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해당 표현에는 일반적인 심리 문제를 모두 질환화하는 것 같은 뉘앙스가 있어 조금 조심스럽지만, 그럼에도 우울증의 높은 유병률과 잦은 재발률을 설명하기에는 좋은 표현이다.
감기에 한 번 걸렸다고 다시 감기에 걸리지 않는 건 아니다. 우울증도 마찬가지다. 최근 보고에 따르면 실제 재발하지 않는 경우도 제법 많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한 번 재발하고 나면 만성화되기 쉬운 질환이 우울증인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울증의 치료 못지 않게 재발 방지 또한 중요한 문제다.
그렇다면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우울증의 급성기 치료는 항우울제를 비롯한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가 왕도라고 알려져 있지만, 예방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아직까지 절대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대신, 다양한 치료 방법의 효과가 활발히 제시되고 있는데, 북유럽 중심의 정신의학 저널인 Acta Psychiatrica Scandinavica에 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가 우울증의 예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게재되어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바로 ‘우울증 재발 방지 및 재발 시기 연장을 위한 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 for Prevention and Time to Depressive Relapse)’라는 제목의 논문이다.
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MBCT)는 역기능적 사고와 행동 양식의 수정을 목표로 하는 인지행동치료에 마음챙김 기법을 접목한 것으로, 현재의 경험을 비판단적으로 알아차리고 관찰하기 위한 접근 방식이다. 이번 글에서 소개할 연구는 이러한 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가 우울 증상의 재발을 예방하는 데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알아보고자 했다.
본 연구는 기존의 선행연구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체계적 문헌고찰’이라는 연구 방식을 채택했다. 연구 대상으로는 총 23개의 기존 연구에 참가한 2,000명가량의 성인 남녀가 포함되었다. 모든 참가자는 재발성 우울증으로 진단되었으며, 연구 시작 시점을 기준으로 증상이 없는 관해 상태에 있거나 잔류 우울 증상이 있었다. 참가자의 일부는 연구 기간에 걸쳐 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를 받은 반면, 대조군에 속한 참가자는 간단한 상담을 비롯한 일반적인 치료를 받거나 항우울제, 일반적인 인지행동치료 등의 기타 치료를 받았다. 연구진은 장기적인 추적관찰을 통해 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를 받은 실험군과 대조군 간에 재발률의 차이가 있는지 확인했다.
연구 결과, 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를 받은 참가자는 간단한 상담이나 질병교육 등의 일반적인 치료를 받은 참가자에 비해 재발률이 30%가량 낮게 나타났다. 즉, 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가 우울 증상의 재발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우울증의 재발 시기 역시 실험군에서 늦춰진 것으로 나타났는다. 우울증이 재발하더라도 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를 받은 그룹에서 증상 없이 건강히 지내는 기간이 연장된다는 의미다. 이러한 결과는 참가자가 경험한 이전 우울 삽화의 개수와 관계없이 동일하게 관찰되었다. 다시 말해서, 우울 증상의 재발이 매우 잦았던 사람도 단 한 차례의 우울 삽화를 경험한 사람과 마찬가지로 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와 항우울제 복용, 일반적인 인지행동치료 등의 다른 적극적인 치료 전략 간에는 우울증의 재발률이나 재발 시기 측면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러한 치료 방법들이 동등하게 우울 증상의 재발을 방지하고 재발 시기를 미루는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잘 맞는 방법을 찾아서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급성기에 항우울제를 복용했을 때 별다른 부작용 없이 효과가 좋았던 사람이라면 항우울제가 유지기 치료로도 적합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항우울제에 대한 부작용이 있거나, 반추하는 성향이나 과도한 걱정이 우울 증상의 유발 요인으로 작용한다면 이번 글의 주제인 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가 좋은 치료가 될 수 있다.
우울증의 예방에 하나의 정해진 답은 없다. 개개인의 성향과 특성에 따라서 다양한 해결책이 존재한다. 내 눈앞에 즐거운 일이 있어도 마음은 과거의 아픈 기억이나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에 머물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를 고려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인지행동치료와 마음챙김기반인지치료를 함께 활용하는 디스턴싱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McCartney M, Nevitt S, Lloyd A, Hill R, White R, Duarte R. 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 for prevention and time to depressive relapse: Systematic review and network meta-analysis. Acta Psychiatr Scand. 2021;143(1):6-21. doi:10.1111/acps.13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