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로도 불리는 마음챙김이란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며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상태를 말한다. 최근에는 마음챙김의 원리를 기반으로 하는 요법이 다양한 정신질환의 치료에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마음챙김 기반 중재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불안 장애다. 오롯이 현재에 집중하는 상태를 목표로 삼는 마음챙김을 통해 불안 장애에 수반되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걱정, 과거에 대한 반추 등의 어려움을 개선시킨다.
정신건강 분야의 최고 권위 학술지인 JAMA Psychiatry에 실린 관련 연구가 있어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성인 불안 장애 치료를 위한 마음챙김 기반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 vs. 에스시탈로프람(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vs Escitalopram for the Treatment of Adults With Anxiety Disorders)’이라는 제목의 논문이다.
의학에서 신약 등의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하면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비열등성 시험’이라는 과정이 있다. 기존에 해당 질환 치료의 정석으로 알려진 약제, 수술, 요법과 비교해서 효과가 열등하지 않다(적어도 동등하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확보되어야 비로소 그 질환의 치료제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범불안장애, 공황장애 등 대부분의 불안 장애의 경우,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를 충분한 기간 동안 복용하는 것이 표준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렉사프로’라는 상품명으로 알려진 에스시탈로프람은 임상에서 가장 흔히 처방하는 SSRI의 일종인데, 본 연구는 불안 장애의 치료에서 마음챙김과 에스시탈로프람의 효과를 비교하는 비열등성 임상시험이다.
연구에는 범불안장애, 사회불안장애, 공황장애 또는 광장공포증으로 진단된 성인 총 276명이 참여했다. 연구는 총 8주간 진행되었는데, 한 그룹은 에스시탈로프람을 꾸준히 투약했으며 다른 그룹은 동일 기간 동안 마음챙김 기반 스트레스 감소(MBSR)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MBSR 프로그램은 명상, 호흡을 비롯한 신체 감각에 집중하는 호흡 인식, 각 신체 부위에 주의를 기울이며 감각에 집중하는 바디 스캔 등 여러 가지 마음챙김 기법으로 구성되었고, 참가자들은 매주 2시간 30분 가량 수업에 참여했다.
그 결과는 아래의 표와 같이 나타났다.
x축은 시간을 나타낸 것이며 각각 연구 시작 시점, 4주차, 8주차, 12주차, 24주차에 해당한다. y축은 임상가들이 정신질환 또는 증상의 중증도를 평가하는 CGI-S 척도로서 그 값이 높을수록 심각하고 낮을수록 경미하다고 이해하면 된다.
청색으로 표시된 MBSR군과 주황색의 에스시탈로프람 복용군 모두 시작 시점부터 치료가 끝나는 8주차까지 중증도가 꾸준히 낮아지는 양상을 관찰할 수 있는데, 보다시피 두 군 간에는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치료기간 종료 후 12주차, 24주차에 추시했을 때 역시 두 군에서 큰 차이 없이 중증도는 낮아진 상태로 잘 유지되는 것이 관찰되었다. 오히려 MBSR이 에스시탈로프람에 비해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에스시탈로프람을 복용한 군에서 8% 정도가 부작용으로 인해 중도 이탈한 반면, MBSR 그룹에서는 부작용으로 인해 치료를 중단한 참가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이 결과로부터 다음과 같은 것들을 알 수 있다.
불안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SSRI를 시도했다가 메스꺼움, 성기능 장애 등의 부작용을 경험한 적이 있거나 마음챙김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마음챙김 기반 중재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Hoge EA, Bui E, Mete M, Dutton MA, Baker AW, Simon NM. 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vs Escitalopram for the Treatment of Adults With Anxiety Disorders: A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 Psychiatry. 2023;80(1):13-21. doi:10.1001/jamapsychiatry.2022.36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