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건강검진이 많을 시기다. 종합검진이나 채용검진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혈액검사 결과지에 포도당, 중성지방, 콜레스테롤 수치가 적혀진 것을 보았을 것이다. 너무 많은 수치가 복잡하게 나열되어 있어서 대부분은 숫자 옆에 쓰인 ‘정상’이라는 글자만 보고 그냥 넘어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러한 항목은 체내 물질의 분해와 생성을 아우르는 신진대사를 반영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들이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나타내는 혈중 포도당이나 지방 수치가 정신건강에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인 JAMA Network Open에 2024년 4월 자로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가 소개되었다. 바로 ‘대사 프로필과 우울, 불안 및 스트레스 관련 장애의 장기적 위험(Metabolic Profile and Long-Term Risk of Depression, Anxiety, and Stress-Related Disorders)’이라는 제목의 논문이다. 제목에 나와 있는 ‘대사 프로필’이란 한 사람의 혈당, 중성지방, 저밀도 및 고밀도 콜레스테롤 등의 다양한 수치를 종합한 데이터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스웨덴에서 진행된 이번 연구는 굉장히 오랜 기간에 걸쳐 참가자를 추적 관찰했다. 1985년부터 1996년 사이에 채용검진을 받은 무려 211,200명을 2020년 말까지 추적 관찰해서 우울증, 불안 장애, 또는 스트레스 관련 장애가 발병하지는 않았는지 확인했다. 참가자의 대사 프로필은 연구 시작 시점의 채용검진의 일환으로 진행되었고, 세부 검사 항목으로는 공복 혈당, 중성지방, 저밀도 콜레스테롤, 고밀도 콜레스테롤 등이 포함되었다. 여기서는 혈당과 지질수치,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자.
그렇다면 이러한 대사 불균형이 어떻게 정신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걸까? 학계에서는 다양한 가설이 제시되어 왔다. 그중에서도 염증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비정상적인 포도당 및 지질 수치는 면역세포를 활성화하거나 염증 물질인 사이토카인의 분비를 촉진하기도 한다. 면역체계의 과도한 활성화는 뇌의 염증을 유발하고, 이는 우울증을 비롯한 다양한 정신질환의 발병에 기여할 수 있다. 대사 불균형은 이외에도 포만감을 조절하는 렙틴이라는 호르몬의 신호 전달을 방해하거나 만성적인 스트레스 반응을 유발하는 등 정신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회로를 망가뜨릴 수 있다.
물론 다이어트나 운동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와 같은 정신건강 문제를 ‘치료’한다는 근거는 아직 부족한 실저이다. 하지만 ‘대사적인 문제’와 정신건강 사이에 관련이 있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정신건강 문제는 생각보다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할 때가 많다. 적절한 식단을 유지하고 운동을 하며 신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Chourpiliadis C, Zeng Y, Lovik A, et al. Metabolic Profile and Long-Term Risk of Depression, Anxiety, and Stress-Related Disorders. JAMA Netw Open. 2024;7(4):e244525. Published 2024 Apr 1. doi:10.1001/jamanetworkopen.2024.4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