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생활습관에는 건강한 마음이 뒤따른다. 관련 연구도 많다. 흡연, 음주, 운동 등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제법 많이 쌓이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생활습관은 개별적으로 작용하진 않는다. 어떤 사람은 매울 꾸준히 운동하지만 애주가일 수 있지 않은가. 또 다른 사람은 살면서 한 번도 담배를 피운 적이 없지만 신체 활동이 부족하기도 하다. 따라서 실제로는 다양한 요소를 종합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침 이러한 관점에서 좋은 연구가 발표되었다. 2024년 10월, 세계적인 정신의학 학술지,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에 게재된 연구다. 연구 제목은 ‘생활습관의 결합체와 우울 증상의 위험: 중국에서의 기초 조사(Combined Healthy Lifestyles and Risk of Depressive Symptoms: A Baseline Survey in China)’로, 다양한 생활습관 요소가 결합하여 우울 위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연구다.
연구는 중국 7개 지역에서 진행되었다. 연구 대상자는 54,000명의 만 18세 이상의 성인. 제법 대규모 연구다. 연구진은 각 연구 참가자의 생활 습관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고, 자기평가 우울 척도(SDS)를 통해 우울 증상을 평가했다. 이후 데이터를 종합하여 다양한 생활습관과 우울 증상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분석했다.
건강한 생활습관은 아래와 같이 6가지가 포함되었으며, 각 항목을 만족할 때마다 1점을 부여했다 (최소 0점, 최대 6점).
연구 결과, 생활습관 점수에 따라 우울 위험에 차이가 났다. 총점이 2점 이하인 그룹을 기준으로, 3가지 요소를 만족시키는 그룹은 우울 증상을 경험할 위험이 21%가량 감소했다. 총점이 4점 또는 5점인 경우에는 우울 위험이 각각 41%, 51% 감소했으며, 위의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은 우울 위험이 무려 58%까지 낮아졌다.
흥미로운 점은 시너지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3가지를 만족시키면 우울 위험이 21% 가량 감소하니, 6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면 우울 위험이 42% 정도 감소되어야 할 거 같은데, 실제로는 58%로 감소되었다. 각 요소의 충족 여부가 단순 합산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요소가 결합할수록 우울 증상에 대한 보호 효과가 더 커지는 것이다.
개별 항목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조금씩 달랐다. 가장 보호 효과가 큰 요소는 충분한 수면 시간이었다. 다른 요소를 모두 무시하고 수면 시간만 고려한다면, 매일 평균 7~9시간 이상 충분히 자는 사람은 우울 위험이 30% 이상 줄어들었다. 그다음으로는 충분한 신체 활동, 적당한 음주, 건강한 식이, 건강한 체중, 그리고 비흡연 순이었다.
“에이, 그거야 당연한 이야기지. 우울이 심한 사람한테는 의미없어…”
과연 그럴까? 건강한 생활 습관이 우울 증상에 미치는 영향은 우울 증상의 심각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증상이 가벼운 경우에는 건강한 생활습관이 한 가지 늘어날 때마다 우울 위험이 15% 감소한 반면, 중등도 이상의 우울 증상을 겪고 있는 그룹에서는 한 가지의 요소가 30%에 달하는 차이로 이어졌다. 우울 증상이 심각할수록 건강한 생활습관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살펴본 연구 결과는 건강한 생활습관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다양한 요소의 결합에서 나오는 시너지 효과다. 이미 몇 가지 항목은 충족한 상태라면 조금 더 욕심을 내보자. 다양한 요소가 결합하면 각기 다른 메커니즘을 통해 건강한 마음을 가꾸는 데 도움을 줄지도 모른다.
Qie R, Huang H, Sun P, et al. Combined healthy lifestyles and risk of depressive symptoms: A baseline survey in China. J Affect Disord. 2024;363:152-160. doi:10.1016/j.jad.2024.07.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