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형 인간, 우울 위험이 낮다
2025-05-15
5/15/2025 1:06 PM

MBTI가 성격 유형에 따라 사람을 나누는 검사라면, 일주기 유형(chronotype)은 생체시계의 고유 리듬을 기준으로 삼는다. 우리의 생체시계는 일반적으로 24시간의 주기에 따라 작동하지만, 사람마다 기준점이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흔히 말하는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으로 나누어서 생각할 수 있다. 일찍 잠들고 일찍 일어나는 특성의 아침형 인간은 오전 6~10시에 가장 높은 집중력과 생산성을 보이는 반면, 저녁형 인간은 에너지가 오히려 늦은 저녁 시간에 최고조에 달하며 상대적으로 늦게 잠들고 늦게 일어난다. 물론 모든 사람을 아침형 또는 저녁형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일주기 유형은 하나의 연속적인 스펙트럼에 가깝다.

그렇다면 일주기 유형은 정신건강 측면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의학을 비롯한 과학 분야의 최신 지견을 담는 저널인 Scientific Reports에 2024년 11월 자로 ‘일주기 유형과 우울증의 연관성(Nonlinear and Symptom-Specific Associations Between Chronotype and Depression)’이라는 연구가 소개되었다. 연구진은 어떤 사람의 일주기 유형이 우울증의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증상별로 알아보고자 했다.

본 연구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실시된 미국의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활용하여 진행되었고, 성인 5,217명의 데이터가 포함되었다. 참가자는 최근 2주간의 우울 증상을 평가하는 우울증 건강설문-9(PHQ-9), 그리고 뮌헨 일주기 유형 설문지(MCTQ)를 작성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별로 쉬는 날의 평균 수면 중간점을 기준으로 수면-기상 주기를 측정했는데, 아침형/저녁형으로 나누는 설문 결과보다 실제 수면 패턴을 기준으로 삼는 게 더욱 정확하다는 선행 연구를 근거로 들었다. 예컨대 평소 주말에 오후 10시에 잠들어서 오전 6시에 일어나는 사람의 경우, 수면 중간점은 오전 2시가 된다. 참고로, 야간 근무자 등 근무 일정이 불규칙한 사람은 연구에서 제외되었다.

분석 결과, 아래와 같은 그래프가 나타났다. 우선 그림 B를 먼저 살펴보자. 그래프의 x축은 앞서 설명한 평균 수면 중간점이며, y축은 우울 증상의 심각도를 나타내는 PHQ-9 점수에 해당한다. 전반적으로 U자형 패턴을 나타내는데, 수면 중간점이 늦어질수록 소폭 감소하다가 대략 새벽 2시 50분을 기준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이다. 수면 중간점이 오전 5시쯤이 되면 가벼운 우울증에 해당하는 5점, 그리고 오전 8시를 넘어서면 중간 정도의 우울증에 해당하는 10점에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잠드는 사람일수록 높은 수준의 우울 증상을 보고할 가능성이 높았다.

다음으로 그림 A는 반대로 PHQ-9 점수를 기준으로 수면 중간점의 분포도(히스토그램)을 나타냈다. 분홍색은 PHQ-9이 10점 미만인 그룹으로 가벼운 우울증 및 임상적으로 의미 없는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졌으며, 연두색과 파란색은 각각 중등도, 중증 우울증에 해당했다.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그룹마다 수면 중간점의 분포도가 달랐다. 우울 증상이 가장 적은 그룹은 수면이 오전 1~3시에 정점을 찍는 사람이 대다수인 반면, 중증 우울증 그룹은 평균 수면 중간점이 오전 4~6시로 더욱 늦었다.

더 나아가, 연구진은 개별 우울 증상이 일주기 유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주의집중력 저하 등의 인지 증상은 수면-기상 주기가 늦을수록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식욕 변화의 경우, U자형 패턴을 보이며 극단적으로 이른 시간에 잠드는 그룹과 늦게 잠드는 그룹 모두 식욕 변화가 두드러졌다. 다만 전자는 주로 식욕 감퇴를 호소했다면, 후자는 야간 폭식 등 과식하는 경향이 문제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피로와 수면 장애는 수면-기상 주기가 늦을수록 더욱 빈번하게 나타났다.

물론 일주기 유형만을 가지고 우울 위험을 평가할 수는 없으며, 저녁형 인간은 창의력, 독창적인 사고 등의 다양한 장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집중력 저하 또는 불규칙한 수면 등의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면, 수면 패턴을 조정하고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을 늘리는 등의 생활습관 개선이 큰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참고 문헌

Seizer L, Martínez-Albert E, Löchner J. Nonlinear and symptom specific associations between chronotype and depression. Sci Rep. 2024;14(1):28696. Published 2024 Nov 20. doi:10.1038/s41598-024-79868-0

지금 변화를
시작하세요

3개월 동안 주 1회 이상 참여한 후에도
변화가 느껴지지 않으신다면 비용 전액을 돌려드립니다.
디스턴싱 시작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