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릴 때부터 질리도록 듣지만 일상에서 실천으로 옮기기는 어려운 말이 있다. 바로 아침을 잘 챙겨 먹으라는 조언이다. 그런데 아침 식사를 챙겨 먹는 습관이 건강에 좋은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자는 동안 공복 상태가 긴 시간 유지되기 때문에 아침 시간에 적절히 영양분을 공급해주지 않으면 하루종일 기운이 없고 ‘두뇌 회전’도 잘 안 되는 것 같은 느낌은 모두 경험해봤을 것이다. 반면 아침을 먹고 나니 오히려 속이 더부룩하고 졸음이 쏟아지는 등 안 먹는 것만 못한 느낌을 받은 적도 있지 않은가.
정신건강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침 식사는 건강한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루틴이다. 기분장애 분야의 최신 지견을 담는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에 아침 식사와 우울증의 연관성을 다룬 흥미로운 연구가 소개되었다. ‘아침 식사 습관 및 질과 우울 증상 간의 연관성(Associations of breakfast habits and breakfast quality with depression symptoms)’이라는 제목의 논문이다. 논문의 내용을 들여다보면서 아침 식사를 언제, 어떻게 먹어야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정리하자.
본 연구는 미국에서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수집된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총 23,839명의 20세 이상 성인이 연구 대상에 포함되었다. 모든 참가자를 대상으로 아침 식사 습관을 조사했는데, 식사 여부를 기준으로 결식, 불규칙적 섭취, 규칙적 섭취 그룹으로 분류했다. 아침에 먹는 식단에 20가지 영양소가 포함되어 있는지 파악해 식사의 질을 평가했으며, 아침 식사를 하는 시간도 조사했다. 마지막으로 자기 보고식 설문지인 우울증 건강설문-9(PHQ-9) 데이터를 활용하여 아침 식사 습관이 우울 증상과 어떤 연관성을 맺고 있는지 분석했다.
평소 아침 식사를 전혀 하지 않는 결식 그룹은 우울 증상을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매일 아침을 먹지 않더라도 규칙적으로 아침을 먹는 습관이 있는 사람은 결식 그룹에 비해 우울 위험이 1/4 정도 줄어들었다. 연구진은 아침을 거르면 우울 위험이 높아지는 이유로 염증과 혈당에 주목했다. 아침을 빼먹는 습관은 체내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데, 전신적인 만성 염증은 우울증의 위험요소로 작용한다는 연구가 쌓이고 있다. 또한 아침에 영양분을 섭취하지 않으면 혈당 조절이 불안정해지는데, 이는 세로토닌과 도파민을 비롯한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에 영향을 미치므로 안정적인 기분을 저하할 수 있다.
식사 질이 가장 낮은 그룹은 정제 탄수화물과 포화지방의 비율이 높았다. 특히 설탕이 많이 들어간 시리얼, 빵, 베이컨 등의 고지방 육류를 주로 섭취했다. 반면, 식사 질이 가장 좋은 그룹은 통곡물, 견과류, 채소, 살코기 단백질을 주로 섭취했으며 식이섬유, 단백질, 오메가-3 등 다양한 영양소가 고루 포함되어 있었다. 이처럼 영양가 있는 식사를 하는 그룹은 우울증 위험이 약 28%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침을 챙겨 먹더라도 탄수화물과 지방보다는 단백질,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이 좋다는 것이다.
아침 식사 여부 및 질 뿐만 아니라 아침을 먹는 시간대에 따라서 우울 위험이 다르게 나타났다. 오전 8시 이전에 아침을 먹는 그룹에 비해 오전 9시 이후에 먹는 그룹은 우울 위험이 약 28% 높았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를 생체 리듬의 교란을 근거 삼아 설명한다. 우리 몸은 24시간을 주기로 하는 생체 리듬에 따라 작동하는데, 때늦은 아침 식사는 이를 방해하기 때문에 기분 조절에 중요한 멜라토닌과 코티솔과 같은 호르몬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한다.
연구 결과를 정리해보면 어떤 아침 식사 습관이 정신건강에 이로운지 알 수 있다. 1) 아침을 거르지 않고, 2)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으로 이루어진 식단을, 3) 오전 9시 이전에 챙겨 먹으면 우울 위험을 낮추는 가장 이상적인 습관이 될 것이다.
Sun M, Wu Z. Associations of breakfast habits and breakfast quality with depression symptoms: A cross-sectional study based on NHANES 2007-2018. J Affect Disord. Published online January 23, 2025. doi:10.1016/j.jad.2025.0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