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의 걱정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없어요. 걱정은 부정적인 감정을 내포하는 일련의 생각으로, 어떻게 보면 생존에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가족이 다치거나 친구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걱정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인 것처럼 말이에요. 오히려 걱정은 중요한 시험이나 발표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하죠.
그런데 ‘병리적 걱정’은 다릅니다. 정상적인 걱정은 현실에서 이를 유발하는 명확한 문제가 있고 통제할 수 있는 반면, 병리적 걱정은 문제의 크기에 비해 지나치게 걱정하며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통제하기 어려운 걱정을 의미해요.
이러한 병리적 걱정은 다양한 불안 장애에 동반되는 증상이자 특징인데요. 이번 글에서는 공황장애의 맥락에서 병리적 걱정을 알아보려고 합니다. 해당 주제를 다룬 연구가 있어서 공유해 드리려고 하는데요. Psychiatry Investigation이라는 정신의학 학술지에 게재된 <병리적 걱정이 공황장애의 장기 약물치료 반응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입니다.
한국에서 진행된 본 연구에는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 335명과 건강한 대조군 418명이 참여했는데요. 참가자를 대상으로 병리적 걱정을 평가하는 펜실베니아 걱정증상 설문지를 배포한 결과, 공황장애 환자들은 정상군에 비해 병리적 걱정 수준이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우울감 역시 공황장애 군에서 더욱 두드러졌으며, 이처럼 병리적 걱정 및 우울감에 대한 두 군 간의 차이는 교육 수준, 월 소득 등의 요인에 대한 보정을 통제한 뒤에도 동일하게 유지되었어요. 통계 분석기법의 한계로 병리적 걱정이 공황장애의 부산물인지 공황장애에 기여하는 요인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공황장애 환자들은 정상 인구보다 과도하고 통제할 수 없는 걱정이 더 많다는 뜻이죠.
다음으로는 공황장애 환자군 내에서 병리적 걱정이 치료 결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알아봤어요.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은 모두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데요. 모두 렉사프로, 졸로푸트 등의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를 복용했으며,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약제를 필요시 복용했다고 해요. 치료 8주차, 6개월차에 공황증상에 대한 설문지를 작성하도록 해서 치료 반응을 평가했어요.
그 결과, 병리적 걱정이 많을수록 6개월 후의 약물치료 반응이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심지어 연령, 성별, 학력, 결혼 여부 등의 인구학적 요소와 유년기 트라우마, 불안 민감성 등은 치료 결과와 유의미한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병리적 걱정이 공황장애의 장기 경과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어요. 연구진에 따르면, 병리적 걱정이 공황장애의 핵심 증상인 공황발작에 대한 두려움과 맞물리면 질환의 경과를 악화시켜 치료 반응을 저하할 수 있다고 해요.
따라서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 중 병리적 걱정으로 인한 괴로움이 두드러지는 경우, 꾸준한 약물치료와 더불어 과도한 걱정을 완화시키기 위해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요. 병리적 걱정을 단순히 공황장애의 증상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직접 다룸으로써 치료를 까다롭게 만드는 생각의 실뭉치를 풀어주는 것이죠.
디스턴싱에서는 병리적 걱정을 다루기 위해 다양한 접근을 하고 있답니다.
첫 번째는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걱정들을 개별 요소로 분리하는 것이에요. 막연한 불안감이 아니라 어떤 상황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감정이 느껴지는지, 신체는 거기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행동하는지, 또는 어떻게 행동하고 싶은 충동이 드는지 알아차리는 것이죠.
두 번째는 나의 생각이 특정한 방향에 지나치게 편향되어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보는 것이에요. 병리적 걱정에서는 특히 미래의 일에 대한 위험성을 과도하게 책정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걱정을 주제로 한 반추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답니다.
세 번째는 병리적 걱정을 그렇게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다면, 이제는 걱정과 새로운 경험을 맺는 것이에요. 그 감정에 온전히 머무르며 기꺼이 경험하고, 또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과 별개로 내가 원하는 선택을 해나가는 연습을 하는 것이죠.
물론 쉬운 과정은 아니랍니다. 하지만 분명 끊임없이 ‘걱정’을 하는 것보다는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걸 잊지마세요!
Kim HJ, Kim JE, Lee SH. Pathological Worry is Related to Poor Long-Term Pharmacological Treatment Response in Patients With Panic Disorder. Psychiatry Investig. 2021;18(9):904-912. doi:10.30773/pi.2021.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