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미성숙한 방어기제에 의존한다
2025-08-07
8/7/2025 12:09 PM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s)’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방어기제란, 우리 마음이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을 마주했을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작동시키는 전략이다. 쉽게 말해서 마음이 위협을 느끼면 켜지는 일종의 자동 스위치와도 같은 것이다. 이러한 방어기제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세부적인 패턴은 개인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2024년 7월, 정신의학 학술지인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에 방어기제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가 소개되었다. 바로 ‘우울증 환자의 방어기제에 대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Defensive Functioning in Individuals with Depressive Disorder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이라는 제목의 논문이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일반인과 어떻게 다른 방어기제를 보이는지 분석하고자 했다.

본 연구는 10편 이상의 선행연구에서 얻은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주요우울장애를 비롯한 기분장애로 진단된 참가자 794명과 정신질환 병력이 없는 일반인 849명이 대조군으로 포함되었다. 이들 참가자를 대상으로 방어유형척도(DSQ) 등의 평가를 시행하여 주로 어떤 방어기제를 사용하는지 측정했다.

분석 결과, 우울증을 가진 사람에서 나타나는 방어기제 유형은 일반인과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방어기제는 크게 ‘성숙한 방어기제(mature defenses)’와 ‘미성숙한 방어기제(immature defenses)’로 분류되는데, 우울증으로 진단받은 사람은 이중 미성숙한 방어기제에 더욱 많이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미성숙한 방어기제는 불편한 감정을 직접 다루지 않고 단순 회피 또는 왜곡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부정(denial)’, 고통스러운 감정을 신체 증상으로 표현하는 ‘신체화(somatization)’, 그리고 부정적인 감정을 직접 표현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수동공격(passive aggression)’ 등이 있다. 이러한 미성숙한 방어기제는 대인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뿐더러 절망감, 죄책감, 자존감 저하 등의 우울증의 핵심 증상을 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반대로 우울한 사람들은 대조군에 비해 성숙한 방어기제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미성숙한 방어기제와 달리, 성숙한 방어기제는 마주한 현실을 왜곡하지 않고 불편한 감정을 건강하게 조절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억제(suppression)’란, 불편한 감정을 일시적으로 미루되 필요할 때 적절히 직면하는 성숙한 방어기제다. 이외에도 ‘유머(humor),’ ‘승화(sublimation)’ 등이 있다. 이러한 성숙한 방어기제는 회복탄력성 및 감정조절 능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반대로 이를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면 스트레스 및 부정적 감정에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미성숙한 방어기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성숙한 방어기제는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적응적인 방어기제는 우울 증상을 지속시키고 회복을 방해하기 때문에 이를 인식하고 개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디스턴싱을 통해 나의 방어기제를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참고 문헌

Fiorentino F, Lo Buglio G, Morelli M, et al. Defensive functioning in individuals with depressive disorder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J Affect Disord. 2024;357:42-50. doi:10.1016/j.jad.2024.04.091

지금 변화를
시작하세요

주 1회 이상 참여한 후에도
변화가 느껴지지 않으신다면 비용 전액을 돌려드립니다.
디스턴싱 시작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