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울제를 서서히 끊으며 심리치료를 받으면 어떻게 될까?
2024-11-19
11/19/2024 4:39 PM

우울증 치료와 관련하여 흔한 질문이 있다. “우울증 약은 평생 먹어야 하나요?” 약물치료를 통해 우울 증상이 많이 호전되고 난 뒤에도 약물을 계속 복용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 마련이다. 특히 약물의 효과는 좋았지만 메스꺼움이나 주간 졸림 등의 부작용으로 고생하거나, 정신과 약물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경우 더더욱 약을 끊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하지만 증상이 좋아졌다고 해서 섣불리 단약하게 되면 또다시 악화하거나 재발할 위험이 크다. 따라서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최소한 6개월 이상의 유지기 치료를 권장한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부작용 등의 이유로 지속적인 투약이 어려운 경우에도 계속 약을 먹는 것만이 해답일까?

관련하여 2021년 5월 세계적인 정신의학 학술지인 JAMA Psychiatry에 이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연구가 소개되었다. ‘우울증 재발 방지를 위한 지속적인 항우울제 복용 및 심리치료 간의 메타 분석(Continuation of Antidepressants vs Sequential Psychological Interventions to Prevent Relapse in Depression: An Individual Participant Data Meta-analysis)’이라는 제목의 논문이다. 해당 연구는 우울 증상이 호전된 이후에 항우울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것과 약을 서서히 끊는 대신 예방적 심리치료를 꾸준히 받는 것 중 어느 쪽이 우울증 재발 방지 효과가 더욱 우수한지 비교하고자 했다.

연구는 메타 분석으로서 해당 분야에서 축적된 선행 연구를 포괄적으로 분석하는 접근 방식을 사용했다. 총 4개의 대형 연구에 참여한 18~65세 사이의 우울증 환자 714명이 본 연구에 포함되었다. 참가자는 모두 꾸준한 치료를 통해 우울 증상이 완전 또는 부분 관해 상태에 이르렀으며, 연구 시작 시점에 항우울제를 복용중이었다. 이들은 무작위로 항우울제 그룹과 심리치료 그룹으로 나뉘었는데, 항우울제 그룹에 속한 참가자는 연구 이전과 다름없이 항우울제를 꾸준히 복용한 반면, 심리치료 그룹은 기존에 복용하던 항우울제를 서서히 끊는 대신 8주 이상의 심리치료를 받았다.

연구 결과, 놀랍게도 항우울제 그룹과 심리치료 그룹 간에 우울증 재발 위험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음이 드러났다. 이러한 결과는 발병 연령이나 남아 있는 우울 증상 등의 변수를 고려해도 동일하게 관찰되었다. 항우울제 감량 후 순차적인 심리적 개입은 환자 특성과 관계없이 항우울제 단독 요법만큼 우울증의 재발을 예방하는 데에 효과적이다는 뜻이다. 이는 급성기에 증상이 심했던 환자라고 해서 유지기 치료로 심리치료보다 항우울제를 선택해야 하는 게 아니라, 예후가 좋지 않았던 환자도 예방 요법으로 항우울제 대신 심리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연구진이 이야기하는 ‘예방적 심리치료’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본 연구에서 심리치료 그룹에 배정된 환자는 아래 두 가지 치료 중 하나를 받았다.

예방 인지 치료(preventive cognitive therapy)

예방 인지 치료는 추후 우울 에피소드로 이어질 수 있는 인지 패턴을 다루어 우울 증상의 재발을 예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구조화된 심리적 개입이다. 연구에서 채택된 예방 인지 치료는 총 8주간의 세션으로 구성되었다.

마음챙김 기반 인지 치료(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

마음챙김 기반 인지 치료는 마음챙김 기법과 인지행동치료의 원리를 결합하여 우울 증상에 기여하는 부정적인 인지 패턴을 스스로 인식하고 분리하도록 돕는 기법이다.

물론 실제 임상 현장에서 약물요법과 심리적 개입 간의 등가교환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심한 부작용이나 장기간의 약물 복용에 대한 거부감 등의 다양한 이유로 복약 순응도가 떨어지는 경우, 유지기에 접어들게 되면 항우울제를 감량하거나 중단하는 대신 마음챙김, 인지행동치료 등의 심리치료를 꾸준히 받는 대안을 적극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같은 우울증이라도 반추와 같은 인지 오류가 기여하는 바가 큰 환자도 인지 치료가 아주 적절한 예방요법이 될 수 있다.

참고 문헌

Breedvelt JJF, Warren FC, Segal Z, Kuyken W, Bockting CL. Continuation of Antidepressants vs Sequential Psychological Interventions to Prevent Relapse in Depression: An Individual Participant Data Meta-analysis. JAMA Psychiatry. 2021;78(8):868-875. doi:10.1001/jamapsychiatry.2021.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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