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건강은 정신건강과 직결되어 있다. 앞서 디스턴싱의 다른 아티클들에서는 운동이 우울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들을 소개한 바 있다. 다소 엉성하게 설계되어 있긴 했지만 달리기와 항우울제의 효과를 직접 비교한 연구도 있었다. 그런데 사실 운동은 우울뿐만 아니라 불안에도 큰 도움이 된다.
논문을 하나 살펴보자. 2024년 9월,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에 발표된 논문이다. 제목은 ‘불안 장애 환자에서 운동이 삶의 질 및 업무에 미치는 영향(Exercise and health-related quality of life and work-related outcomes in primary care patients with anxiety disorders)’이다.
해당 연구에서는 공황장애, 광장공포증, 범불안장애 및 기타 불안 장애로 진단된 총 222명의 성인 참가자를 모집했다. 참가자는 무작위로 저강도 운동, 고강도 운동, 그리고 대조군에 배정되었다. 각각의 그룹은 다음과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연구 결과, 저강도 운동 및 고강도 운동 프로그램에 참가한 그룹은 대조군에 비해 삶의 질과 업무 능력이 유의미하게 향상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12주간의 운동 프로그램이 끝난 직후뿐만 아니라 1년 뒤 추적 기간에도 비슷하게 유지되었다. 운동하는 기간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운동의 효과가 지속되었던 것이다. 더 나아가, 저강도 운동보다 고강도 운동 그룹이 삶의 질과 업무 능력 면에서 훨씬 더 크게 향상되었다. 불안 장애가 있는 환자에서 운동량이 많고 강도가 높을수록 더 효과가 좋았다는 의미다.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를 비롯한 항우울제는 불안 장애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 중 하나다. 연구진은 222명의 참가자를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군과 복용하지 않는 군으로 나누어 운동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재분석했다. 그 결과, 항우울제를 복용 중이던 환자가 저강도 또는 고강도 운동을 병행했을 때 삶의 만족도와 업무 능력의 개선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항우울제는 그 자체만으로도 항불안 효과를 내지만, 약물과 운동을 병행하게 되면 운동이 스트레스 완화 및 활력 증진에 기여하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결론적으로 고강도 운동이 불안 관리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고강도는 어느 정도를 고강도라고 하는 걸까? 연구에서는 심박수와 자각 운동 강도 척도(스스로 힘든 정도를 보고하는 설문)를 활용하여 강도를 측정하였다. 연구에서는 정확한 심박수 범위나 척도 수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지만, 타 연구들을 참고해 보면 일반적으로 고강도 운동이란 최대 심박수 70-85% 정도에 해당하는 강도의 운동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다.
사실 임상 현장에서는 예전부터 공황장애 치료를 위해 운동을 활용해왔다. 공황장애는 공황발작과 그에 대한 예기불안(공황발작이 일어날 것을 걱정하는 것)이 특징인 질환이다. 공황발작이 발생할 때에는 죽을 것 같은 느낌, 두근거림, 호흡곤란, 현기증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때 자전거 타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을 하면 생리현상의 일환으로 맥박이 빨라지고 땀이 나고 숨이 차게 되는데, 이는 공황발작에서 나타나는 증상과 유사하다. 일부 연구는 운동을 통해 발생된 신체 상태에 보다 잘 적응하고, 신체와 새로운 관계를 맺음으로서, 공황발작에서 나타나는 신체 감각에 보다 잘 대체할 수 있기에 운동이 공황장애에 효과가 있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운동을 통해 활력을 높이고 신체 감각을 더 잘 알아차리고 인지하는 일은 정신건강에 많은 도움이 된다. 정신건강 문제는 분명 호르몬과 깊은 관련이 있지만, 이를 단순히 생물학적인 문제로만 환원해서는 삶에서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실제 내 삶에서 더 많은 노력들이 필요하고, 운동과 신체는 중요한 주제 중 하나다.
Wall A, Henriksson M, Nyberg J, et al. Exercise and health-related quality of life and work-related outcomes in primary care patients with anxiety disorders - A randomized controlled study. J Affect Disord. 2024;360:5-14. doi:10.1016/j.jad.2024.05.0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