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앞에 앉아 일하다가, 또는 영화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딴생각에 빠진 자신을 발견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를 지칭하는 용어는 ‘마음방랑(mind wandering)’으로, 말 그대로 마음의 초점이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머무르지 못하고 관계없는 생각 속을 떠돌아다니는 상태를 말한다. 최근 정신건강 분야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개념인 ‘마음챙김(mindfulness)’과 정반대이다. 마음챙김이 현재의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라면, 마음방랑은 나도 모르게 현재가 아닌 전혀 다른 곳을 헤매는 것이다.
마음방랑은 물론 모든 사람이 일상에서 흔히 겪게 되는 현상이다. 그런데 정신의학 저널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의 2024년 12월호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과 건강한 사람에서 나타나는 마음방랑은 차이가 난다고 한다. ‘우울한 사람들의 일상 속 마음방랑(Mind-wandering in daily life in depressed individuals: An experience sampling study)’이라는 논문을 함께 살펴보자.
본 연구에는 총 106명의 성인이 참여했다. 그중 53명은 주요 우울 장애로 진단받았으며, 나머지 53명은 정신질환이 없는 건강한 대조군이었다. 연구는 총 7~8일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참가자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 사이에 무작위로 8회가량 설문 응답을 요청받았다. 전자기기의 알림이 울릴 당시 딴생각에 잠겨있었는지를 응답했다. 마음방랑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경우에는 떠오른 생각이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었는지, 그리고 과거, 현재, 미래 중 어느 시점에 집중되어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추가로 답했다.
우선 두 그룹 간에 마음방랑의 유의미한 빈도 차이가 관찰되었다. 우울증 그룹은 총 알림의 37%에서 마음방랑을 경험하고 있다고 보고한 반면, 건강한 대조군은 17%에 그쳤다. 즉,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마음방랑을 두 배 가까이 자주 경험한 것이었다. 연구진은 우울증에서 자주 동반되는 ‘인지 이탈(cognitive disengagement)’를 그 이유로 꼽았다. 우울한 사람은 주의집중력이 떨어지고 외부 자극에 대한 집중을 유지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딴생각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다만, 두 그룹은 마음방랑의 시간적 측면에서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두 그룹 모두 현재에 대한 딴생각을 가장 자주 떠올렸고 미래, 과거가 그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두 그룹은 마음방랑의 감정적 성격의 차이가 확인되었다. 우울증 그룹은 마음방랑의 42%가 슬픔, 불안, 수치심 등의 부정적인 내용으로 이루어졌으나, 대조군에서는 부정적인 생각이 전체의 10%에 불과했다. 반면, 긍정적인 내용은 우울증 그룹과 대조군에서 각각 15%, 41%였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딴생각에 빠질 때, 그 내용이 훨씬 더 부정적이며 긍정적인 감정은 상대적으로 결여되어 있다는 의미다. 이는 우울증의 기저에 자주 등장하는 부정 편항(negativity bias)과 반추적 사고(rumination)를 반영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본 연구에서 참가자가 느끼는 감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바 우울증 그룹에서 부정적 정서가 마음방랑을 유발하고, 마음방랑은 또다시 긍정적 정서의 감소를 예측한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처럼 마음방랑이 우울증에서 기분 저하를 지속시키는 인지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우울한 마음이 들수록 마음방랑에 상반되는 마음챙김을 연습할 필요가 있다. 가만히 놔두면 자꾸만 부정적인 생각으로 빠지는 우울한 마음을, 현재 이 순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훈련하자.
Welhaf MS, Mata J, Jaeggi SM, et al. Mind-wandering in daily life in depressed individuals: An experience sampling study. J Affect Disord. 2024;366:244-253. doi:10.1016/j.jad.2024.08.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