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혈당과 지방이 우울증에 미치는 영향
2025-01-20
1/20/2025 11:36 AM

연말연시, 건강검진이 많을 시기다. 종합검진이나 채용검진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혈액검사 결과지에 포도당, 중성지방, 콜레스테롤 수치가 적혀진 것을 보았을 것이다. 너무 많은 수치가 복잡하게 나열되어 있어서 대부분은 숫자 옆에 쓰인 ‘정상’이라는 글자만 보고 그냥 넘어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러한 항목은 체내 물질의 분해와 생성을 아우르는 신진대사를 반영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들이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나타내는 혈중 포도당이나 지방 수치가 정신건강에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인 JAMA Network Open에 2024년 4월 자로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가 소개되었다. 바로 ‘대사 프로필과 우울, 불안 및 스트레스 관련 장애의 장기적 위험(Metabolic Profile and Long-Term Risk of Depression, Anxiety, and Stress-Related Disorders)’이라는 제목의 논문이다. 제목에 나와 있는 ‘대사 프로필’이란 한 사람의 혈당, 중성지방, 저밀도 및 고밀도 콜레스테롤 등의 다양한 수치를 종합한 데이터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스웨덴에서 진행된 이번 연구는 굉장히 오랜 기간에 걸쳐 참가자를 추적 관찰했다. 1985년부터 1996년 사이에 채용검진을 받은 무려 211,200명을 2020년 말까지 추적 관찰해서 우울증, 불안 장애, 또는 스트레스 관련 장애가 발병하지는 않았는지 확인했다. 참가자의 대사 프로필은 연구 시작 시점의 채용검진의 일환으로 진행되었고, 세부 검사 항목으로는 공복 혈당, 중성지방, 저밀도 콜레스테롤, 고밀도 콜레스테롤 등이 포함되었다. 여기서는 혈당과 지질수치,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자.

  1. 공복 혈당
    연구 결과, 높은 공복 혈당이 다양한 정신질환의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공복 혈당은 100mg/dL 미만을 정상으로 보고 100mg/dL부터 당뇨 전단계, 126mg/dL부터 당뇨를 고려하게 되는데, 본 연구에서는 약 110mg/dL가 넘어가면 고혈당으로 분류했다. 이때 공복 혈당이 높은 사람에서 우울증, 불안 장애 및 스트레스 관련 장애의 발병 위험이 모두 증가했다. 특히 우울증의 경우에는 정상 대조군보다 발병 위험이 150% 가까이 높아진다는 결과가 있었다.
  2. 중성지방
    높은 중성지방 수치 역시 정신질환과 유의미한 연관성이 관찰되었다. 중성지방은 평소 피부 또는 간에 저장되어 있다가 필요시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데, 식사를 통해 지방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비만과 지방간을 유발해 건강에 문제가 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중성지방은 150mg/dL 미만인 경우 정상으로 보는데, 이를 넘어서는 경우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에 이환될 위험이 1.2배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배면 별로 중요하지 않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중성지방이 높은 군과 정상군 간에는 확연한 차이가 확인되었고, 참가자 중 정신질환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장기간에 걸쳐 혈중 포도당 및 중성지방 수치가 유의미하게 높게 유지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사 불균형이 어떻게 정신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걸까? 학계에서는 다양한 가설이 제시되어 왔다. 그중에서도 염증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비정상적인 포도당 및 지질 수치는 면역세포를 활성화하거나 염증 물질인 사이토카인의 분비를 촉진하기도 한다. 면역체계의 과도한 활성화는 뇌의 염증을 유발하고, 이는 우울증을 비롯한 다양한 정신질환의 발병에 기여할 수 있다. 대사 불균형은 이외에도 포만감을 조절하는 렙틴이라는 호르몬의 신호 전달을 방해하거나 만성적인 스트레스 반응을 유발하는 등 정신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회로를 망가뜨릴 수 있다.

물론 다이어트나 운동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와 같은 정신건강 문제를 ‘치료’한다는 근거는 아직 부족한 실저이다. 하지만 ‘대사적인 문제’와 정신건강 사이에 관련이 있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정신건강 문제는 생각보다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할 때가 많다. 적절한 식단을 유지하고 운동을 하며 신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참고 문헌

Chourpiliadis C, Zeng Y, Lovik A, et al. Metabolic Profile and Long-Term Risk of Depression, Anxiety, and Stress-Related Disorders. JAMA Netw Open. 2024;7(4):e244525. Published 2024 Apr 1. doi:10.1001/jamanetworkopen.2024.4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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