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증 극복하기 - 심리적인 이유에서 발생하는 '게으름'
2024-01-17
1/17/2024 6:19 PM

나의 무기력증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나는 게으른 걸까? 주말 내내 아무것도 안 하고 유튜브만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걱정하지 마시라. 이 글을 쓰는 사람도 주말 내내 그러고 있으니. 미디어에서 일반적인 사람들을 조명하지 않아서 그렇지, 사실 우리 대부분이 그렇게 지낸다.

'갓생 권하는 사회’에 불필요한 자책감을 느끼지 말자. 삶에서 그런 순간들을 제거하면 우리는 금방 소진되어버린다.

무기력증 = 심리적인 이유에서 발생하는 게으름

우리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는 건 ‘심리적인 이유’에서 발생하는 게으름이다. 정확히는 게으름보다 무기력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겠다.

우울증과 같이 임상적인 수준의 정신 건강 문제를 앓는 사람들에게선 흔히 무기력이 관찰된다. 꼭 우울증이 아니더라도 자신을 괴롭히는 심리적 문제를 마주하고 있는 사람들도 무기력을 보이곤 한다. 이 무기력은 대체 왜 나타나는 걸까?

무기력증 극복을 막는 세 가지 대처 전략

심리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 무기력은 일종의 ‘대처 전략’이다. 즉, ‘자신을 위협하는 어떤 것’이 주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대처 전략이다.

심리도식치료(schema therapy)를 만들어 낸 Jeffrey E. Young은 세 가지 종류의 대처 전략이 있다고 설명한다.

  • 굴복: 그대로 순응하기.
  • 과잉보상: 그것이 아니라고 증명하는 데에 힘쓰기.
  • 회피: 그것이 마치 없는 것처럼 피하기.

세 가지 방식은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

  • 굴복: 애초에 이길 수 없다면 그냥 포기하고 순응하고 불필요한 에너지를 아끼자.
  • 과잉보상: 끝까지 싸워서 이겨내자. 무찌르자. 없애자.
  • 회피: 그냥 마주하지 않으면 되지 않나? 그것이 없는 것처럼 애쓰자.

대처 전략을 만드는 핵심 믿음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자신을 위협하는 어떤 것’이란 무엇을 뜻할까?

바로 자신을 괴롭히는 근원적이고 핵심적인 생각을 뜻한다. 인지행동치료에서는 이를 ‘핵심 믿음’, 심리도식치료에서는 조금 더 큰 범위에서 ‘심리도식’ 등으로 부르지만, 그 의미는 모두 비슷하다.

자신을 괴롭히는 핵심적인 생각이 있고, 우리는 그 생각이 너무 괴로워서 그에 대한 대처 전략을 발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유망한 창업가가 있다. 투자도 많이 받았다. 큰 성공이 눈 앞에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사업이 기울었고, 결국 창업가는 회사를 폐업했다. 6년을 바쳐 일했지만 얻은 바는 아무것도 없었다. 창업가는 깊은 좌절감에 빠졌다.

그의 마음속엔 다음과 같은 생각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나는 패배자다.” 이 생각은 너무도 괴롭다. 창업가는 무의식적으로 그에 대한 대처 전략을 발휘한다.

  • 굴복: 앞으로 정말 패배자처럼 행동하자. 적당히 대충 하자. 나란 그런 사람이니까. 게으르면 어떤가. 내가 뭐라고.
  • 과잉보상: 아니. 나는 패배자가 아니다. 나는 완벽하게 할 수 있다. 완벽해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 회피: 취직? 다음에 하자. 지금 급한 거 아니잖아. 다음에도 기회가 있을 거야.

이후 행동은 동일하다.  굴복 했을 땐 정말 패배자처럼 행동하느라, 과잉보상 했을 땐 완벽하게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서, 회피 했을 땐 또 실패하는 경험을 하고 싶진 않아서, 게으름을 피우고 주말 내내 침대에 누워 유튜브만 본다.

무기력증 극복,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대처 전략이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굴복하면 결국 ‘나는 패배자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회피를 하면 변화할 동력이 사라지고 결국 동일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과잉보상은 조금 그럴 듯 해 보인다.

하지만 변화의 동력이 과잉보상이라면 언젠가 무너지기 마련이다. 이는 마치 모래로 만든 탑과 같다. 그리고 두 번째로 무너질 때에는 더 치명적으로 좌절하고 말 것이다.

이처럼 게으름이나 무기력의 문제가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우리네 모습’이 아니라 ‘심리적 문제’에서 기인했다면, 그 핵심적인 생각을 찾고 그로부터 거리를 두는 작업(Distancing)을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변화를 위한 동력은 불안정한 자아를 감추거나 억지로 증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진실로 원하는 삶의 가치에 기준하여 만들어내야 한다.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우리는 실패와 무관하게, 결과와 무관하게, 우리가 원하는 삶을 향해 나아가며, 그 과정 속에서 궁극적인 만족감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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