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심을 넘어, 삶의 변화를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2024-10-28
10/28/2024 8:07 PM

디스턴싱을 시작할 때 수치심 다루기

written by 홍승주, CEO at Distancing

디스턴싱을 연습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느끼기로는 어떤 벽이 있는 것 같다. 그 벽을 넘는 사람들은 큰 변화를 만들어내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은 결국 일찍 종료하기도 한다. 왜 그런 걸까?

물론 디스턴싱은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개념적으로 불완전한 부분이 있어 마음처럼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부차적인 이야기다. 그런 부분들은 대부분 코치에게, 혹은 나에게 질문을 하면서 해소되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나는 최근 디스턴싱 개념서 출간 작업을 하며, 우리가 만들고 있는 이론이 적어도 대중들에게는 최선의 결과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디스턴싱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문헌들을 참고하고, 정말 다양한 책들을 읽고 있지만, 디스턴싱만큼 구체적으로 마음에 대해 실용적인 접근을 하는 자료는 드물다. 나는 이것을 더 잘 정리하여 온전한 모습으로 만들어낼 자신이 있고, 계획대로 잘 진행 중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디스턴싱이 직접적으로 다뤄주지 못하는 것 같아, 최근 좀처럼 내 마음을 떠나지 않는 한 가지 주제가 있다면 '수치심'이다. 내면을 직면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정말로 쉽지 않다. 인지치료, 마음챙김, 디스턴싱과 같은 과정들은 모두 개개인을 위협하는 매우 강렬한 영역으로 그들을 데려간다. 뿌리 깊은 곳에 있는 생각과 감정들은 불편한 것일 때가 많다. 이는 우리가 느끼고 싶지 않고, 만나고 싶지 않은 정체성이다. 그런 것들을 마주할 때면 우리는 늘 무언가 옳지 않거나 크게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느끼는데, 그 느낌이 바로 수치심이다.

유치한 가치들, 자신의 환상, 비밀스러운 욕망, 강렬한 감정, 비겁함, 과거의 사건, 학대나 따돌림의 기억, 환영받지 못했던 느낌. 때로는 그보다 미묘한 것들일 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일들을 남들이 알면, 그들이 우리를 아주 싫어할 것이라고, 아주 멀리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옳게 되지 못한 모습은 스스로에게조차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러한 느낌은 심각한 자기비난과 갈등으로 이어진다. 이 수치심은 경험 회피를 만들어내는 강한 원동력이기도 한다. 수치심이 자리잡으면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판단하지 않고 바라보고 경험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심리치료에서 이 문제는 '타당화(validation)'로 해결하려고 하기도 하고(DBT), 때로는 '자비(compassion)'라는 개념을 통해 다스리고자 하기도 한다(CFT). 디스턴싱의 상투적인 언어로 설명해 보자면, '사람 사는 것 다 비슷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연약한 자신의 모습을 수치스러워하겠지만, 이러한 연약함 또한 인간에게 있어서는 보편적인 일이다. 우리는 성인군자도 아니고, 성모마리아도 아니다. 우리 모두 마음속에 연약하고, 부끄럽고, 이중적이고, 욕망적인 충동들이 있다. 남들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심지어는 나조차 보기 싫은 면도 있고, 어떻게든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도 있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며 그런 감정들 때문에 속을 썩히고 살지만, 사실 우리 모두가 그렇다. 그러고 사는 게 잘 사는 거다. 디스턴싱을 만든 나조차 강한 감정에 휩싸여 괴로울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내 마음속 팝콘기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팝콘이 튀어오른다. '너는 남들에게 그렇게 거리를 둘 것을 강조하면서, 지금 너가 하는 모습은 뭐니? 얼마나 모순적인지 한 번 생각해 봐!' 하지만 다 똑같다. 나도 다르지 않다. 모두가 그런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부단히 마음을 다잡고 어딘가로 나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심지어 그 수치스러운 팝콘조차 판단 없이 고요히 관찰하기로 했다면, 그때부터 다시 시작인 것뿐이다.

인간 고통의 보편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건 정신건강 문제를 다룰 때에 매우 중요하다. 고통은 피할 수 없지만 괴로움은 선택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비슷하게 인간 연약함의 보편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건 그 정신건강 문제를 다루는 자신의 마음을 다룰 때에 매우 중요하다. 삶의 맥락을 고려해 보면 우리의 생각과 감정에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고, 또 애초에 우리가 이럴 수밖에 없는 데에는 아주 강력한 진화적인 동력이 있었다. 결국 우리 모두 다 비슷하게 괴로움들이 있다. 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다. 이를 이해하고, 자신과 타인에게 친절하고, 돌보고, 연결되었다는 느낌이 있어야 수치심을 벗어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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