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란 무엇인가: 분노 이해하기
2025-07-04
7/4/2025 5:06 PM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우울이나 불안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욱 고통스러운 게 분노일지도 모른다. 정신과적 증상은 크게 내재화 문제(internalizing problems)와 외현화 문제(externalizing problems)로 분류할 수 있다. 내재화 문제는 한 사람의 내면에서 나타나는 문제로서 우울, 불안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반대로 말과 행동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을 외현화 문제라고 부르며, 대표적인 예시로는 중독과 공격성을 들 수 있다.

분노는 내재화와 외현화, 양쪽에 모두 해당한다. 속으로는 조절되지 않는 분노에 마음이 고통스럽고, 겉으로는 공격적인 언행 및 행동 등으로 표출되어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안팎으로 고통을 초래하고, 특히 분노가 타인을 향해 표출되는 경우에는 대인관계를 악화시키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유발한다.

그렇다면 분노란 대체 어떤 감정이고,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임상심리학 학술지인 Journal of Clinical Psychology의 2024년 2월호에 소개된 연구를 살펴보면서 이 질문에 답해보자. 바로 ‘분노의 내면: 분노 및 감정 조절의 네트워크 분석(The inner workings of anger: A network analysis of anger and emotion regulation)’이라는 제목의 논문이다.

본 연구에는 분노 문제로 치료받고 있는 성인남녀 538명이 포함되었다. 참가자는 적대감, 공격성 등 분노의 구성요소를 평가할 수 있는 척도 설문지를 작성했으며, 이에 더해 인지적 재평가(cognitive reappraisal), 억압(suppression) 등 평소 자주 사용하는 감정조절 전략에 대해 응답했다. 그다음은 제목에 나와 있듯이, ‘네트워크 분석(network analysis)’이라는 기법이 쓰였다. 연구진은 통계 분석을 통해 분노의 구성요소와 다양한 감정조절 기법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분석하고자 했다.

분석 결과, 분노의 구성요소는 크게 ‘내면화된 분노(anger-in)’와 ‘외면화된 분노(anger-out)’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내면화된 분노는 ‘인지적 분노(cognitive anger)’라고도 칭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분노 반추, 분노 억압, 적대감, 그리고 충동적 분노 반응이 포함되었다. 분노의 촉발 요인을 곱씹고, 밖으로 삐져나오려는 화를 참으려고 노력하는 등의 인지 과정에 해당하는 요소로 구성되었다. 반면 외면화된 분노는 ‘행동화된 분노(behavioral anger)’로 공격적인 행동과 공격적인 언행이 해당했다.

내면화된 분노와 외면화된 분노는 강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 강화하는 패턴을 나타냈다. 특히 분노 반추와 분노 억압이 이러한 악순환을 형성하는 데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분노를 애써 억누르려고 할수록 계속해서 분노를 되새기게 되고, 결국 공격적인 말과 행동으로 분노가 표출되면서 또다시 분노를 키우는 것이다. 이때 억압을 주된 감정조절 전략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공격적인 행동이 증가한 모습이었다. 즉, 분노를 의식적으로 참으려고 애쓰는 게 오히려 폭발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반면, 다양한 마음챙김 기법은 분노에 대한 보호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자신의 경험에 대해 가치적 판단을 내리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비판단(nonjudging),’ 그리고 자신의 생각와 감정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며 이에 대해 반응하지 않는 ‘비자동성(reactivity)’이 분노 반추와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쌓여가는 분노를 억누르는 억압과는 달리, 애초에 자신의 경험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고 거리를 둠으로써 분노라는 감정 자체가 더 커지지 않도록 하는 전략인 것이다. 더 나아가, 몸과 마음의 긴장을 해소하는 이완 기법은 외면화된 분노를 직접 감소하는 유일한 전략이었다.

연구 결과가 보여주듯이, 단순히 화를 참는 것은 분노의 적절한 대응 방안이 되지 못한다. 화가 표출되는 걸 잠시나마 막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에는 분노 반추와 분노 억압을 거치며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대신 마음챙김과 이완 요법을 활용한다면 내면화된 분노와 외면화된 분노를 더욱더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자신의 경험을 판단하지 않고 관찰자로서 바라보는 법을 연습하자.

참고 문헌

Larsson J, Bjureberg J, Zhao X, Hesser H. The inner workings of anger: A network analysis of anger and emotion regulation. J Clin Psychol. 2024;80(2):437-455. doi:10.1002/jclp.23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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