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표현불능증이 정서조절에 미치는 영향
2025-01-14
1/14/2025 1:42 PM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회색빛처럼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느끼는가? 무던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이는 주목해야 할 중요한 증상 중 하나다. 정신의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감정표현불능증(alexithymia)이라고 부른다. 감정표현불능증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소를 포함한다.

  1. 기분 파악의 어려움 (difficulties identifying feelings, DIF)
  2. 기분 묘사의 어려움 (difficulties describing feelings, DDF)
  3. 외부 지향 사고 (externally orientated thinking style, EOT)

DIF는 기분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을 뜻하고, DDF는 기분을 구체적으로 묘사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마지막 EOT는 내면의 정서적 상황에 부주의하고 자기 자신이 아닌 외부 일에 초점을 맞춰 사고하는 경향을 뜻한다.

이러한 감정표현불능증은 정서 관련 정신 질환에 있어서는 일종의 범진단적 위험 요소로 작용하는데, 특히 우울증, 불안장애, 물질사용장애, 식이장애, 성격장애 등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감정표현불능증은 왜 문제가 되는 걸까?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그렇게 기쁘지는 않더라도 그래도 그렇게 슬프지도 않은 거 아닌가? 왜 감정을 잘 알아차리지 못하면 우울이나 불안의 늪에 빠지는 걸까? 이유는 감정표현불능증이 정서조절전략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흔히 정서는 주의(attention)와 평가(appraisal), 두 요소에 의해 조절된다고 알려져 있다(an anttention-appraisal model). ‘주의’는 어떤 자극이 우리의 정서적 반응을 유발할지 결정하는 단계다. 이때 특정 자극에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이 감정 경험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가정한다. 가령 불안한 사람은 잠재적으로 위협적인 자극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며, 이는 부정적인 감정을 증폭시킬 수 있다. 한편 ‘평가’는 주의를 기울인 자극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해석하는 과정이다. 여기서는 자극의 개인적인 의미를 평가하면서 감정의 강도와 성격이 결정된다. 이때 평가의 방식은 개인의 신념, 목표, 과거 경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 정서조절 과정을 조금 더 세부화하면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1. 인지(identification): 정서 조절을 실행할지 말지 결정하는 단계
  2. 선택(selection): 어떠한 정서 조절 전략을 사용할지 선택하는 단계
  3. 실행(implementation): 선택한 전략을 실행하는 단계
  4. 추적(monitoring): 실행한 전략을 지속할지, 멈출지, 바꿀지 검토하는 단계

이때 감정표현불능증은 각 단계에 모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 인지: 감정표현불능증이 있는 사람들은 정서 조절 전략을 사용해야 할지에 대해 그릇된 판단을 하는 경향이 높다.
  2. 선택: 감정표현불능증이 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필요에 맞는 적응적인 전략을 선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3. 실행: 감정표현불능증이 있는 사람들은 적절한 전략을 잘 실행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4. 추적: 감정표현불능증이 있는 사람들은 정서조절 전략의 영향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결과적으로 제대로된 정서조절을 하지 못하게 되고, 그 결과 ‘겉으로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내면에 존재하는 부정적인 정서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우울이나 불안의 늪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감정표현불능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역시나 자신의 내면을 잘 돌아보고 알아차리는 습관이 중요하다. 이 알아차림은 거의 대부분의 심리치료 기법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디스턴싱에서도 생각기록, 마음챙김 등을 통해 자신의 내면 상황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수없이 반복한다. 때론 부정적인 내면을 마주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조금씩 노력하다 보면 자신의 내면 상태를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그 지점에서부터 변화를 위한 다른 연습들을 쌓아나갈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저는 무던하게 살고 있어요. 뭐 딱히 괴롭지도 행복하지도 않고요.”라고 이야기한다. 정말 그런 경우도 있겠으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 상태를 외면하고 있을 때도 제법 많다. 기억하자. 삶에는 다양한 감정이 있다. 행복, 슬픔, 우울, 괴로움, 환희 등. 그러한 인생의 다양한 면들을 기꺼이 경험하고 누리고 지낼 수 있을 때, 삶에는 어떤 궁극적인 행복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참고문헌

Preece DA, Mehta A, Petrova K, Sikka P, Bjureberg J, Becerra R, Gross JJ. Alexithymia and emotion regulation. J Affect Disord. 2023 Mar 1;324:232-238. doi: 10.1016/j.jad.2022.12.065. Epub 2022 Dec 23. PMID: 36566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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