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위험을 57% 높이는 생활습관
2025-09-04
9/4/2025 2:48 PM

대부분의 질환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있다. 주요우울장애를 비롯한 대부분의 정신과적 문제 역시 그러하다. 유전적 요인은 말 그대로 타고나는 것이기 때문에 통제할 수 없지만, 후천적으로 조성되는 환경적 요인은 충분히 개선 가능하다. 따라서 질환의 예방 차원에서는 유전적 요인보다 환경적 요인이 훨씬 중요하며, 의학 전문가들이 가장 강조하는 환경적 요인은 바로 건강한 생활습관을 키우는 것이다.

정신건강 분야에서는 운동, 금연, 숙면 등의 생활습관이 우울증 등의 질환에 대한 예방 효과를 지닌다는 사실이 무수한 연구를 통해 밝혀져 왔다. 그렇다면 건강한 생활습관이 우울증 예방 효과를 내는 비결은 무엇일까?

가장 영향력 있는 학술지인 Nature Mental Health에 게재된 연구를 살펴보자. ‘생활습관과 우울증을 연결하는 뇌 구조, 면역, 대사 및 유전적 기전(The brain structure, immunometabolic and genetic mechanisms underlying the association between lifestyle and depression)’이라는 논문이다. 제목이 다소 길고 복잡하지만, 그 내용은 크게 어렵지 않다. 연구진은 생활습관이 우울증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으며, 그 둘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요소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라는 대규모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진행된 본 연구는 약 29만 명의 성인남녀가 포함되었다. 참가자를 대상으로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7가지 생활습관을 토대로 점수를 매겼다. 항목별로 건강한 습관을 지닌 경우 1점을 부여했으며, 총점은 가장 해로운 0점에서 가장 건강한 7점 사이였다. 7개 항목은 다음과 같다:

  • 흡연 여부
    • 현재 비흡연자
  • 신체활동
    • 매주 150분 이상의 중강도 운동 또는 75분 이상의 고강도 운동
  • 음주 습관
    • 하루에 14g 미만(여성) 또는 28g 미만(남성)의 알코올 섭취
    • 여성 기준: 와인 1잔, 맥주 1캔, 위스키 1샷, 소주 1잔
    • 남성 기준: 와인 2잔, 맥주 2캔, 위스키 2샷, 소주 2잔
  • 식습관
    • 7가지 음식군(과일, 채소, 생선, 가공육, 비가공 붉은 고기, 통곡물, 정제 곡물) 중 최소 4가지에 적절히 해당하는 소비를 하는 경우 건강 범주로 설정.
  • 수면 습관
    • 매일 7-9시간의 수면
  • 좌식 생활
    • 업무 시간 제외, 매일 4시간 이내로 앉아서 TV 시청 또는 컴퓨터 사용
  • 사회적 관계망
    • 사회적 연결이 많은 상태 (social insolation index로 측정)

연구진은 우울증 발병 여부를 결과변수로 채택했다. 전체 참가자 중 약 15,000명이 의사에게 우울증 진단을 받았거나 척도 상 진단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생활습관이 어떻게 우울증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한 ‘매개 분석(mediation analysis)’를 수행했다. 분석 항목에는 뇌 MRI를 촬영해 얻은 280개의 뇌 구조 지표와 면역 및 대사 기능을 대변하는 다양한 바이오마커가 포함되었다. 마지막으로 생활습관과 우울증의 관계를 설명 가능한 유전자가 있는지 알아보고자 유전체 분석을 시행했다.

연구 결과, 생활습관 점수가 높을수록 우울증 위험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이는 선행연구와 일치하는 결과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2개 미만 충족한 사람 대비 5개 실천한 사람은 우울증 위험이 약 57%, 나아가 7점 만점을 받은 사람은 70% 이상 줄어들었다. 우울증에 대한 보호 효과가 가장 두드러진 개별 생활습관은 충분한 수면 (31% 감소), 금연 (36% 감소), 그리고 충분한 신체활동(20% 감소)이었다.

다음으로는 매개 분석 결과를 보자.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한 사람은 뇌내 다양한 영역의 부피가 유의미하게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마(hippocampus),’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 ‘시상(thalamus)’등 인지기능 및 감정 조절에 밀접히 관련된 구조의 부피 차이가 두드러졌다. 일반적으로 해당 구조의 부피는 기능을 어느 정도 대변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연구진은 건강한 생활습관이 뇌의 핵심 구조 및 기능을 변화시켜 우울증 위험을 낮춘다고 설명한다.

더 나아가, 건강한 생활습관은 면역 및 대사 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한 사람은 특히 염증의 지표로 알려진 C-반응성 단백질(CRP) 수치가 낮았다. 또한 혈당 관리 지표인 HbA1c를 비롯하여 다양한 혈당 및 지질 관련 수치가 개선된 모습이었다. 만성 염증과 대사 불균형은 우울증의 잘 알려진 위험 요인인데, 건강한 생활습관은 이러한 염증을 줄이고 대사 기능을 개선함으로써 우울증 위험을 낮추는 데에 기여하는 것이다.

반면, 우울증의 유전적 요인은 생활습관 점수와 뚜렷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우울증에 대한 유전적 위험이 높든 낮든 상관없이,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누구나 우울증 예방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건강한 생활습관을 강조하는 데에는 의학적인 근거가 있다. 7가지 생활습관 중 지키지 못하고 있는 항목이 있다면, 건강한 정신건강을 위해 실천해보자.

참고 문헌

Zhao, Y., Yang, L., Sahakian, B.J. et al. The brain structure, immunometabolic and genetic mechanisms underlying the association between lifestyle and depression. Nat. Mental Health 1, 736–750 (2023).

지금 변화를
시작하세요

주 1회 이상 참여한 후에도
변화가 느껴지지 않으신다면 비용 전액을 돌려드립니다.
디스턴싱 시작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