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성향은 정신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중 주목할 만한 한 가지는 '낙관주의'와 '비관주의'다. 이러한 성향은 우울 증상과 얼마나 관련이 있는 걸까?
2024년 10월, 권위 있는 학술지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에 '낙관주의 및 비관주의와 우울 증상 간의 양방향 연관관계'라는 논문이 발표됐다.
연구진은 4,000명 가량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31세와 46세에 자료를 수집하여 15년이라는 기간에 걸쳐 낙관주의와 비관주의, 그리고 우울 증상 간의 관계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 31세의 강한 낙관주의 성향은 15년 뒤인 46세의 낮은 우울 증상을 예측했다. 반면 높은 비관주의는 15년 이후의 높은 우울 증상과 상관관계가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31세의 우울 증상 정도 역시 46세가 되는 시점의 낙관주의 및 비관주의 성향을 예측했다는 것이다. 즉, 심한 우울 증상을 경험할수록 낙관주의 성향이 줄어들고, 비관주의 성향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우울 증상이 개인의 성향도 바꿀 수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여기서 낙관주의란 '더 나은 미래를 믿는 경향'을 뜻한다. 강한 낙관주의 성향은 문제해결 능력, 삶의 만족도, 신체건강, 그리고 사회적 지지체계와 연관되어 있는데, 이 모든 요소는 우울 증상에 대한 직간접적인 보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비관주의는 미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관점과 절망감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우울의 발생과 재발에 기여하고 회복 가능성을 낮추도록 한다. 비관적인 사람은 우울증에 쉽게 노출되고, 우울 증상을 경험하면 비관주의가 더욱 강화되는 형태의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낙관주의를 어떻게 함양하는가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다 잘 될 거야."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돼." 우리는 이런 류의 가스라이팅을 수도 없이 경험해 보지 않았는가. 낙관주의는 억지스러운 강요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 악물고 버티는 과정에서 저절로 생겨나는 것도 아니다.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내가 삶의 구렁텅이에 빠져있었을지언정, 어쩌면 이렇게 하면 그 구덩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혼자서 고군분투 해 봤지만 삶은 늘 다람쥐 쳇바퀴 돌듯 흘러가는가? 여기 새로운 가능성이 있다. '나'는 착각이다. 생각도, 감정도, 신체도, '나'는 아니다. 그 관점에서 자신과 새로운 관계를 맺고 의식의 주체성을 회복할 수 있다면, 삶에는 많은 변화의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당신이 이것을 이성적으로 믿을 수 있기를 바란다. 낙관주의는 억지로 생기는 게 아니다. 자신의 경험 속에서 내면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확인할 때, 철저하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관점에서 "그래. 이렇게 한다면 앞으로의 삶은 다를 수도 있을 거야."라고 믿는 것. 우리는 그러한 '이성적 낙관주의'가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각, 감정, 신체로부터 디스턴싱된 '나'의 입장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역설적이지만, 고통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삶에서는 행복이 보이기 시작하며, 생각은 내가 어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생각에 주도권을 갖기 시작한다. 그때가 되면 당신은 아주 이성적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 그래도 삶은 더 나아질 수 있을 거야."
Karhu J, Veijola J, Hintsanen M. The bidirectional relationships of optimism and pessimism with depressive symptoms in adulthood - A 15-year follow-up study from Northern Finland Birth Cohorts. J Affect Disord. 2024 Oct 1;362:468-476. doi: 10.1016/j.jad.2024.07.049. Epub 2024 Jul 14. PMID: 39013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