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로 떠오르기: 채채님의 이야기
2025-07-08
7/8/2025 2:42 PM

오늘 회사로 택배가 하나 도착했다. 디스턴싱의 유저분께서 보내주셨던 것이었다. 택배 상자 안에는 손으로 쓴 편지와 함께 직접 만든 키링이 들어있었다. 키링 하나는 본인을 담당해주셨던 코치 선생님을 위해, 그리고 나머지는 “서로 얼굴은 모르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을 생각하며 직접 그리고 만들었다”라고 적혀 있었다.

처음엔 그냥 “귀여운 키링이다” 싶었다. 그런데 편지를 읽어 보니 훨씬 더 뜻깊은 선물이었다. 현대 인지행동치료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는 디스턴싱은 역시 여타 치료와 마찬가지로 ‘가치’를 중시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우울과 불안을 더 잘 관리하기 위함이지만, 그보다 우리에게 더 큰 주제는 언제나 가치다. 내가 가치 있게 여기는 방향대로 삶을 이끌어나가는 것. 우울, 불안과 싸우고 있다면 언제부터인가 삶의 목적이 ‘우울 없애기’, ‘불안 없애기’인 양 흘러갈 때가 있다. 하지만 삶은 그보다는 훨씬 더 큰 의미가 있다.

그렇다 보니 디스턴싱에서도 가치를 찾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연습을 하게 된다. 그런데 편지를 보내오신 분께서 찾았던 가치 중 하나가 “타인에게 고마움을 전달하기”였던 것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감사함을 표현하고, 그로 인해 “상대가 오늘 하루도 따뜻하게 보내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가치였다고 한다. 그리고 디스턴싱이 끝난 지금, 그 가치들을 지속시키며 살고자 코치 선생님과 팀원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유저의 피드백 또한 디스턴싱의 방향성 속에 있다니, 참으로 좋은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편지의 내용은 담백했다. “제 모든 것을 바꿔주셨습니다” 같은 그 누구도 결코 이뤄줄 수 없는 약속에 대한 간증이 아니라, 디스턴싱이 끝난 지금도 여전히 힘든 순간이 있고, 또 그런 감정들과 싸우는 날도 있지만, 과거라면 어두운 물 속에서 혼자 사경을 헤매고 있었을 텐데, 그래도 지금은 수면 위로 올라와 다른 것들을 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 역시나 100%는 아니지만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 덤덤하게 써내려간 깨달음을 읽고 있다 보면 그에게 디스턴싱이 참 적절하게 다가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끝나지 않는 깊은 터널에 있는 것 같을 때도 많다. “내 삶은 왜 이런 걸까?” “나는 왜 이 모양이지?” “저 사람들은 저렇게 앞서 나가는데…” 그럴 때면 늘 영원의 평온을 약속하는 이런저런 메시지들에 마음이 흔들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파랑새를 좇으며 방황하지 않기로 하되, 그럼에도 변화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기로 하고, 다시 일어나서 내가 원하는 삶을 향해 나아가기로 전념할 때, 그제서야 삶은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조금씩 바뀌어나가기 시작한다.

비단 유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나 또한 정신건강 산업에 어떤 거창한 비밀이 있으리라 생각했던 적도 있다. 몇 년을 찾아봤지만 그런 건 없었다. 그보다는 유저의 변화들에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거기에 집중하기로 할 때, 그 작은 변화들이 모여서 더 큰 하나의 흐름이 만들어지는 건 아닐까. 어두운 물 속 깊은 곳에서 수면 위로 올라와 또 다른 세상을 바라보기로 하고,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그 사소한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기로 하고, 사소한 것일지라도 그것을 위한 행동에 전념하기로 하는 것.

디스턴싱을 만드는 우리도, 디스턴싱을 사용하는 그들도,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다.

홍승주, M.D. CEO at Distanc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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