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은 매우 빠르게 진화 중인 분야로, 다양한 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들이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다. 그런데 아주 오래전부터 정신의학의 근간이 되어온 두 갈래의 치료 방법이 있는데, 바로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다.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가장 큰 하나의 고민은 자신에게 어떤 치료가 적합한지에 대한 것인데, 정신건강 전문가들 역시 마찬가지로 활발한 연구를 통해 각 질환과 환자군에 최적화된 접근 방식을 모색 중이다.
그러던 중 2024년 6월, 정신의학뿐만 아니라 의학 전 분야에서 가장 최고 권위를 지니는 학술지인 JAMA에 ‘성인 우울증의 치료(Management of Depression in Adults: A Review)’라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간결하고 명쾌한 제목처럼, 본 연구는 110편에 육박하는 선행 연구를 체계적으로 분석했기 때문에 매우 높은 근거 수준을 자랑한다. 논문에 실린 성인 우울증의 치료에 대한 최신 지견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연구진은 우울증의 중증도에 따라 각 단계에 걸맞은 치료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PHQ-9(우울증 건강설문)이라는 우울 척도 점수를 기준으로 경증(10점 미만), 중등도(10~14점), 중증(15~19점), 극심한 중증(20점 이상)으로 분류했다.
그중 경증 우울증에 대한 치료 가이드라인이 특히 인상적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벼운 우울감에서 항우울제는 권장되지 않으며 단독 심리치료가 권고된다는 것이다.
의학 연구에서 어떠한 치료의 효과 크기를 나타내기 위해 표준화된 평균차(standardized mean difference; SMD)라는 지표를 사용한다. 효과 크기는 SMD가 0.2~0.5인 경우 작고, 0.5~0.8인 경우 중간이며, 0.8을 넘는 경우 매우 크다고 여겨진다.
본 연구에 따르면, 단독 심리치료의 SMD는 0.5~0.73으로 큰 편에 속했다. 심리치료 중에서도 특히 인지행동치료(SMD=0.67), 마음챙김 기반 치료(SMD=0.69), 그리고 행동 활성화(SMD=0.73)의 효과가 두드러졌다.
반면 항우울제의 경우, 경증 우울증에는 권장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 이유는 효과 크기가 작으며, 약제 부작용으로 인한 중단율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이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증 우울증에서 항우울제의 SMD는 약 0.15 정도로, 앞서 살펴본 심리치료와 비교하면 아쉬운 수준이다.
그리고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으로 넘어가면, 항우울제 및 심리치료 단독 요법 모두 충분한 효과를 내며 둘 중 어느 한 가지를 선택해도 효과적인 치료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다만, 약물 및 심리치료의 병합 치료가 근거 수준이 월등하여 최적의 치료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병합 치료가 권고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의견이었다.
그렇다면 경증 우울증에서 특출한 효과를 보였던 심리치료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아래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는 우울증을 유발하고 지속시키는 부정적인 생각 및 행동 패턴을 교정하고 재구성하는 것이 주된 목표이다. 우울증 치료의 왕도(gold standard)라고 할 수 있다.
마음챙김과 명상의 기법을 적용한 치료 방법으로, 현재 놓인 순간에 대한 인식을 키움으로써 반추를 비롯한 부정적인 생각 패턴에서 벗어나도록 돕는다. 특히 우울증의 재발 방지에 효과적이다.
우울증은 무기력한 생활과 무기력한 생각의 악순환이 특징이다. 활동이 적기 때문에 무기력해지고, 무기력한 생각에 빠져 또다시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된다. 행동 활성화는 이러한 악순환을 끊는 데에 집중하는 치료 방법으로, 즐겁고 의미 있는 활동을 통해 활동 수준을 늘림으로써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을 타파하는 원리다.
우울증을 수준에 따라 분류하기 위한 명목상 ‘가벼운’ 및 ‘경증’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경증 우울증 역시 증상 자체만으로 일상생활에 큰 고통을 초래한다. 또한 우울증을 경험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이 카테고리에 속하기 때문에 큰 의미를 지니며, 제때 개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중증으로 악화될 수 있으므로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전 세계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의학 저널에 따르면, 경증 우울증에는 심리치료가 제일이라고 한다. 생각 패턴을 바꿈으로써 병을 이겨내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Simon GE, Moise N, Mohr DC. Management of Depression in Adults: A Review [published correction appears in JAMA. 2024 Oct 15;332(15):1306. doi: 10.1001/jama.2024.18427.]. JAMA. 2024;332(2):141-152. doi:10.1001/jama.2024.5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