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까 - 1. 고통의 보편성
2025-01-17
1/17/2025 11:53 AM

마음 문제의 가장 치명적인 부분은 자신이 스스로에게조차 수용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고립감은 수치심, 모멸감, 무기력 등 다양한 감정을 만들어낸다. “나는 왜 이런 걸까?” “나는 왜 더 나아지지 못하는가?” 시간이 지날수록 자아에 대한 과도한 집중은 더욱 심해지고, 결국 빠져나오기 힘든 깊은 소용돌이에 빠져버린다.

주변에서는 그를 보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너 자신을 좀 더 사랑해봐.” “너가 너를 사랑하지 않는데, 누가 널 사랑해주겠어.” 좋다. 무슨 말인지 알겠다. 그런데 대관절 나를 사랑하지 못하겠는데 자꾸 사랑하라고만 이야기하면 무엇이 달라진단 말인가. 오히려 그 말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너는 너를 사랑하지 못하고 있어. 너는 너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야.” 그럴수록 자기의심의 확신만 늘어갈 뿐이다.

나를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는 걸까? 사실 인지행동치료 관점에서 수용이란 상당히 기술적인 작업이다. 수용을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고통의 보편성을 이해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하나의 심리적 사건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여기서는 첫 번째 주제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괴로울 수밖에 없다. 이게 무슨 말일까? 인간이 이 지구를 정복할 수 있게 된 데에는 ‘언어적 상징을 활용한 사고 능력’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우리는 머릿속에서 수많은 일들을 처리할 수 있다. 나무판자에 박힌 못을 망치로 빼내라고 말하면, 우리는 머릿속에서 그 일을 순식간에 처리해버린다. “좋아. 이렇게 하면 되겠네.” 이는 수많은 생명체 종 중에서 우리 인간만 가능한 일이다. 비슷한 방법으로 우리는 과거를 회고하고 미래를 걱정할 수 있다. 이미 발생하고 소멸된 사건이나 실재하지 않는 미래의 사건에도 지금 이 순간의 현실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 어떤 생명체보다 과거를 잘 되돌아볼 수 있고, 미래를 더 잘 예측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 어떤 생명체보다 우울하고 불안하다.

여기에는 그 어떠한 도덕적 책임도 없다. 애초에 인간이란 존재가 그렇게 생겨 먹은 걸 어떻게 하란 말인가? 공작새는 그의 화려한 꼬리를 이용해 구애 행위를 성공적으로 해낸다. 화려한 꼬리는 분명 진화적으로 이점이 있는 형질이었고, 이는 자연에 의해 선택됐다. 하지만 그 꼬리는 공작새가 포식자로부터 달아나는 데에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진화는 화려한 꼬리를 선택했을 뿐이다. 공작새 꼬리에 잘못이 있는가? 공작새 꼬리가 부끄러운 일인가? 공작새의 꼬리에는 그 어떤 잘못이 없다.

자책할 필요없다. “그래도 저만 이러고 있잖아요.” 그렇지 않다. 모두가 괴롭다. 말을 하고 있지 않아서 그렇지 나도 괴롭고 너도 괴롭다. 지금 괴롭지 않더라도 삶을 살아가다 보면 어느 한 시기에는 분명히 괴롭다. 수용전념치료의 창시자 Steven C. Hayes는 이를 두고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인간이 된다는 것은 곧 지구 위의 어떤 다른 피조물이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팽배한 방식으로 고통을 느끼는 것이다.”

회의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도 없다. 우리의 의식이 그토록 무한 잠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고통이란 것을 인지하고 알아차릴 수 있는 존재이기에, 우주 속 티끌만한 이 작은 우주에서 인류의 그토록 아름다운 흥망성쇠 이야기가 꽃 피울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생이 끝난 것처럼 슬퍼하기도 하고, 마법 같은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부둥켜안고 웃고 울 수 있는 소중한 경험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인생에서 마주할 경험 중 ‘나쁘고 피해야 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역설적이지만, 고통의 보편성을 이해하고 나와 타인, 그리고 이 세상을 바라볼 때, 삶에는 그토록 찾아 헤맸던 행복이 조금씩 비치기 시작한다.

* 이 내용은 유튜브 라이브에서 보다 자세히 다뤘다. 더 깊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라이브 강의를 들어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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