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비교’라는 키워드를 담아내는 표현이 많다. ‘엄마 친구 아들’의 줄임말인 ‘엄친아’라는 용어는 외모도, 능력도 빠지는 게 한 가지도 없는 완벽에 가까운 사람을 지칭한다. 부모님이 “엄마 친구 아들은~”과 같은 식으로 자녀를 주변 인물과 비교하면서 나무라는 일종의 흔한 사회적 현상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예로부터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사람은 가끔 자신의 비극보다 남의 희극을 괴로워할 정도로 일상에 비교하는 습관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이처럼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사회 비교만 관심을 두는 건 아니다. 그 대상이 무엇이 되었건 간에 자신의 삶을 비교했을 때 스스로 더 불행하다고 느끼게 하는 부정적인 비교(aversive well-being comparison)에 관한 연구가 최근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부정적인 비교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길래 전문가들이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 걸까? 임상심리학 저널인 Journal of Clinical Psychology 2024년 2월호에 이러한 질문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연구가 소개되었다. ‘비교 및 감정조절 방식이 우울, 불안 및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The Associations Among Well-Being Comparisons and Affective Styles in Depression, Anxiety, and Mental Health Quality of Life)’이라는 논문을 함께 정리해보자.
먼저 연구진에 따르면, 부정적인 비교는 크게 아래와 같이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위와 같은 부정적인 비교가 우울, 불안을 비롯한 전반적인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서 총 600명가량의 성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진행했다. 설문조사 항목에는 비교 빈도 및 방식, 비교가 미치는 감정적 영향, 우울 및 불안 증상, 그리고 정신건강에 대한 만족도가 포함되었다. 더 나아가, 평소 어떤 방식으로 감정을 조절하는가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선택지는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숨기는 억제(concealing), 상황에 맞게 감정을 조율하는 조절(adjusting), 그리고 부정적인 감정을 저항 없이 받아들이는 수용(tolerating)이 있었다.
연구 결과, 부정적인 비교를 자주 할수록 우울과 불안이 증가하고 삶의 질이 낮아지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특히 자신보다 더 나아 보이는 사람 또는 기준을 비교 대상으로 삼는 상향 비교(upward comparison)가 정신건강을 해치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사람은 자신보다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쁜 사람을 떠올리며 위안을 얻는 하향 비교(downward comparison)보다는 상향 비교가 더욱 흔하며, 정신건강과 더욱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의미다. 또한 부정적인 비교는 자기 불만족, 질투, 슬픔, 좌절 등의 강한 부정적 감정 반응을 유발함으로써 우울과 불안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평소 감정을 조절하는 스타일에 따라 비교가 미치는 영향에 차이가 났다. 특히 조절(adjusting) 전략을 잘 사용하는 사람은 비교에서 기인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일부 완화할 수 있었다.
운동선수에게 라이벌이 선한 자극이 될 수 있듯이, 비교는 때때로 강한 동기부여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비교할수록 스스로 더 불행하다고 느끼게 하는 부정적인 비교는 행복과 삶에 대한 만족도를 갉아 먹는다. 오늘도 자신을 다른 사람, 또는 과거의 나와 비교하면서 현재의 행복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 건강한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필요가 있다.
Schlechter P, Morina N. The associations among well-being comparisons and affective styles in depression, anxiety, and mental health quality of life. J Clin Psychol. 2024;80(2):355-369. doi:10.1002/jclp.23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