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의 생각은 과거, 부정, 자신을 향한다.
2025-01-22
1/22/2025 6:29 PM

우울증은 기분 또는 감정이 문제가 되는 질환이라고 흔히 알려져있다. 하지만 사실 우울증은 기분뿐만 아니라 생각, 말과 행동, 그리고 인지기능을 포함한 일상생활의 모든 측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부정적인 기분과 부정적인 생각은 깊이 연관되어 있으며 서로 맞물려서 악순환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꼭 임상적으로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기분이 우울하면 작고 사소한 사건도 여느 때보다 크게 느껴지고, 반대로 안 좋은 생각에 빠지면 그에 따라서 기분도 처지는 것처럼 말이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기분과 사고의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고자 꾸준히 노력해왔다. 최근에는 우울증이 의식적으로 하는 생각뿐만 아니라 머리에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생각과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2024년 11월 자로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라는 정신의학 저널에 소개되었는데, 바로 ‘자발적 사고의 특징 및 주요 우울 장애에서의 적용(Characterizing human spontaneous thoughts and its application in major depressive disorder)’이라는 제목의 논문이다.

우선 제목에 나와 있는 ‘자발적 사고(spontaneous thoughts)’라는 개념을 짚고 넘어가자면, 외부 환경이나 특정 과제를 수행하지 않는 상태에서 마음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과 이미지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자발적 사고는 의도적이지 않고 제한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그만큼 개인의 현 상태를 파악하는 데에 유용하다.

연구진은 이러한 자발적 사고의 내용이 우울증 환자와 정상 대조군에서 어떠한 차이가 존재하는지 알기 위한 시험을 진행했는데,  본 연구에는 총 38명의 우울증 환자와 36명의 정상군이 참여했다. 모든 참가자는 특별한 과제 없이 휴식하면서 소리 내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10분이라는 시간 동안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생각과 이미지를 말로 표현하도록 지도받았다.

연구진은 참가자가 말한 표현을 모두 종합해 분석했는데, 그 결과 환자군과 대조군 사이에 몇몇 명확한 차이점이 발견되었다. 먼저 자발적 사고의 시간적 초점이 달랐는데, 우울증 환자는 대체로 과거에 있었던 사건에 훨씬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던 반면, 대조군 참가자는 과거보다 미래에 초점을 두었다고 한다. 사고에 부여하는 감정적 가치에도 차이가 있었는데, 환자군은 부정적인 사건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긍정적인 사건에 대한 언급은 훨씬 적었다. 그리고 행복이나 즐거움 같은 긍정적 감정보다는 죄책감, 슬픔, 과도한 걱정 등의 강렬한 부정적 감정의 색채가 진하게 나타났다. 대조군은 이에 비해 긍정 및 부정적인 사건의 균형이 더 잘 맞았고, 부정적 감정보다 긍정적 감정에 대한 언급이 더욱 잦았다. 마지막으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타인 또는 외부 환경보다 내적 또는 자기 지향적 사고가 더욱 두드러졌다.

그렇다면 이러한 차이점들은 왜 나타나는 걸까? 연구진에 따르면, 우울증에서 흔히 나타나는 반추적 사고방식이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한다. 과거의 부정적 사건이나 자신의 결점에 초점을 두는 반추가 의식적 사고뿐만 아니라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자발적 사고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 뇌는 긍정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사고가 결핍되어 있다. 그러므로 긍정적이고 미래를 계획하는 생각보다는 부정적이고 과거에 머물러 있는 생각이 자꾸 뇌리에 스칠 수 있다. 한 마디로, 우울증에 빠지면 부정적 감정과 부정적 생각에 사로잡힐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우울한 사람은 순간 스치는 생각도 다르다. 이는 우울증에서 인지 및 사고 패턴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따라서 우울증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스스로 생각을 들여다보고 부정적인 인지 패턴을 바꿀 필요가 있다. 디스턴싱을 포함한 수많은 인지행동치료적 접근들이 생각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참고 문헌

Li HX, Chen X, Wang ZH, et al. Characterizing human spontaneous thoughts and its application in major depressive disorder. J Affect Disord. 2024;365:276-284. doi:10.1016/j.jad.2024.08.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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