만들어줄 수는 없다. 물론 나는 그 40%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치기 위해 매일 이런 글들을 쓰며 노력하고 있지만, 결국 디스턴싱을 활용해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아니면 이 또한 그저 흘러가는 하나의 지식 중 하나로 전락할지는 당신에게 달렸다.

자신의 상황에 자비로운 마음을 가지고 공감하면서, 동시에 상황에 책임감을 가지고 변화를 위해 전념하는 것. 이 역설적인 두 측면이 정과 반을 이뤄 ‘공감적 자기직면’이라는 합을 만들어냈을 때, 삶은 변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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