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기억이 정신건강에 미친 영향
2025-02-17
2/17/2025 11:42 AM

트라우마가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의 근원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이미 확립된 사실이다. 트라우마는 고통스러웠던 상황을 끊임없이 재경험하고 관련된 자극을 회피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직접 유발하기도 하며, PTSD뿐만 아니라 우울증, 불면증, 불안 장애 등의 여러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심지어 트라우마 사건이 발생하고 수십 년이 지난 뒤에도 정신적인 어려움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면, 트라우마의 영향력이 얼마나 어마무시한지 알 수 있다.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5)은 트라우마를 1) 죽음 또는 죽음의 위협의 직간접적인 경험, 2) 심각한 부상, 또는 3) 성폭력으로 정의 내리고 있다. 현재의 진단 체계 내에서는 어떤 사람이 스스로 느끼기에 충격적인 경험을 했더라도 앞선 세 가지의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엄밀히 ‘트라우마’는 아닌 것이다. 그러나 최근 정신의학 분야에서는 이처럼 진단 체계상 ‘트라우마’는 아니더라도 자꾸 떠올리며 괴로움을 유발하는 부정적인 경험에 대한 기억 역시 트라우마 못지않게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많이 발표되었다. 전문가들은 이를 부정적인 자서전적 기억(negative autobiographical memory; NAM)라고 부른다.

NAM은 개인적으로 치명적인 사건에 대한 기억으로, 반복적이고, 생생하며, 정서적 고통을 유발한다.

부정적인 자서전적 기억(NAM)이란, 앞서 언급했듯이 개인이 자주 떠올리며 괴로움을 느끼는 부정적인 경험에 대한 기억을 말한다. NAM은 아래의 4가지 특징이 있다.

  1. 개인적으로 치명적인 사건: 생명 또는 신변의 위협과 직결되지 않더라도 대인관계 갈등, 실패, 상실 등 삶에서 의미 있는 사건에 대한 기억이다.
  2. 반복성: NAM은 원치 않아도 반복적으로 떠오르며, 최근 6개월간 3번 이상 떠올린 기억에 해당한다.
  3. 생생함: 기억이 선명하고 구체적이며, 강한 감정 반응을 일으킨다.
  4. 정서적 고통: 이름의 ‘부정적’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슬픔, 수치심, 두려움을 비롯한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한다.

NAM은 매우 흔하다.

NAM에 대한 설명을 읽다 보면 자칫 매우 치명적이고 드문 현상이라고 오해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매우 흔하다.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일반 인구의 71%가 NAM을 보고했고 우울증으로 진단받은 환자 집단에서는 비율이 84%로 더욱 높게 나타났다. 오히려 NAM이 없다고 보고한 사람이 더욱 적었다는 것이다. NAM에 대한 감을 키우기 위해 아래의 3가지 예시를 살펴보자.

  1. 힘든 이별을 겪은 사람이 있다. 그는 과거 연인을 떠올릴 때마다 다투던 순간을 회상하게 되어 슬픔과 불안을 느낀다.
  2. 중요한 시험에서 낙제한 학생이 있다. 그녀는 학업에서 실패한 순간을 반복적으로 떠올리며 수치심과 낮은 자존감을 경험한다.
  3. 사내 장기자랑에 섰다가 실수하는 바람에 창피를 당했던 회사원이 있다. 그는 그 순간을 자주 떠올리며 수치심을 느낀다.

NAM은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를 유발한다.

엄밀히 ‘트라우마’의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사건일지라도, NAM은 PTSD와 유사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PTSD의 핵심 증상은 트라우마 사건과 관련된 침습적 사고, 회피 및 정서적 고통인데, NAM 역시 마찬가지로 이러한 증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PTSD 유사 증상은 그 자체만으로 고통을 유발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우울, 불안, 스트레스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가 많다.

NAM은 반추하는 습관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

비슷하게 불쾌한 경험을 하더라도 반추 성향이 강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사건을 반복적으로 떠올리고, 곱씹고, 부정적 감정을 재경험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나쁜 기억과 반추하는 습관이 서로 맞물려 결국 전반적인 정신건강을 망가뜨리는 것이다. 우울, 불안과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나아지기 위한 열쇠는 표면적인 증상이 아니라, 이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기억과 반추의 소용돌이가 아닌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참고 문헌

Kredlow MA, Fitzgerald HE, Carpenter JK, et al. Recurrent negative autobiographical memories and mental health. J Mood Anxiety Disord. 2024;8:100074. doi:10.1016/j.xjmad.2024.100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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