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외로움’이라는 키워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외로움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개인이 원하는 대인관계와 실제로 경험하는 대인관계 간에 나타나는 양과 질의 괴리에서 비롯되는 주관적인 고통이라고 나와 있다. 한 마디로, 원하는 만큼 다른 사람과 관계를 쌓지 못하는 데에서 기인하는 고통이다. 외로움은 그 자체만으로 누구든지 경험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의 위험을 키우기 때문에 중대한 문제가 된다.
그렇다면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외로움을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정신의학 학술지인 Psychotherapy and Psychosomatics에 2024년 9월 소개된 논문인 ‘외로움, 치료의 대상인가(Should Loneliness Be a Treatment Target?)’의 내용을 함께 들여다보자.
외로움은 그 자체만으로 절대 정신질환이나 증상이 아니다. 오히려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데, 짧은 기간 동안 지속되고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일시적인 외로움은 다른 사람과의 사회적 관계를 회복하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반면, 2년 이상 지속되는 외로움에 해당하는 만성적 외로움은 정신 및 신체건강에 여러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로움을 생각하면 독거노인 등 고령층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는 단지 고령층만의 문제가 절대 아니다. 외로움은 모든 연령대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오히려 고령층에 대해서는 정부와 사회 차원의 다양한 개입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외로움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 젊은 성인층에서는 반대로 외로움이 증가하고 있다는 일부 연구 결과가 있었다.
우선, 외로움은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우울과 불안의 위험을 키울뿐더러, 자살과도 강한 연관성이 보고된 바 있다. 특히 우울 증상과는 서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외로움이 우울을 키우고, 우울이 또다시 외로움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문제가 된다. 더 나아가, 만성적인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대체로 높은 스트레스 수준과 낮은 삶의 질을 보고한다. 신체건강의 관점에서 보면, 외로움은 흡연이나 비만과 비슷한 수준으로 사망 위험을 키운다.
외로움은 생물학적 요인이 존재하는데, 특정 유전 인자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외로움에 대한 감수성이 높을 수 있다. 어린 시절 학대, 방임 등 트라우마를 경험한 경우에도 외로움의 위험을 키운다. 이 밖에도 경제적 수준, 주거 환경, 도시화 등의 여러 사회적 요인이 외로움의 수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외로움을 치료의 대상으로 삼을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찬성하는 입장을 들어보면, 외로움은 다양한 정신질환의 공통적인 위험요인이기 때문에 예방하기 위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한다. 모든 외로움이 병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 고통이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버겁다면 조기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축적된 연구에 따르면, 특히 인지행동치료(CBT)가 외로움을 경감하는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외로움은 생각보다 복합적이며 중요한 사안이다. 모든 외로움이 병리적인 것은 아니며 외로움이 치료 대상인지에 대해서 합의된 의견이 없지만, 그대로 내버려둔다면 다양한 문제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는 점은 명확하다. 우리 모두 외로움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Krieger T, Seewer N. Should Loneliness Be a Treatment Target?. Psychother Psychosom. 2024;93(5):292-297. doi:10.1159/000540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