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정신건강
2025-06-27
6/27/2025 2:10 PM

기후변화는 현존하는 인류뿐만 아니라, 후손과 지구를 지키기 위해 꼭 관심을 가져야 하는 문제다. 그런데 기후변화는 긴 시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일상 속에서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체감하기가 다소 힘들다. 하지만 직접 인지하지 못하고 있더라도 대기오염, 지구 온난화 등의 기후변화는 이미 우리의 삶과 건강 전반에 걸쳐 다양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정신건강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로 기후변화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기후정신의학(climate psychiatry, climate mental health)’이라는 분야가 출범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해 지금까지 어떤 사실을 알아냈을까? 정신의학 학술지 Current Opinion in Psychiatry에 2025년 1월 자로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감소, 그리고 환경오염이 우울 및 불안 장애에 미치는 영향(Impact of Climate Change, Biodiversity Loss, and Pollution on the Incidence and Manifestation of Depressive and Anxiety Disorders)’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소개되었다. 본 연구는 2023년 1월 이후 발표된 약 50편의 논문을 종합적으로 분석했기 때문에 가장 최신 지견을 엿볼 수 있겠다.

대기오염이 정신건강을 해친다.

대기오염에 장기간 노출되면 우울증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이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다. 미국의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초미세먼지(PM2.5)의 농도가 5단위 증가할 때마다 우울증 위험이 1%씩 증가했다. 또한 임신 2분기에 미세먼지(PM10)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산후 우울증의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가 있었다. 더 나아가,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이산화질소(NO2) 또는 오존(O3)에 노출이 증가하는 경우에도 우울증 위험이 많게는 2% 이상 높아졌다.

특히 대기오염에 대한 노출량이 많을수록 그만큼 우울증 위험이 더욱 커지는 ‘용량-반응 관계(dose-response relationship)’가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 이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대기오염이 심각해지고 있고, 오염된 대기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정신건강을 해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대기오염은 신경계에 염증 및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우울 및 불안 장애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기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뇌 영상을 이용한 일부 연구에서 대기오염에 장기간 노출되는 경우 전전두엽, 편도체 등 감정 조절과 관련된 뇌 영역의 구조적 변화가 관찰되기도 했다.

지구 온난화가 우울과 불안을 키운다.

방글라데시에서 3,600명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평균 기온이 1°C 증가할 때마다 불안 증상을 경험할 확률이 20% 정도 증가했다. 그리고 우울증과 불안 장애가 동시에 나타날 위험이 약 24% 증가했다. 더 나아가 기온 상승으로 인해 우울 및 불안뿐만 아니라, 자살 위험 및 정신질환으로 인한 입원율 역시 높아졌다는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정신건강의 보호막과도 같은 녹지 공간이 사라지고 있다.

녹지 공간이 정신건강에 다양한 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미 다수의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녹지 공간은 야외 활동과 사회적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도록 돕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일상 속에서 건강한 마음을 가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숲, 공원, 수변 공간 등의 자연환경에 대한 접근성이 좋을수록 우울증의 유병률이 낮아지는 등의 정신건강에 대한 보호 효과가 크다. 그러나 기후변화 및 생물다양성 감소로 인해 이러한 자연 공간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기후변화는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그 자체만으로 여러 해로운 영향을 끼치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불안, 스트레스 등의 ‘기후감정(eco-emotions)’ 역시 정신건강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기후변화는 이미 정신건강을 직·간접적으로 위협하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환경은 우리 마음을 위해서라도 중요하다.

참고 문헌

Karl S, Brandt L, Luykx JJ, Dom G. Impact of climate change, biodiversity loss, and pollution on the incidence and manifestation of depressive and anxiety disorders. Curr Opin Psychiatry. 2025;38(1):35-40. doi:10.1097/YCO.0000000000000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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