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외모를 가꾸는 것에 대해 굉장히 많은 관심을 쏟는다. 방법은 다양하다. 날씬한 체형을 가꾸기 위해 먹는 것을 줄여가면서 다이어트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몸집을 키우기 위해 일명 ‘벌크업’을 하는 사람도 있다. 저마다 각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신체상에 따라 체중을 조절하고자 애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체중과 체형에 따라서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많은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실제 체중이 정신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정신의학 학술지인 Psychiatry Investigation에 이 주제와 관련된 연구가 게재되었다. ‘한국인에서 체질량지수(BMI)와 자살, 스트레스 및 삶의 불만족 간의 연관성(Association of Body Mass Index with Suicide Behaviors, Perceived Stress, and Life Dissatisfaction in the Korean General Population)’이라는 제목의 논문이다.
연구는 BMI와 스트레스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흔히 BMI라고 불리는 체질량지수는 몸무게(kg)를 키의 제곱(m²)으로 나눈 값으로, 비만도를 평가하는 지수다. 연구진은 우리나라 일반 인구집단에서 체질량지수가 스트레스 및 삶의 불만족 등의 정신건강 척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2011년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서 얻은 데이터를 분석했다. 참가자는 18~74세 사이의 성인으로 총 5,905명이 포함되었고, BMI를 토대로 저체중(18.5kg/m² 미만), 정상(18.5~22.9kg/m²), 과체중(23~24.9kg/m²), 비만(25kg/m² 이상)의 네 그룹으로 분류되었다. 지각된 스트레스와 삶의 불만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경험하십니까?” 및 “전반적으로 당신의 삶에 얼마나 만족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참가자들이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연구 결과, 저체중인 사람들은 BMI가 정상 범위에 속하는 사람들에 비해 심각한 스트레스를 보고할 위험이 약 1.7배 높게 나타났다. 이는 나이, 성별, 학력 등을 보정한 뒤에도 결과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즉, 저체중은 이와 같은 개인 특성과 관계없이 지각된 스트레스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과체중과 비만은 일반적인 예상과는 다르게 지각된 스트레스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삶의 불만족 측면에서도 역시 BMI가 저체중 범위에 속하는 사람들이 정상군에 비해 삶에 대해 불만족스럽게 느낄 가능성이 높았다. 과체중 및 비만은 앞서 언급한 주관적인 스트레스 수준과 마찬가지로 삶의 만족도와도 유의미한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보통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쪽은 과체중과 비만인데, 오히려 저체중이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 점이 흥미롭다. 정신건강과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저체중 역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다만 본 연구에서는 비만이 스트레스와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비만과 정신건강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수많은 선행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종합하면 저체중도, 과체중도, 각자 나름의 매커니즘을 통해 정신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이해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견해라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건 신체와 정신건강은 분리할 수 없는 요소라는 점을 이해하고, 신체를 잘 관리하고, 신체와 건강한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인지하는 일일 것이다.
Kim H, Jeon HJ, Bae JN, et al. Association of Body Mass Index with Suicide Behaviors, Perceived Stress, and Life Dissatisfaction in the Korean General Population. Psychiatry Investig. 2018;15(3):272-278. doi:10.30773/pi.2017.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