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의 해부학: 우울한 뇌는 생긴 것도 다르다
2025-01-21
1/21/2025 2:02 PM

우리는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적인 어려움을 두고 흔히 ‘마음의 병’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그런데 대체 이 ‘마음’이란 게 무엇일까? 사실 정신의학은 ‘마음’을 다루는 분야이기도 하지만, 뇌의 구조와 기능의 이상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증상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학문이다.

최근에는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 등의 다양한 정신질환에 연루된 뇌 구조와 신경전달물질의 변화를 찾아내기 위한 노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관란하여 ‘어두운 뇌: 주요 우울 장애에서 나타나는 회백질의 부피 변화(The Dark and Gloomy Brain: Grey Matter Volume Alterations in Major Depressive Disorder—Fine-Grained Meta-Analyses)’라는 이름의 논문이 Depression and Anxiety라는 학술지에 게재되었다.

간단히 살펴보면, 연구진은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은 뇌가 어떻게 다르게 생겼는지 분석하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서 우울증에 관한 73편의 선행연구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는데, 총 6,167명의 주요 우울 장애 환자와 6,237명의 건강한 대조군이 포함되었다. 모든 참가자의 뇌 MRI를 분석한 결과, 연구진은 우울한 뇌는 생긴 것도 다르다는 결론을 내렸다. 어떤 구조적인 차이가 발견되었는지 가볍게 살펴보자.

1. 좌측 뇌섬엽(insula)의 위축

연구 결과, 주요 우울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의 뇌에서 좌측 뇌섬엽(inslula)의 위축이 확인되었다. 뇌섬엽은 대뇌피질의 겉면에서는 볼 수 없는 깊은 곳이 자리 잡고 있는데, 뇌섬엽은 뇌에서 감정 및 인지 과정을 통합하는 데에 깊이 관여하는 영역이다. 뇌섬엽의 부피가 감소했다는 것은 그 부위의 기능에 잠재적인 결함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는 우울증에서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인 감정 처리의 손상과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우울증에 빠지면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부정적 감정이 증가하고 긍정적 정서가 결여되기도 한다.

2. 양측 편도체(amygdala)의 비대

아몬드 모양을 가지는 편도체(amygdala)는 측두엽의 안쪽 깊숙이 위치하는 구조물이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에 대한 기억의 형성과 저장을 담당하고, 특히 공포와 쾌락 반응과 관련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우울증 환자의 뇌에서는 이러한 편도체가 비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부정적 감정 자극에 대한 과장된 반응과 관련되어 있다. 편도체가 비정상적으로 과활성화되면 부정적 생각과 감정에 과도하게 집중하는 증상인 반추를 유발할 수 있고, 이는 우울 증상을 지속시키고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3. 양측 해마이랑(parahippocampus)의 비대

해마이랑은 앞서 살펴본 편도체와 연결된 구조물로, 이 또한 감정 처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감정과 그 감정을 유발하는 경험의 통합을 담당한다.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의 뇌에서는 양쪽 해마이랑의 비대가 관찰되었는데, 이는 부정적 경험에 대한 과도한 집중을 강화시켜 우울증에 기여하는 부정적 정서와 인지 패턴을 지속시킬 수 있다.

이러한 관찰로부터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우선, 마음의 문제는 내가 단순히 의지를 가지고 무언가를 바꿔야 하는 무언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분명히 생물학적인 문제다. 우리는 늘 능동적으로 생각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생각도, 감정도, 모두 생물학적인 조건에 따라 나의 마음속에 떠오를 뿐이다. 그렇기에 그저 좋게 생각하자,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감사하면서 살자 등의 격언만으로 해결되는 건 아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생물학적 조건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하며, 우울증에 대한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는 모두 뇌의 구조적, 기능적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알려진 방법들이다.

다음으로 우울증에서 초점을 맞춰야 할 부분이 ‘감정과 생각을 알아차리고 조절하며 반추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것’이라는 점이다. 구조적 변화에 따라 그에 맞는 증상들이 나타나는 것이므로, 다시 우리는 그 구조적 변화에 맞는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약 한 알 없이 우울증을 치료한다고 알려진 마음챙김과 인지행동치료가 모두 알아차림, 그리고 생각과의 관계를 다시 맺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다 이유가 있다.

한 가지 조심할 점은 뇌의 구조적 변화가 반드시 임상적인 결과와 맞닿아있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가령 위 결과를 두고 다음과 같이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뇌섬엽에 도움이 되는 영양제를 먹어야 한다.” “이걸 했더니 뇌섬엽에서 뇌 신호가 높아졌으므로 이 방법을 지속해야 우울증에서 벗어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로 우울증을 해결하는지는 별개의 문제고, 이는 엄밀한 임상시험을 통해서 검증해야 한다.

수많은 주장들이 있지만 지금까지 의학계가 밝혀낸 과학적인 방법은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가 거의 유일하며, 대부분의 가이드라인이 두 방법을 권유하고 있다.

참고 문헌

Romeo Z, Biondi M, Oltedal L, Chiara Spironelli. The Dark and Gloomy Brain: Grey Matter Volume Alterations in Major Depressive Disorder–Fine-Grained Meta-Analyses. Depression and anxiety. 2024;2024:1-21. doi:https://doi.org/10.1155/2024/6673522

지금 변화를
시작하세요

3개월 이용 후 불만족시 200% 페이백 해드립니다.
디스턴싱 시작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