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스트레스가 뇌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
2025-08-14
8/14/2025 2:44 PM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를 비롯한 불안장애에 대해 점차 인지하고 있다. 한편 스트레스는 우울과 불안에 비해 훨씬 흔하지만, 스트레스 관련 질환에 대한 인지수준은 여전히 부족한 편이다. 여기서 말하는 스트레스 관련 질환이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 상태에 도달한 경우를 말한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적응장애가 있다. 전자는 생명을 위협받을 정도의 극심한 스트레스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뒤, 해당 사건을 반복해서 재경험하고 불면, 신경과민 등의 어려움을 겪게 되는 질환이다. 후자는 경제적 어려움이나 대인관계 문제 등의 스트레스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정서적 어려움이 지속되는 상태를 일컫는다.

이러한 스트레스 관련 질환은 그 자체만으로도 고통을 유발하지만, 추가적인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 또한 높다. 예컨대, 스트레스 반응의 일환으로 나타난 우울 증상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만성화되면 임상적인 우울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사협회 공식 저널인 JAMA Neurology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 관련 질환은 장기적으로 퇴행성 신경질환과 연관성이 있다고 한다. ‘스트레스 관련 질환이 퇴행성 신경질환에 미치는 영향(Association of Stress-Related Disorders With Subsequent Neurodegenerative Diseases)’이라는 논문을 살펴보자.

본 연구는 스웨덴에서 진행된 대규모 코호트 연구다. 연구 대상은 스트레스 관련 질환을 진단 받은 71,748명, 그리고 나이 및 성별이 매칭된 건강한 대조군 595,335명이었다. 이미 기존에 퇴행성 신경질환을 진단 받은 이력이 있는 사람은 제외되었다. 스트레스 관련 질환의 범주에는 PTSD, 급성 스트레스 장애, 적응장애 등이 포함되었다. 연구진은 진단 시점으로부터 5년 후 또는 참가자가 40세가 되는 시점 중 더 늦은 시점부터 추적 관찰을 시작하여, 퇴행성 신경질환이 발생했는지를 살폈다.

연구 결과, 스트레스 관련 질환이 있는 사람은 일반인에 비해 퇴행성 신경질환에 걸릴 위험이 약 60% 높았다. 세부 질환별로 발생 위험이 다르게 나타났다. 혈류의 문제로 인지기능 저하가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는 발생 위험이 80% 정도 증가했으며, 치매의 가장 흔한 형태인 알츠하이머 치매의 경우에는 40%가량 증가했다. 이는 질환군과 대조군 간에 학력, 소득, 신체질환 등의 다양한 요인을 고려했음에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나타냈다. 나아가 연구진은 스트레스 관련 장애로 진단된 44,839명과, 동일한 질환이 없는 그들의 형제자매 78,482명을 대상으로 퇴행성 신경질환의 발생 위험을 비교했다. 이번에도 앞선 결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결과가 나타났다. 형제자매는 유전적 요소와 가정환경을 많은 부분 공유한다는 점을 미루어 보면, 스트레스 질환과 퇴행성 신경질환 사이에 유전이나 성장환경 외의 독립적인 연관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스트레스 관련 질환이 퇴행성 신경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진은 신경염증(neuroinflammation)과 혈관 손상을 주범으로 지목했다. 스트레스 상태가 지속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상승하는데, 이는 염증성 물질과 산화 스트레스를 일으켜 신경염증을 유발한다. 이러한 신경염증이 뇌 기능을 악화시킴으로써 결국 치매와 같은 퇴행성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만성 스트레스는 뇌혈관 및 심혈관 기능을 악화시키는데, 이는 본 연구에서 스트레스 관련 질환과 연관이 크다고 나온 혈관성 치매의 잘 알려진 위험 인자기도 하다. 더 나아가, 이러한 생물학적 경로 외에도 스트레스 장애에 흔히 동반되는 흡연, 음주, 불면 등의 생활습관 변화 역시 퇴행성 신경질환의 위험을 키우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스트레스는 흔하기도 하지만, 방치되고 만성화되면 뇌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우리는 단순히 ‘견딘다’는 생각으로 스트레스를 방관할 게 아니라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며, 스트레스로 인해 일상생활이 어렵다면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아야 한다. 현재의 결정이 향후 수 십년 간의 뇌 건강을 좌우할 수 있다.

참고 문헌

Song H, Sieurin J, Wirdefeldt K, et al. Association of Stress-Related Disorders With Subsequent Neurodegenerative Diseases. JAMA Neurol. 2020;77(6):700-709. doi:10.1001/jamaneurol.202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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