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을 부르는 주말 늦잠 습관
2025-10-31
10/31/2025 4:07 PM

우리의 생활은 세 가지 종류의 시계의 영향을 받는다. 첫 번째 시계는 ‘태양 시계(solar clock)’로, 지구의 자전에 따라서 형성되는 낮과 밤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생물학적 시계(biological clock)’로, 태양 시계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이는 수면·각성, 기분·인지기능, 호르몬 분비, 신진대사 등의 다양한 생리 현상을 조율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시계(social clock)’가 있는데, 이는 사회의 약속과 규칙에 따라서 정해지는 시계다. 예컨대 오전 7시까지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은 자신이 선호하는 기상시간과 무관하게 일찍 일어나야 하며, 중요한 시험을 앞둔 수험생은 졸음을 참아가며 늦은 밤까지 공부하기도 한다.

이때 생물학적 시계와 태양 시계가 어긋나면 ‘시차(jetlag)’가 생긴다. 장거리 비행 후 밤에는 잠들기 어렵고 낮에는 피곤했던 경험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생물학적 시계가 사회적 시계와 부딪히면 ‘사회적 시차(social jetlag)’라는 또 다른 형태의 시차가 나타날 수 있다. 사회적 시차란, 생체 리듬에 따른 본래의 수면 패턴과 사회적 규범에 의해 정해진 수면 패턴 사이의 간극을 뜻한다. 쉬운 말로, 내 몸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 싶어도 사회적 의무 때문에 억지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비교적 최근에 제시된 개념인 사회적 시차는 정신건강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정신의학 저널 BMC Psychiatry에는 ‘젊은 성인에서 사회적 시차가 우울 증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Social jetlag and depressive symptoms among young people: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이라는 제목의 연구가 소개되기도 했다.

본 연구는 ‘메타분석’의 일종으로, 사회적 시차와 우울 증상의 연관성을 살펴본 선행연구 총 8편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여기에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청소년 및 청년 61,719명이 포함되었다. 연구진은 이처럼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회적 시차가 우울 증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자 했다.

여기서 사회적 시차는 평일 수면의 중간 시각과 주말·공휴일 수면의 중간 시각 간의 차이로 정의되었다. 평일 수면이 학업이나 업무에 따라 결정된다면, 주말·공휴일 수면은 이러한 사회적 규범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전제에 따른 것이다.

분석 결과, 사회적 시차는 우울 증상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생물학적 시계와 사회적 시계가 잘 맞는 사람에 비해, 2시간 이상의 사회적 시차가 나는 사람은 우울 증상의 위험이 약 44% 증가했다. 분석에 포함된 선행연구 중에서는 우울 위험이 84%까지 올라간다고 보고한 개별 연구 결과도 있었다. 예를 들어, 평소에 늦게 잠들고 늦게 일어나는 사람이 직장 때문에 평소 수면 패턴보다 2시간 이상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잠들어야 하는 경우, 우울 증상을 겪게 될 가능성이 44% 높아지는 것이다. 반면, 사회적 시차가 2시간 미만인 경우에는 우울 증상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이 관찰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사회적 시차는 왜 우울 위험을 키울까? 생물학적 시계에 어긋나는 사회적 일정을 기준으로 생활하다 보면, 생체 리듬의 불균형이 발생하면서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우울·불안을 비롯한 정서적 문제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다. 나아가 사회적 시차가 만성적으로 지속되면, 스트레스 반응을 담당하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HPA) 축’이 무너지고 세로토닌·도파민 등의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주말에 밀린 잠을 1~2시간 보충하면 우울증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주말에 과도한 수면을 취하거나 낮과 밤이 바뀌는 등의 수면 습관은 사회적 시차를 악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참고 문헌

Sun, S., Yang, Y., Yu, F. et al. Social jetlag and depressive symptoms among young people: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BMC Psychiatry 25, 664 (2025). https://doi.org/10.1186/s12888-025-07066-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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