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촉발하는 ‘스트레스 사건’
2024-11-11
11/11/2024 1:31 PM

우울을 유발하는 ‘스트레스 생활 사건’

다양한 얼굴을 지닌 스트레스와 우울

스트레스는 정신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우리는 살면서 매우 다양한 종류의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되는데,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이를 ‘스트레스 생활사건(stressful life events)’이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질병 또는 부상, 대인관계 문제, 실직, 사별 등이 있다.

우울증은 스트레스 생활사건과 깊은 관련이 있다. 스트레스 생활사건은 우울증의 첫 발발에 큰 기여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단 우울증이 발발하고 나면 이후에는 스트레스 생활사건의 강도가 낮아도 우울증은 쉽게 재발하게 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스트레스가 우울 증상을 높이는 걸까? 최근 기분장애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학술지인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에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연구가 실렸다. ‘우울 증상과 복합적인 상관관계를 보이는 스트레스 생활사건(Stressful life events exhibit complex patterns of associations with depressive symptoms in two population-based samples using network analysis)’이라는 논문이다.

스트레스 생활사건: 종류에 따라 유발하는 우울 증상이 다르다

연구진은 34,600명 이상의 노르웨이 성인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해서 특정 스트레스 생활사건이 개별 우울 증상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자기보고식 설문을 통해 우울증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증상의 유무를 파악했고, 위협적인 삶의 경험 설문(List of Threatening Experiences)을 통해 일생 동안 어떤 스트레스 생활사건에 노출되었는지 확인했다.

통계 분석 결과, 특정 스트레스 생활사건이 각기 다른 고유의 우울 증상과 연관성을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질환의 발병 또는 부상 경험이 있는 경우 불면 또는 과수면 등의 수면 문제를 겪을 위험이 증가했다. 질병으로 인한 통증이나 불편감 자체가 불면을 유발할 수 있고 질병에 대한 불안이나 과도한 걱정이 수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성적 학대에 노출된 경험은 무가치감과 가장 큰 연관성을 보였는데, 이는 생활사건의 발생 시점에서 5년이 지나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성적 트라우마의 파급력이 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친구, 가족 등 가까운 사람의 사별을 경험한 경우에는 외로움과 강한 연관성을 보였다. 특히 최근에 발생한 사건이거나 감정적으로 크게 의지했던 사람과 사별한 경우에 그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반면 재정 문제는 절망감과 낮은 자존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실직 역시 경제적 문제로 이어지고 삶의 안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비슷하게 절망감과 낮은 자존감과의 연관성이 크다고 나타났다. 이처럼 스트레스 생활사건이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우울증의 각기 다른 정신병리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오래된 흉터보다 최근 생긴 상처가 더 아프다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 생활사건의 발생 시점이 우울 증상과의 연관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특히 오래전에 발생한 사건보다 1년 이내에 발생한 사건이 우울 증상의 위험을 더욱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비슷한 대인관계 문제라고 했을 때 3년 전에 발생한 것보다 6개월 전에 일어났던 일이 더욱 불안이나 무가치감 등의 증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5년 이상 발생한 스트레스 사건은 대체로 영향력이 낮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성적 학대나 재정 문제와 같은 강력한 생활사건은 시간이 지나도 우울 증상과의 연관성이 유지되었다.

스트레스와 우울 증상의 복잡한 관계는 우울증의 치료에도 교훈을 준다. 현재 임상 현장에서는 우울한 기분 등 증상을 해소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비슷해 보일 수 있는 우울 증상의 뒤에 어떠한 시련과 역경이 있었는지 살펴보고 그에 맞는 개인화된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증상을 인지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증상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디스턴싱과 같은 인지치료는 분명히 증상을 다루는 약물치료와는 다른 시사점이 있을 것이다.

참고 문헌

Bjørndal LD, Ebrahimi OV, Røysamb E, Karstoft KI, Czajkowski NO, Nes RB. Stressful life events exhibit complex patterns of associations with depressive symptoms in two population-based samples using network analysis. J Affect Disord. 2024;349:569-576. doi:10.1016/j.jad.2024.0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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